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훈련, 필요한가요?
교육훈련, 필요한가요?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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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모두 긍정한 교육훈련 앞으로 어떻게 돼야 하나?

[커버스토리] ① 노사에게 교육훈련이란?

노동자 × 교육훈련 = ?

노동자 교육훈련은 우리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분야이다. 사회적인 시선은 온통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육에 집중돼 있다. 이는 반대로 우리 사회가 성인기 교육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의무 교육을 전후로 배움이 단절되는 현상을 반증하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노동자 교육훈련은 중요하지 않을까? 필요성은 없을까? 이러한 물음에서 시작해보려 한다. 현재 우리 사회의 노동자 교육훈련에 대해 짚어보고 앞으로 노동자 교육훈련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려 한다.

간단하지만,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그래서 교육훈련은 정말 필요한가? 우리가 만난 노사의 반응은 흥미로웠다. 질문을 받은 이들 대부분이 자동적으로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는 저마다 달랐다. 하지만, 그것이 곧 그들이 지금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배울 수 있다는 뜻도 못 됐다. 기업입장에서도 교육훈련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과 가르칠 수 있는 여력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교육훈련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1.

“‘오더(oder·주문)’가 나는 대로 주사를 놓을 뿐이다.” 1년차 간호조무사인 지연(가명·36) 씨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환자들에게 주사를 놓는다. 하지만 정작 주사의 성분이나 효과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지연 씨는 “간호조무사들이 간호사나 의사에게 물어보지 않는 한 먼저 설명해주지 않는다”며 “환자들이 주사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을 때면 난처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자주 놓는 주사는 인터넷에 검색해보기도 하지만 한계가 있다.” 지연 씨와 함께 일하는 간호조무사는 모두 4명. 지연 씨는 “‘하면서’ 일을 배웠지, 체계적으로 교육훈련을 받아본 경험이 없다”고 말했다. “한 번은 원장님의 소개로 학회에서 주최한 내시경 교육을 받으러 간 적이 있었다. 마침 내시경 소독과 세척방법을 배우고 싶었던 참이어서 내심 기대가 컸다.” 하지만 교육을 받은 뒤 금세 후회가 들었다. ‘굳이 들을 필요가 있을까?’ 지연 씨는 “매우 형식적인 교육이었다”며 “정작 궁금한 내용은 알 수 없었다. 다시는 안 가도 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지연 씨는 ‘이러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교육훈련 기관을 알아본 적이 있었느냐’는 질문엔 “단 한 번도 없다”고 대답했다. 이어 그는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다”며 “이런 사실을 지금 알았다는 게 당황스러울 정도”라고 했다.

지연 씨는 환자를 잘 응대하기 위해 주사에 대한 성분이나 내시경 소독 방법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교육훈련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지연 씨는 정말로 교육훈련이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교육훈련을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과 실제로 교육훈련을 받고 있는 것, 받을 수 있는 것은 어떤 상관관계에 있을까?

#2.

스포츠 IT기업의 마케팅 부서에서 3년 째 일하고 있는 민기(가명·27) 씨는 최근 신사업전략팀에서 데이터 분석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요즘 같은 세상’에 데이터 분석을 미리 배워두면 향후 이직 등에서 유리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민기 씨는 조직개편 때 잡 마켓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바로 지원을 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지원해주는 사외교육 ‘SQL(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는 하부언어) 교육’을 함께 신청했다. 민기 씨는 “실제로 회사에서 사용하는 툴이기 때문에 상당히 도움이 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민기 씨 회사는 직원들에게 한 프로그램 당 200만 원 이내의 교육을 무제한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민기 씨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그동안 일본어, 엑셀(Excel) 실무, 데이터 분석 및 해석, 재테크, R 웹 크롤링(Web Scraping), 교육 마케팅 세미나 등 다수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들어왔다고 말했다. 민기 씨는 “다른 기업에 비해서 CEO가 교육훈련을 상당히 중시하는 편”이라면서 “점심시간엔 사내에서 요가 수업도 들을 수 있다. 굳이 교육훈련에 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민기 씨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규모는 400명 안팎. 민기 씨는 “배우면 배울수록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좋다”며 “지금보다 더 큰 미래를 그릴 때 배움에 대한 욕구도 더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배운다는 게 꼭 회사 업무와 연결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단순히 영어를 공부할 수도 있고,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도 있다. 회사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민기 씨 역시 평생직장이 없는 요즘, 교육훈련으로 불안정한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육훈련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회사 덕분에 필요한 교육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다. 주목할 점은 민기 씨의 회사가 당장 직무와 연결되지 않은 교육에도 교육비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민기 씨가 생각하는 교육훈련의 개념도 직장 밖으로 확장한다. 기업은 꼭 직무와 연관된 교육훈련만 지원해야 할까? 이에 민기 씨는 “기업이 직무 외 교육훈련까지 해줄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해도 개인으로선 어쩔 수 없는 문제”라며 “직무 외 교육훈련은 다소 부가적인 차원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노동자가 직장에서 받을 수 있는, 받아야 하는 교육훈련의 범위는 어디까지가 적정한 것일까?

한편, 지연 씨와 민기 씨의 사례에서 엿볼 수 있듯 교육훈련의 ‘기회’에 있어선 노동자가 속한 일터의 여력, CEO의 마인드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보인다.

#3.

지난해 여름 수진(가명·34)씨는 그 ‘지긋지긋’한 군대에서 벗어났다. 입대한 지 8년 만이었다. 수진 씨는 전역 후 전직을 고려할 틈도 없이 세계여행을 떠났다. “업무로 쌓인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일단은 떠나고 보자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귀국 뒤 상황은 달라졌다. 수진 씨는 “여행할 때만 해도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새롭게 도전하고, 배우지 못했던 것을 배우면서 다른 삶의 방식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한국으로 돌아오니 마음이 조급해졌다”고 말했다. 수진 씨는 “모아둔 돈은 계속 주는데, 정부 지원금은 찔끔찔끔 나온다. 뭐든지 하려고 하면 돈이 들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수진 씨는 “34살에 사회에 뚝 내던져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최근 남자친구의 소개로 정부의 ‘취업성공패키지’를 알게 됐다”며 “그동안은 있는 줄도 몰랐다. 정부가 대학교 교과목에 넣어서 국민들에게 설명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실업자인 수진 씨에게 교육훈련은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퇴직한 수진 씨가 교육훈련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정부가 지원하는 민간 교육기관 정도. 하지만 수진 씨는 이마저도 “정부가 순수하게 무언가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을 지원해주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빨리 취업하고 싶은 사람들, 취업이 절실한 사람을 거르는 데 정책을 이용하는 것 같다. 지원조건이 너무 까다롭다”고 평가했다.

수진 씨는 취업성공패키지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취업성공패키지’를 지원받으려면 주 30시간을 일해선 안 되는데, 어떻게 정부가 돈이 필요해서 직장을 구하는 실업자에게 아르바이트도 못하게 하면서 교육훈련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물론, 이것이라도 해주니까 고마워해야 하겠지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백수가 돼서 이러한 한국 현실에 부딪혀 보길 바란다. 그래야 구직자들이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거칠게 말하기도 했다. 수진 씨는 “재직 시절엔 교육훈련이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어서 찾아본 적이 없다. 물론, 다른 걸 배울 시간도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 투자냐 비용이냐

기업 입장에서도 교육훈련은 중요하다. <참여와혁신>과 만난 기업 관계자 다수는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교육훈련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욱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인적 자본의 수준이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며 “이는 기업이 추구하는 이윤창출과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욱 본부장은 “대기업의 경우엔 오랜 시간 교육훈련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어서 기업별로 인재개발원을 두는 곳이 많다. 사내 교육훈련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엔 기업이 근로자 개개인이 갖춘 잠재적 역량을 높게 보고 있다”며 “근로자 한 사람이 기업의 미래 먹거리까지 책임질 수 있다고 보고 교육에 대한 투자가 보다 더 적극적이고 확장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노동자가 기업에서 받을 수 있는 교육훈련의 범위는 어디까지가 적정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직무 내의 범위로 한정하는 것이 맞다”며 “기업에게 교육훈련은 투자의 개념이면서 비용이기 때문에, 근로자의 역량을 향상시켜서 성과가 나고 이윤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기업이 기본적으로 직무 밖의 교육훈련까지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다소 무리가 있다. 여유가 있는 기업에선 복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인력개발원 관계자도 “경영자의 가치관에 따라서는 기업이 직장 밖의 근로자 개인의 삶까지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기업에서 퇴직 후 10년 후에 먹고 살기 위해 다른 것도 공부하라고 장려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기껏 가르쳐 놨더니 이직을 했다면 ‘손해를 봤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고 했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 인력개발원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우엔 직무와 직결되는 교육훈련도 지원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는 중소기업에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할 테니 근로자를 교육시키라고 유인한다. 기업 입장에선 정부가 무료로 교육을 해주고, 인건비도 지원해주니 안 시킬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중소기업은 여력이 없다. 납기가 있으면 밤을 새서라도 작업해야 하는데, 5인 미만 사업장에서 한 사람을 교육훈련 시킨다고 뺀다? 기업의 규모가 작으면 작을수록 한 사람이 빠지면 기업에 미치는 타격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교육비를 지원해도 받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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