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도돌이표
[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도돌이표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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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전태일 #농민 #도로공사갈등 #구로공단

요즘 언박싱(unboxing) 영상이 유행입니다. 언박싱은 구매한 상품의 상자를 여는 과정을 의미하는데요. 시청자들은 영상을 보면서 어떤 상품이 나올지 기대하고 상품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재미를 얻습니다.

한 주간 <참여와혁신>에서 나온 기사들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지금부터 키워드 언박싱을 시작해볼까요?

 지난 11월 13일 오전 11시 마석 모란공원에서 진행된 49주기 전태일 추모 행사 현장. ⓒ 참여와혁신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이 주의 키워드 : 도돌이표

도돌이표는 표시된 지점으로 다시 돌아가라는 뜻의 악보기호입니다. 주로 노래 후렴구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때때로 흥겨운 노래를 부를 때면 도돌이표를 무한정 추가하기도 합니다.

지난 11월 9일부터 16일까지 <참여와혁신>에 올라온 기사를 ‘도돌이표’라는 키워드로 묶어봤습니다. 우리는 항상 즐겁고 기쁜 일들에만 도돌이표가 있길 바랍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을 가리지 않고 반복됩니다. 노동계에서는 특히 ‘슬픈’ 도돌이표가 많았던 것 같은데요. 한 주간 과연 어떤 일들에 도돌이표가 매겨졌는지 알아볼까요?

[11월 13일]"전태일 정신 계승하여 노동존중사회 이루겠다“

[11월 9일]민주노총, “우리가 전태일이다” 노동자대회

[11월 16일] 한국노총, "노동자 외면하는 노동법 개악 저지하겠다"

1960년 11월 13일 평화시장 입구에서 스물 두 살의 젊은 봉제노동자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습니다. 불씨가 닿기 전에 그는 휘발유를 온몸에 뿌린 채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를 혹사하지 말라”고 외쳤습니다. 맞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명맥이 끊긴 노동계를 부활시킨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11월 13일은 전태일 열사의 49번째 기일이었습니다.

매년 양대노총은 11월 13일을 전후로 노동자대회를 개최합니다. 올해는 민주노총에서 11월 9일, 한국노총은 16일 개최를 했습니다. 노동자대회는 따로 열어도 전태일 열사를 추모하는 마음은 같습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13일 마석 모란공원에서 함께 전태일 열사를 추도했습니다.

김주영 위원장은 “노동문제가 쉼표에서 머물다가 도돌이표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고 한탄했습니다. 김명환 위원장은 “우리 사회는 50년이 지났어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외치고 있다”는 일침했습니다. 여전히 노동현장에서 전태일 열사와 같은 이들이 필요하다는 가슴 아픈 사실이었습니다. 우리는 언제쯤 전태일 열사의 슬픈 도돌이표에 마침표 찍을 수 있을까요?

[11월 11일]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 이 시각 농민은 어디에

길쭉길쭉한 ‘빼빼로’가 생각나는 11월 11일은 사실 농민의 날이었습니다. 지난 번에는 '농민의 날'의 의미를 살려 초코 막대과자 대신 가래떡을 먹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올해는 영 잠잠합니다. 대신 농민들이 직접 목소리를 냈습니다.

지난 10월 2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이하 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인데요.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게 되면 농민들이 받을 수 있는 농업보조금 한도가 절반가량 줄어들게 됩니다.

농민들이 WTO 개도국 지위 포기에 반대하는 모습에서 지난 1990년대 초 ‘우루과이라운드’ 협정 체결 반대 당시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정 체결로 한국은 세계 시장으로 편입됐지만 그 과정에서 농민들은 철저히 소외됐습니다. 오죽하면 당시 농민들이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을 제2의 을사늑약이라고 불렀을까요. WTO개도국 지위 포기로 농민들에게 또 다시 고통과 아픔을 주는 건 아닐까 염려가 큽니다. 이번에는 농민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단단히 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11월 12일] DLF 사태 촉발, 문제 원인은 무엇이었나

올 한해 금융계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이슈는 ‘파생결합펀드(Derivatives Linked Fund, 이하 DLF)’였습니다. 위험성이 높은 상품을 금융기관에서 충분한 설명 없이 팔았던 것입니다. 60~90% 원금손실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가져왔고, 피해자의 70~80%는 60대 이상 고령층이었습니다.

11월 12일 국회 토론회에서는 DLF 사태를 재발방지대책을 찾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머리를 맞댔습니다. 좋은 취지의 토론회이지만 늦은 감이 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정승일 사무금융노조 정책연구소장은 “키코 사태가 벌어진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아 또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 씁쓸하다”고 말했습니다.

2000년대 후반 불어닥친 키코(KIKO·Knock In-Knock Out) 사태로 수출 중소기업들이 대규모로 파산하는 일이 벌어졌었습니다. 키코나 DLF나 피해자가 누구냐의 차이일 뿐 사태를 불러일으킨 원인은 똑같았습니다. 이제 다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11월 12일] 도로공사, 본사 점거 노동자들에 1억 원 손해배상 청구

한국도로공사 본사를 점거농성 한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가 1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했습니다. 소송을 제기한 이는 한국도로공사였는데요. 한국도로공사가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점거농성 과정에서 현관 회전문, 화분, 집기 등을 파손해 ‘물적피해’가 발생했다는 겁니다. 또한 점거농성이 계속됨에 따라 추가 피해가 발생하면 청구 금액이 높아질 수도 있다는 뜻도 내비쳤습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명백하게 물적 피해가 발생한 상황이다. 도로공사가 입은 물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라며 "구체적인 피해 사항은 소장에 자세하게 나와 있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문제해결이 늦어지니 중간정산이라도 받고 싶었던 걸까요? 도로공사 ‘사태가 장기간 해결되지 않는 한 단면이 드러난 것 같습니다. 대화가 어렵다고 테이블을 뒤집어서야 대화가 잘 풀릴 수 있을까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임을 누구라도 알지 않을까 싶습니다.

[11월 14일]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노동자, 포괄임금제로 고통 받는다

11월 14일 오전 10시 국회에서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노동자의 노동환경실태와 개선방안을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20년 전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구로공단으로 불렸습니다. 당시에는 봉제 공장이 주를 이뤘지만 ‘디지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제는 IT기업과 청년 스타트업의 메카가 됐습니다.

하지만 토론회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개선되지 않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실태가 폭로됐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현재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기저에는 ‘포괄임금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박준도 노동자의 미래 정책기획팀장은 “법정최저임금이 올라도 연봉제와 포괄임금제, 연장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관행 때문에 임금은 오르지 않으며 중소 스타트업기업에서 일하는 탓에 연장근로 상한제의 적용도 받지 못한다”고 포괄임금제의 폐해를 지적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구로공단과 서울디지털산단 노동자가 하는 일은 달라졌지만, 노동조건은 도돌이표인 현실입니다.

유독 ‘슬픈’ 도돌이표가 많이 보였던 한 주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슬픈 도돌이표의 마침표를 찍기 위한 사람들도 늘 함께 있었습니다. 여전히 희망은 남아있음이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독자여러분은 슬픈 도돌이표 속에서도 희망을 보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