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향내 가득한 어머니의 방
사람 향내 가득한 어머니의 방
  • 오도엽 객원기자
  • 승인 2011.09.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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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01] 어머니의 방

▲ 이소선 어머니의 방.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창신동 구불구불 재래시장 길을 따라 언덕배기를 올라가면 어머니의 방이 있습니다.
어머니의 방에는 어머니가 없습니다.
어머니의 방은 비어 있습니다.
아들과 나눈 약속을 지키려고 마흔 해를 살아왔던 어머니는 아들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빈 어머니의 방, 아직 사람들 향내로 가득합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어머니의 방은 종합병원이자 약국입니다.
독재와 싸우다 골병이 드셨습니다.
끼니때마다 약 두 줌을 드셔야 하루를 버텼습니다.
약으로 버티면서도 여든의 삶을 꼿꼿이 산 까닭은 아들이 남긴 당부 때문이었습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유가협은 어머니의 집입니다.
그곳에 영정으로 남아 있는 아들딸들의 뜻이 바로 전태일의 뜻이었다고
그들의 뜻을 잇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어머니는 거리에서 살았습니다.














어머니의 방은 비어 있습니다.
아니, 어머니의 방에 사람은 없지만 사람의 향은 그대로입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어머니의 모자에 어머니의 지혜가 고스란히 남아 지키고 있습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가시밭길과 같던 민주주의 여정의 동반자였던 후광 김대중
청와대에 찾아가 대통령의 넥타이를 휘어잡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써 준 글씨를 늘 곁에 두고 그리워했습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자신을 끔찍이 챙겨주었다던 문익환 목사
때론 그가 그리워 전태일기념관 개관식 때 손잡고 찍은 사진을 밤새 매만지곤 했습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홀로 계실 때 어머니는 전화번호부 수첩을 꺼냅니다.
수첩에 적힌 이름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이름을 부릅니다.
이름을 부르다 참을 수 없으면 전화를 겁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신문 쪼가리 한 장도 허투루 버리지 않았습니다.
85호 크레인에 김진숙이 올라갔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의 얼굴이 오려진 신문을 꺼내 들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명절 날 작은 선물이라도 누가 어머니의 방으로 보내면
어머니는 보낸 이의 이름을 한 분도 빼지 말고 적어두라고 했습니다.
이름은 기억하고 선물은 이웃에게 나눠주었습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어머니의 지팡이와 신발에 어머니의 길이 소중히 기록되어 남아있습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꽃을 좋아했던 어머니
꽃이 피면 그 옆에 서서 사진을 찍어 달라하던 어머니
아직 어머니 방에는 꽃이 피어 있습니다.


 

 

 

 

 

 

 

 

마흔 해를 기다려온 어머니
어머니의 마지막 여행은 전태일과 만남이고
어머니의 진정한 삶은 이제야 만난 전태일과의 해후로 시작될 것입니다.
어머니, 전태일과 아름다운 삶과 사랑 나누세요.
어머니의 방은 살아남은 이가 지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