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미만 사업장도 중처법 준비 어렵지 않다”
“50인 미만 사업장도 중처법 준비 어렵지 않다”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12.08 18:18
  • 수정 2023.12.0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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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논하는 집담회 열려
“시간·비용 많이 들지 않아”, “중요한 건 사용자의 의지” 등 이야기 나와
김용균5주기 추모위원회가 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 2층 소교육실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김용균 대법판결’ 집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

정부·여당이 내년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을 확대 적용하는 것에 대해 ‘소규모 사업장들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만들 준비가 되지 않았다’ 등의 이유로 적용 2년 유예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만드는 것은 경영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어렵지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8일 ‘중대재해처벌법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김용균 대법판결’ 집담회가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 2층 소교육실에서 열렸다. 집담회는 김용균5주기 추모위원회가 주최했다.

내년 1월 27일부터 그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던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 2021년 1월 26일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지며 산업 현장의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50인 미만 사업장엔 제정 3년 뒤인 2024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작은 사업장엔 준비 기간이 더 필요하다며 적용을 더 유예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 임의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월 중대재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2년 더 유예한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고용노동부도 지난 달 23일 국회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해달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집담회에 참석한 권영국 변호사는 법 조항을 하나씩 짚으며 중대재해처벌법에서 말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정부·여당이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큰 비용과 시간이 드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안전·보건에 관한 경영방침을 설립하는 것이 중대재해처벌법상 첫 번째 의무 조항”이라며 “안전에 관한 방침 설립 자체는 어떤 회사나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 조직을 둬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이는 50인 미만 조직엔 해당하지 않은 이야기다. 또 사업장 내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하도록 하기도 하는데, 이는 기존 법인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이미 전부터 하게 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의무 사항으로 명시된 노동자 의견 청취 등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있는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하면 된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없더라도 노동자들을 모아두고 정기적으로 안전 등에 관한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만 마련하면 되는 일”이라며  “앞서 말한 것들을 시행하는 데 예산을 마련하고 편성해야 한다. 이 또한 너무 사업장에서 당연하게 해야 하는 것이고, 그다지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5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보건체계 구축 컨설팅을 진행했다. 한국노총은 컨설팅한 결과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안전보건체계 구축을 하기 어렵지 않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8일 “3년간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평균 3,100만 원이고 소요된 기간은 평균 3개월”이라며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요구되는 비용이 적었다”고 설명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지켜야 하는 것들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기본적인 것이다. 50인 미만 사업장들도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며 “하지만 그것도 어려울 수 있다고 해 3년이나 유예기간을 줬다. 다시 2년 유예하자고 하는 것은 하지 말자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작은 사업장 사용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중대재해로 인해 형사 처벌을 받는 것”이라며 “하지만 사망 사고가 난다고 해서 무조건 처벌받지 않는다. 사용자가 산업안전보건 의무를 해태하거나 하지 않았다는 고의성이 입증돼야 한다. 이런 것을 이야기하지 않고 ‘법이 시행되면 중소기업 다 죽는다’ 식으로 공포를 조장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김용균 노동자 사망 이후 5년 동안 한국서부발전에선 사망사고가 한 건도 없었다. 이후 경영진의 지시하에 수많은 안전 매뉴얼을 만들고 체계적으로 매뉴얼을 시행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전력그룹사의 다른 5개 발전사에선 지난 5년간 여전히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경영진의 안전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김계호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차장은 “산재 사망자 10명 중 8명은 중대재해법이 적용되지 않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이라면서 “이런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반대에 대한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차원에서 투쟁을 계속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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