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죽음 지켜봐 왔다. 중처법 적용 유예는 지켜볼 수 없다”
“동료 죽음 지켜봐 왔다. 중처법 적용 유예는 지켜볼 수 없다”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11.30 14:08
  • 수정 2023.11.30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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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연장 반대 서명 전달 및 100인 국회 기자회견
“국민 기만·우롱··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2년 연기 법안 폐기해야”
생명안전행동과 민주노총이 30일 오전 11시 20분 국회 본관 계단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연장 반대 서명 전달 및 100인 국회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동료·가족들을 지켜봐온 노동자와 시민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연장을 지켜볼 수 없다”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국회를 찾았다.

생명안전 후퇴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저지 공동행동(이하 생명안전행동)과 민주노총은 30일 오전 11시 20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연장 반대 서명 전달 및 100인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50인 미만 사업장(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건설현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시기를 유예하는 개정안을 폐기하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기자회견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은미·류호정·배진교·심상정·이은주·장혜영 정의당 의원,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함께 준비했다.

“또 2년 유예하자고? 기만·우롱”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건설현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시기를 현행 2024년 1월 27일에서 2년을 다시 미루도록 바꾸는 개정안을 지난 9월 대표발의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계류돼 있는데, 정부와 여당이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단 메시지를 꾸준히 내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법무부가 개정안에 이견이 없단 의견서를 제출한 데 이어 지난 27일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시기 유예를 위한 법 개정안을 연내 조속히 처리해 주시기를 거듭 요청드린다”고 발언했다.

국민의힘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연장 법안을 “민생 법안”이라 부르며 법사위 논의를 촉구하고 있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29일 “현재 국회에는 중대재해처벌법 등 민생 법안이 산적해 있다”며 “지난 법사위 파행 역시 민생 법안은 팽개치고 탄핵만 남발했던 민주당 때문 아니냐”고 언급했다. 지난 22일과 29일 열린 법사위는 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탄액소추안 재발의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여야가 충돌하며 법안 처리 없이 모두 약 20분 만에 산회했다.

민주당은 입장을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50인 미만 사업장이) 향후 2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전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함과 동시에 2년 뒤엔 (법안을) 시행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전달해주면 우리도 유연하게 할 생각”이라고 밝히며 이해당사자들의 촉각이 곤두선 상황이다.

기자회견에서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야 노동자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보니 그렇다 쳐도, 민주당조차 정부 사과를 운운하며 유예를 시사하고 있다”며 “지금 사과는 법을 반쪽으로 만든 것에 동의하던 민주당이 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윤택근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도 “아침에 출근했다 저녁에 퇴근하지 못하는 동료들을 보내는 노동자들의 기나긴 시간을 아나. 2년을 유예하겠다는 거대 양당의 횡포를 보며 또 분노한다”며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6만 명 노동자·시민 서명은
양당 원내대표에 전달 못 해

이날 생명안전행동은 50인 미만 사업장(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건설현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연장에 반대하는 6만 17명의 서명지를 들고 국회에 왔으나, 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서명지 전달 일정에 응답하지 않아 전달하지 못했다. 서명운동은 지난달 16일부터 지난 28일까지 진행됐다. 온라인 서명 1만 1,223명, 오프라인 서명 4만 8,794명이 모였다.

생명안전행동과 민주노총이 30일 오전 11시 20분 국회 본관 계단에서 진행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연장 반대 서명 전달 및 100인 국회 기자회견’ 참가자가 손피켓을 들고 있다.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기자회견에 참여한 노동자·시민·산업재해 유가족들은 “5인 미만 사업장으로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확대를 논의하기는커녕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논의하는 것이 원통할 따름”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은 예방체계 구축, 재해발생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 수립, 행정기관 감독 시정조치 이행, 법령 준수, 안전교육 실시 등 중대재해 감축 전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손덕헌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노동자 죽음에 대기업, 중소기업, 영세 사업장에 차별이 있어야 하나. 그동안 노동자들의 죽음을 많이 지켜봐 왔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은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며 “죽음의 행렬을 멈추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양은정 건강한노동세상 사무국장은 “대기업이 거대 로펌과 손을 잡고, 겉이라도 화려하게 안전보건체계를 마련하는 와중, 50인 미만 사업장은 아주 기본적인 안전보건조치 문제를 개선할 의지나 동기부여조차 될 것이 없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적용을 유예하겠다는 것은 (국회가) 결국 또 다른 이름의 가해이자 범죄 가담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고 이한빛PD의 아버지인 이용관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운동본부 공통대표도 “사망 사고의 80%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나는데 적용하지 말라고 하다니 그게 말이 되나”라며 “개악 시도에 윤석열 정권과 고용노동부, 국민의힘이 주도하고 민주당 지도부 일부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 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기자회견은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에게 서명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강성희 진보당 원내대표의 경우 상임위원회 일정상 참석이 어렵다고 밝혔다. 법사위의 경우 다음 주 법안 처리를 위한 회의를 열자는 덴 여야 의견이 일부 모아졌으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상정 여부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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