‘중처법 50인 미만 2년 적용유예’ 법사위 상정 보류
‘중처법 50인 미만 2년 적용유예’ 법사위 상정 보류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11.22 17:31
  • 수정 2023.11.22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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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유예 2년 더 연장하는 개정안
법사위 위원들 간 이견으로 22일 상정 불발···노동계 “개정안 폐기하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국회가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시기를 다시 2년 미루는 입법 논의를 보류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이기도 한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월 대표발의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은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건설현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시기를 현행 2024년 1월 27일에서 2년을 더 유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개정안의 법안심사소위원회 회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위원회로 회부된 개정안은 심사를 거쳐 전체회의와 본회의 의결로 최종 입법된다. 따라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이 법사위 안건에 상정된단 소식은 국회가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겠단 의미를 담고 있어 이해당사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해당 개정안은 22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일부 야당 의원들이 안건 상정을 반대했고, 양당 간사가 안건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탄액소추안 재발의 등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는 본회의 일정을 두고 언쟁을 벌이다 약 20분 만에 산회했다. 여당은 본회의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에 22일보단 23일에 법사위를 열자고 주장했고, 야당은 김도읍 법사위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산회했다며 항의했다. 

개정안이 재추진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일단 국민의힘은 정기국회 회기 안에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겠단 입장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고용노동부도 이 개정안에 “이견이 없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주무부처인 법무부도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단 의견서를 냈다. 

관건은 의석 수가 많은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은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 연장 입법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의 편집인 포럼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이) 향후 2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전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함과 동시에 2년 뒤엔 (법안을) 시행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전달해주면 우리도 유연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하며 적용유예 연장을 수용할 수도 있단 가능성을 연 상황이다. 

‘생명안전후퇴 및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저지 공동행동’이 22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 생명안전포럼과 공동으로 '중대재해처벌법 50인(억) 미만 적용유예 연장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이에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는 모든 노동자·시민의 요구”라며 개정안을 폐기하라고 촉구하는 목소리를 22일 냈다. 

민주노총과 김용균재단 등 전국 105개 노동·산재 재난참사 피해자 유족·법률·시민단체들이 모인 ‘생명안전후퇴 및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저지 공동행동(이하 생명안전행동)’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 생명안전포럼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의 80%가 발생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지난 10년간 죽어 나간 노동자가 1만 245명이고, 지난해 사고·사망으로만 707명이 죽었다”며 “이들의 목숨은 민생이 아니란 말이냐”고 물었다. 기자회견엔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인 김미숙 생명안전행동 공동대표, 한익스프레스 화재참사로 숨진 고 김영주 씨의 유족인 김선애 씨, 코로나19 방역 소독 작업 중 분사기 폭발 사고로 산업재해 피해를 입은 김정태 씨 등이 자리했다. 

정현철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역지회 지회장은 “매일매일 우리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목도한다. 정말 어이없는 사고들이 발생한다. 지게차에 후미등과 경보장치를 안 달아서, 개구부를 막지 않아서, 회전하는 롤러에 방호망을 달지 않아서 노동자들이 죽는다. 조금만 신경 쓰면 살릴 수 있는 생명들”이라며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50인 미만의 작은 사업장일수록 안전은 납기일에 밀려 뒷전”이라고 알렸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장에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들이 있었다. 반월시화산업단지는 5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 사업장의 90%가 넘는 작은 사업장 밀집 산업단지”라며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노동안전지킴이들이 방문하면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방문을 받아들이고, 사업장 유해위험요인을 함께 찾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변화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선 중대재해처벌법을 수용하려는 움직임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찬물을 끼얹는 게 정부와 보수언론이 아닌가 싶다”고도 정현철 지회장은 덧붙였다. 

김미숙 생명안전행동 공동대표도 “산재의 80%가 (50인 미만 사업장) 여기서 죽는데 더 유예하자는 것은 결국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포기하고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더 밀어 넣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시민들과 함께 유족들은 목숨 걸고 맞서서 기필코 죽음을 막아낼 것이다. 당장 50인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멈추길 촉구한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정의당은 민주당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기간 연장 동의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내라”고 요구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생명안전행동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이 뭐라고 선심 쓰듯이 (정부의) 사과 운운하며 유예 기간 연장을 말하는 것인지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목숨 걸고 일하는 노동자들의 간절한 외침과 법을 준수하기 위해 성실히 준비한 기업들을 외면할 셈이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