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중대재해 지원대책 발표···중처법 전면 적용 또 유예되나
당정, 중대재해 지원대책 발표···중처법 전면 적용 또 유예되나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12.27 23:38
  • 수정 2023.12.28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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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예년과 다를 것 없는 지원 대책···중처법 적용 유예 안 돼”
경영계, “지원 대책 도움 될 것···중처법 적용 2년 추가 유예 통과돼야”
윤택근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이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50인(억)미만 적용유예 연장 반대 긴급행동 돌입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윤택근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이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50인(억)미만 적용유예 연장 반대 긴급행동 돌입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내년 1월 27일 50인 미만 사업장(건설업은 공사 금액 50억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27일 정부와 국민의힘이 당정협의회를 열고 ‘중대재해 취약분야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해당 대책에 노동계는 이전과 다를 바 없는 대책이며 중처법 적용 유예로 가서는 안 된다며 비판을 가했다. 경영계는 도움 되는 지원이라며 국회에 50인 미만 사업장 중처법 적용 2년 유예 법안을 통과시키라고 주문했다.

이번 당정협의회에는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같은 당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임이자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기획재정부·중소벤처기업부·국토교통부 차관,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중소기업의 경우 대표 한 사람이 일인 다역을 소화하는 상황에서 대표자가 구속되는 경우 사실상 폐업에 이를 수 있다는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며 “현장 상황을 외면하고 법을 시행한다면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입법 취지를 살릴 수 없고 범법자만 양산하는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 밝혔다.

발표된 중대재해 취약분야 지원대책을 실행하기 위해서 당정은 내년 중 1조 2,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신설되는 예산 항목은 중대재해 예방 바우처 50억 원, 공동안전관리전문가 등 안전인력 지원 126억 원 등이다.

주요 지원 대책의 내용은 △50인 미만 사업장 83만 7,000곳 자체 안전진단 후 중점관리 사업장 8만 곳 이상 선정과 컨설팅·인력·장비 등의 지원 △50인 미만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컨설팅·교육·기술지도 지원 31만 6,000곳으로 확대 △공동안전관리전문가 지원사업 신설 △50인 미만 사업장 안정 장비 및 설비 확충 위한 2만 4,000곳 9,300억 원 투입 등이다.

이번 당정협의 내용에 대해 노사의 반응은 역시나 온도 차가 컸다. 노동계는 “이전과 다를 것 없는 지원 대책이며 중처법이 유예돼선 안 된다”고 크게 반발했다. 경영계는 “내년 1월 27일부터 중처법을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며 환영했다.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 앞에서 열린 ‘계속되는 중대재해, 원청시공사 규탄’ 집회에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지난 10월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 앞에서 열린 ‘계속되는 중대재해, 원청시공사 규탄’ 집회에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노동계, “예년과 다를 바 없는 지원 대책···
중처법 누구에게나 전면 적용돼야”

한국노총은 “열악하고 위험한 중소 규모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포기한 맹탕 수준의 지원책”이라며 “1조 2,000억 원 재정투입도 기존 예산에서 확대된 부분은 거의 없고 공동안전관리자 지원 120억 원을 빼고 나면 전년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50인 미만 중처법 적용은 더 이상 유예돼선 안 된다”며 “중처법 유예와 개악을 주장하거나 동조하는 모든 세력은 사회적 살인에 동조하는 세력”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일하다 죽지 않고 다치지 않을 노동자의 권리는 그 어떤 이유로도 차별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숫자놀음에 불과한 재탕·삼탕 대책으로 국민을 호도하지 말고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안을 즉각 폐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당정협의회의 발표가 있자마자 민주노총, 정의당, 생명안정행동은 긴급행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에게도 중처법 개악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내일 국회 본회의가 끝날 때까지 국회 본청 앞에서 농성을 진행할 예정이다.

노동계는 이번 당정협의회가 발표한 ‘중대재해 취약분야 지원대책’의 내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문제 삼았다.

발표된 예산 1조 2,000억 원은 예년 수준이고 중소기업 융자 지원 4,568억 원이 포함돼 융자 지원을 1,000억 원 늘린 것으로 오히려 사업예산 비중은 줄어들었다는 게 민주노총의 설명이다. 또한 지원사업 내용도 새로울 게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노총은 “산업안전 대진단 및 종합지원체계 구축에 문제점이 있다”며 “민관합동 추진단 구성과 운영에 노사를 배제한 것은 예스맨들로만 채우겠다는 의미”라고 바라봤다. 또한 “자기규율 예방체계에 입각한 체계 구축인데 이미 자율예방 차원으로 지원된 45만 개소의 사업장이 지금도 안전하나”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양대 노총은 안전보건 인력 2만 명 양성은 구체적인 양성 방안도 없으며 예년과 같은 대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경영계, “이번 대책 구체적·실효적···
중처법 전면 적용 2년 추가 유예돼야”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번 대책은 내년 1월 27일 중처법의 확대 시행을 앞두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구체적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정부의 조치”라며 “소규모 사업장 및 건설현장은 재정과 인적 여건이 매우 취약해 정부의 지원 없이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시스템 구축에 한계가 있다”고 당정협의 내용에 힘을 실었다.

아울러 “향후 2년 동안 지원 대책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소규모 기업의 중처법 이행률이 높아지는 등 안전관리시스템 구축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회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처법 적용을 추가 유예하는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등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정협의회 내용에 대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다수 담겨 있다”며 “50인 미만 사업장 중처법 적용을 2년 동안 유예한다면,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50인 미만 사업장 중처법 적용을 2년 추가 유예하는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여야는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협의체에서도 50인 미만 중처법 적용 추가 유예를 두고 합의는 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민주당에선 준비 소홀에 대한 정부 공개 사과, 유예 기간 동안 실시할 중대재해 예방 계획 및 지원안 등이 확실히 준비된다면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한 바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