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삶, 노동, 부동산
[취재후기] 삶, 노동, 부동산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10.14 16:45
  • 수정 2020.10.14 16: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특히나 뜨거운 주제인 ‘부동산’을 10월호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소재의 주목도 측면만 고려해서 커버스토리 주제로 선정한 것은 아니었다. 천정부지로 솟는 부동산 가격은 재테크 문제 이전에 주거의 문제라서 모든 노동자가 고민하는 삶의 문제이다. 모든 노동자의 문제라는 지점이 부동산이라는 소재를 다루기 위한 출발점이었다. 거기서부터 출발해 부동산 문제가 노동자에게, 노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뜨거운 여름에 기획을 시작했고 취재, 설문조사를 통해 추석 즈음에 기사를 완성했다. 그리고 급작스럽게 추워진 가을이 왔다. 그래도 여전히 부동산 문제는 여름처럼 뜨겁게 한국 사회를 달구고 있다. 커버스토리 취재에 참여한 기자들과 이번 취재를 복기하면서 부동산 문제와 노동의 문제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 나눠봤다.

취재 후기는 박완순(이하 ), 백승윤(이하 ), 손광모(이하 ), 임동우(이하 ) 기자가 함께했다.

나와 우리의 문제, 부동산

: ‘부동산과 노동자’를 주제로 했던 10월호 커버스토리를 마감했다. 시간은 조금 지났지만 마감 소회 먼저 들어보겠다.

: 주거가 사회 속에서 얼마나 유기적으로 얽혀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다. 단순히 집을 구해 사는 것을 넘는 의미가 있었다. 주거안정을 위해 개인적으로 무엇을 노력할 수 있을까, 사회적으로는 어떻게 바라볼까 고민한 계기였다.

: 웹툰 '송곳'의 유명한 대사가 있다. 서 있는 곳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 서 있는 곳인 집에 따라서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서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집을 살 생각이 없는데,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욕망을 이해는 할 수 있었다.

: 동우, 광모 기자가 생각했던 것과 비슷하다. 부동산은 양면성이 있다. 엄청난 돈도 되고 의식주의 기본적 요소라 갖춰지지 않으면 불안하고 삶이 힘들고. 그래서 우리 대다수 시민의 문제인 것 같다.

: 주거 안정을 위해서 부동산 정책이나 주거 지원 사업 등에 대해서 잘 알아야겠더라. 부동산 시장과 주거 안정 문제는 연동되니 말이다.

집 살 수 있을까?
살 수 있지만, 살아갈 정도인가?

: 집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 살 수 있다. 정부정책에 따른 지원 사업, 전세자금대출, 정부 임대 주택 등 꽤나 많은 선택지들이 있다. 다만 나에게 얼마나 맞는 집을 구할 수 있냐가 문제다. 한편으로는 내 집 마련이 꼭 집을 소유하는 것일 필요가 있는지 고민도 해봐야 한다.

: 복잡하다. 나는 연희동에 살고 있다. 꽤 부촌이라고 평가 받는 여기에서도 큰 길을 두고 좌우로 부촌과 빈촌이 나뉜다. 이런 모습을 보면 과연 집을 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빈촌에 해당하는 곳의 집값도 만만치 않다. 만약 산다고 해도 월급의 상당량이 떼어지니 문제다.

: ‘마음에 꼭 드는 집’까지는 아니라도 살 수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 내 삶의 궤도를 유지하는 수준의 집을 사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겠다(현재 부모님과 동거 중). 직장과 먼, 정주여건이 다소 미흡한 장소에서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욕심을 버려야한다는 말은 아니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대단한 집을 원하는 게 아니니까. 덧붙여서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 안정 정책이 많아서 결혼을 하면 내 집 마련이 더 수월하지 않을까 싶었다. 결혼 계획이 없어서인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살 수 있다. 앞서 말한 정부 정책, 정부 지원 사업 등을 활용해볼 수 있다. 무주택자에서 유주택자로 갈 때 대출은 강하게 규제하지 않는다. 그런데 주거지를 선택하면서 우리 삶이 완벽히 뒤바뀌는 상황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취재를 통해 확인했다. 재테크로 흔히 부를 크게 얻는다든지 어떻게든 집을 구하다보니 쾌적하지 않은 집을 얻어야 한다든지, 서로 다른 방향이지만 선택한 주거지로 삶이 뒤바뀐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될까?
= 부동산 버블이 꺼질까?

: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상화란 무엇인가?

: 시장은 상품이 팔리는 곳이다. 부동산은 노동으로 생산한 상품이 아닌 토지와 노동으로 생산한 상품인 건물이 함께 세트로 있다. 여기서 토지는 거래할 수 없고 건물만 거래할 수 있는 것이라 본다. 그래서 시장 안정화라고 말하면 1차적으로 건물에만 값이 매겨지고 거래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 우리가 커버스토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토론하면서 함께 생각을 모았던 것이 부동산 시장 거품이 많이 꼈으니 거품이 꺼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시장이 안정화 될 수 있냐는 가능성을 봤을 때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대한민국 사회가 부동산을 통해 부를 축적해 온 경험 때문이다. 사회가 축적한 역사적 경험을 바꿀 수 있는 모멘텀은 무엇일지 고민이다.

: 집이 개인의 삶을 좌우하는 것이 아닌 개인의 노동 활동이 우선이 될 수 있도록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라고 생각한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은 그만큼 대가를 지불하고 좋은 집을 사면 되는 것이고.

: 지금 부동산 버블이 꺼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정확히 말하면 투기 수요가 사라져 거품이 빠지는 것이다. 빌라마저 투기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심각하다.

내가 노동하는 이유,
내 집 마련

: 노동의 관점으로 부동산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무엇인가? 우리가 기사로 쓰기도 했지만 좀 더 의견을 나눴으면 한다.

: 앞서 이야기했지만 튼튼한 일자리가 기반이 돼야 한다. 산업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불안정한 일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구축되고 안정적으로 노동소득을 벌어갈 수 있는 일자리가 주어진 상황에서 주거 안정 정책이 같이 연계될 필요가 있다.

: 우리가 ‘내가 일하는 이유 중 내 집 마련은 몇 순위냐’는 설문을 했다. 1~3순위에 68%가 응답했다. 우리가 이 질문을 떠올리게 된 배경은 ‘노동의 이유가 곧 내 집 마련’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노동의 이유가 일 자체 혹은 자기 능력 계발에 있지 않고, 노동소득으로 편안한 삶을 살려고 하는 것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잘 살아보려고’ 일하려는 게 여태까지의 노동이었던 것 같다. 그것이 내 집 마련이라고 하는 부동산으로 표출되는 것 같았다. 그런 고민 속에 과연 ‘잘 사는 게 뭐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 우리 사회에서는 땀 흘려 일해 보람을 느끼고 공정한 대가를 받고 있다는 생각보다 일은 그냥 요령껏 하는 게 (효율적이 아닌) 최고라는 생각이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게 부동산이나 다른 곳에 눈 돌리도록 자극해주는 요소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하루의 삶을 살아내는 것 자체가 노동의 이유인 사람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 사람들에게 노동에서 보람을 찾자고 하는 게 오만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다양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 집은 삶의 기본 요소이기 때문에 주거 걱정은 없어야 한다. 삶의 기본요소인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것이 보장 되지 않으면 사회생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사회생활에 노동도 포함되니 주거가 불안하면 일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악순환이다. 근로소득만으로도 주거가 보장돼야 한다.

못 다한 부동산 이야기
청년, 주거취약계층, 재건축, 도시기획

: 커버스토리에서 못 다한 이야기가 있다면 이야기하고 마무리하자.

: 설문조사 결과 젊을수록 무주택자가 많고, 소득이 낮을수록 무주택자가 많았다. 또한 연령이 높을수록, 소득이 높을수록 유주택자 비율이 많았다. 당연한 얘기이겠지만, 그래서 세대 관점으로 부동산을 봐도 괜찮았겠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측면에서 2030세대가 독립하지 않고 부모님과 동거하는 비율이 꽤 높았다. 이들이 독립하지 못하는 이유를 물어봤으면 어땠을까 싶다.

: 첨언하자면 청년 이야기로 풀고 부모 세대의 이야기까지 한다면, 결국 전 세대 이야기이고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룰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접근도 괜찮았겠다. 별개로 광모 기자의 이야기를 들으니 독립하지 못하는 삶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궁금해졌다. 한편으로 우리가 커버스토리 브레인스토밍하면서 도시생태, 도시계획 이야기도 했었다. 사람들이 살 수 있게 하는 일자리를 만들고, 일자리 주변에 주거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사회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지 향후에 고민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 이번에 재건축 조합의 이기주의와 민간 사업자에게 맡겨진 공공임대주택을 다뤘어야 했다. 민간사업자의 경우 정부 지원을 받고서도 진짜로 실수요자들에게 맞는 주택을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개별적으로 내 집 마련한 분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통해 알았지만 재건축이 우리 사회에서 집값을 띄우는 이유가 되고 있다. 재건축 조합원들의 이기적인 가격 상승 담합이 우리 사회 안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다뤘어야 했다. 한편으론 이러한 지점이 현재 부동산 정책에 구멍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정부의 주거 안정 대책의 주요 수혜자가 신혼부부인 것 같다. 사실 관계를 따져야겠지만, 올바른 접근법인지 의문이다. 주거에 불안을 느끼는 시민은 다양한데 말이다.

: 취재 후기 마치겠다. 모두들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