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추진에 “법안 무력화” 반박
민주노총,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추진에 “법안 무력화” 반박
  • 김온새봄 기자
  • 승인 2023.12.05 09:59
  • 수정 2023.12.05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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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경영계 조사 자료 반박하며 향후 투쟁 계획 밝혀
5일 국회 앞 결의대회 후 농성 돌입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금속노조 4층 회의실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50인(억) 미만 적용 유예 연장 관련 민주노총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금속노조 4층 회의실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50인(억) 미만 적용 유예 연장 관련 민주노총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직무대행 윤택근, 이하 민주노총)에서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를 추진하는 정부·경영계의 입장에 반박하며 앞으로의 대응 계획을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4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금속노동조합 회의실에서 ‘중대재해처벌법 50인(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건설현장) 미만 적용유예 연장 문제점과 민주노총 투쟁계획’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민주노총은 50인(억)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가 사실상 법안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1년 제정돼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에게 사업장의 안전을 확보할 의무를 부과하는 취지의 법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가 의무를 이행했는지 살피고, 위반 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안전보건관리 인력·체계를 갖출 현실적 여건을 고려한다는 취지로, 5인 이상 50인(억) 미만 사업장은 2년 늦은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그러나 법안 확대 시행이 6개월도 남지 않은 지난 9월,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이 유예기간을 2년 더 연장한다는 취지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이날 발제에 나선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실장은 정부와 경영계가 법안 적용유예의 근거로 드는 실태조사 자료의 신뢰도가 낮다고 지적했다. 한 기관에서 엇갈리는 조사 결과를 내놓거나, 반대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과를 아예 발표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중앙회에서 50인 미만 사업장 250곳을 대상으로 4~5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59.2%가 내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실시되면 ‘법을 준수할 수 있다’고 답한 반면, 8월에 892곳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는 80%가 중대재해처벌법 실시를 ‘준비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최명선 실장은 “4월 설문조사에서는 제조업과 비제조업,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표본 수를 균형 있게 선정한 반면, 8월 조사에서는 표본의 93%가 제조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8월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4%가 대표이사 혹은 임원이었다”며 경영계의 입장을 뒷받침하도록 조사가 편향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고용노동부가 3월부터 한국안전학회에 의뢰해 50인 미만 사업장 1,442곳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준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 준수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모두 갖춘 사업장은 22%, 준비 중이라고 응답한 사업장은 59%였다.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답한 사업장들 중에서도 59%는 내년까지 안전보건 체계를 갖출 수 있다고 응답했다.

간담회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긍정 여론도 함께 제시됐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10월 중소기업 1,0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하청에 책임을 떠넘기는 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는 이유로 80%의 중소기업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찬성했다. 같은 해 9월 헤럴드경제와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남녀 1,5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도 중대재해처벌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53.9%로 과반을 차지했다.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이 유예될 시 대신 추진하기로 한 정책·예산·기술 지원에 대해서 최명선 실장은 “법안 적용과 (맞바꿔) 거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안전보건 대책을 갖추기 어려운 기업에 대한 지원이 법안 적용과 함께 이뤄져야 법안의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는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일터에서) 죽음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법안 시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미숙 대표는 “법안 적용이 또 2년 유예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태의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은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지난 3년간 노동자와 기업, 정부가 준비해 온 중대재해 대응 체계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정안 통과를 막기 위해 민주노총뿐 아니라 시민사회와 연대해 투쟁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5일 오후 국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이후 21대 국회 회기가 종료될 때까지 국회 앞 농성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