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요청에 25일 본회의 이목 집중
尹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요청에 25일 본회의 이목 집중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4.01.16 20:21
  • 수정 2024.01.16 2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국무회의에서 “중소기업에 시간 더 줘야”
“적극적인 동참 호소”한 국민의힘, 민주당은 “전제조건” 언급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에서 50인 미만 사업장(공사 금액 50억 원 미만 건설현장)에 대한 법 적용 시기를 2년 유예하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국회에 요청한 가운데 오는 25일 본회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당장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며 현장 영세기업들은 살얼음판 위로 떠밀려 올라가는 심정이라고 한다”며 “이제 겨우 열흘 남짓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현장의 어려움에 한 번만 더 귀를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근로자의 안전이 중요함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그러나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라며 “처벌은 우리 헌법의 원칙상 분명한 책임주의에 입각해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할 때 시간을 더 줘야 한다”며 “가뜩이나 우리 영세기업들이 고금리·고물가로 견디기 힘든 상황인데 이렇게 짐을 지우게 돼 중소기업이 더 존속하기 어렵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근로자와 서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민주당 동참 호소”
민주당 “전제조건부터 답하라”

오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예정이기 때문에 개정안은 25일 본회의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25일 본회의는 여야가 안건 처리를 위해 개최하기로 합의한 날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언급하자 “더불어민주당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한다”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개정안이 통과되려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협력이 주요하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앞으로 열흘 남짓 남았다. 영세업체들이 법을 준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경제 성장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가장 시급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처리에 민주당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제시한 전제조건에 대한 입장부터 밝히라”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했다. 민주당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에 찬반 여부를 밝히지 않고 △법 적용 준비 부족에 대한 정부의 사과 △향후 법 적용을 위한 분기별 구체적 준비계획·예산 지원 방안 마련 △2년 유예 후 시행을 약속하는 정부·경제단체의 공개 입장 표명 등을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바 있다.

이후 경제 6단체(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유예기간이 2년 연장되면 추가적인 유예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달 27일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해당 조치가 법을 유예하기엔 부족하단 입장이다.

또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설립과 50인 미만 사업장 산재 예방 사업 예산을 현행 1조 2,000억 원에서 2조 원 이상으로 증액하는 것을 추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박해철 민주당 노동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수십 년간 성장과 효율, 기업가들의 이익과 돈만을 중시하는 동안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은 늘 뒷전이었다. 노동자들의 희생을 결코 당연하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며 “윤석열 정부는 일하는 사람을 지키고, 살리는 법을 더 이상 미루지 말라. 조속한 법 시행이 단 한 명의 국민을 더 살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을 위한 법이 아니라, 사전에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라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역행하지 않도록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생명안전행동과 민주노총이 30일 오전 11시 20분 국회 본관 계단에서 진행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연장 반대 서명 전달 및 100인 국회 기자회견’ 참가자가 손피켓을 들고 있다.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nbsp;hnkang@laborplus.co.kr<br>
생명안전행동과 민주노총이 30일 오전 11시 20분 국회 본관 계단에서 진행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연장 반대 서명 전달 및 100인 국회 기자회견’ 참가자가 손피켓을 들고 있다.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노동계, “더 늦출 수 없다
민주당도 개악 시도 공범”

정부와 여당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메시지가 지속되자 노동계는 날을 세웠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중소기업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 이미 충분이 유예됐다”며 ”대통령이 나서서 중소기업 존속을 거론하면서 피해가 고스란히 노동자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거의 협박 수준의 발언을 했는데, 노동자들이 죽어서 유지되는 기업이라면 존속할 이유가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처벌이 안 된다는 이유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기피해온 기업들이 상당수였다”며 ”이제 더 늦출 수 없다. 27일부터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도 입장을 내고 “중대재해처벌법은 오히려 중소기업들에 더 시급한 법이다. 국가통계에 따르면 전체 산업재해자 중 59.5%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다 산업재해를 입었다”며 “영세하고 규모가 작은 사업장일수록 산업재해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숫자는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을 옥죄는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아니라 중대재해 그 자체”라고 밝혔다.

또 민주노총은 민주당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유예 연장 논의를 즉각 중단하지 않고 조건부 합의를 운운하며 지지부진하게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사실상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시도의 공범인 셈”이라며 “노동자의 안전한 삶과 생명은 무엇으로도 유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