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전환에 ‘정의’ 더하려면, ‘노동’ 더해야
산업전환에 ‘정의’ 더하려면, ‘노동’ 더해야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6.16 19:22
  • 수정 2021.06.16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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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산업전환, 노동의 참여가 미래다”
​​​​​​​산업전환협약 체결, 공동결정법 추진 등 강조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김호규)은 16일 오전 11시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희생과 파괴가 없는 노동참여 산업전환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디지털 전환, 탈탄소 전환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이미 산업전환은 확정된 미래다. 금속노조는 노동이 희생되지 않기 위해 산업전환과정에서 노동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김호규)은 16일 오전 11시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희생과 파괴가 없는 노동참여 산업전환 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금속노조는 올해 3월 진행된 정기대의원대회에서 255개에 달하는 금속노조의 모든 사업장에서 ‘산업전환협약’ 체결을 요구하기로 결의했다. 금속노조가 주장하는 산업전환협약에는 현재 대기업 중심으로 짜여 있는 정부의 산업전환 정책에 대한 비판과 노동이 함께 참여하는 가운데 산업전환을 이행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담겨있다. 산업전환 과정에서 노동이 희생되지 않도록 ‘정의로운 산업전환’(Just Transition)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금속노조는 교섭단위에서의 산업전환협약 체결과 더불어 공동결정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동결정법은 정의로운 산업전환이라는 목표 아래 민주적 산업전환위원회를 산업‧업종‧지역별로 구성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또한 노동을 대표하는 주체가 ‘노동조합’에 한정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사회경제적 주체로서 ‘일하는 사람’들의 대표자면 누구나 산업전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 관련 기사 :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위한 금속노조의 공동결정법

실제로 업종별 현장에서는 산업재편에 대한 불안감이 짙었다. 또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노동참여’가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철강산업은 한국에서 탄소배출량 1위 업종이다. 2019년 기준 국내 철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억 1,700만 톤으로 전체 배출량의 16.7%에 육박했다. 지난 2월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6개 철강기업과 정부, 학계 등은 2050 탄소중립을 위해 ‘그린철강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여기에 노동조합은 참여하지 못했다.

목수조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수석부지회장은 “포스코는 철강산업의 경쟁 심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탄소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전환과 스마트팩토리 도입을 서두르겠다고 한다”며 “노동자를 공장의 생산부품으로 상정하고 진행하는 산업전환과 스마트 팩토리는 노동자에겐 지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항공제조산업도 코로나19와 기후위기로 인해 빠르게 재편되는 산업 중 하나다. 코로나19 상황은 여객기 위주의 항공제조산업을 화물기 위주로 재편하고 있다. 선도업체의 경우 탄소중립을 위한 액체수소연료 가스터빈엔진이나 수소연료전지 항공기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항공제조산업 구조상 대기업을 제외하면 산업재편에 따라가기 버거운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1년 3월 발표한 ‘제3차 항공산업발전 기본계획’에 따르면 KAI, 대한항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대형 3사가 전체 항공산업 매출의 83%, 고용의 57%를 차지한다.

최진영 금속노조 아스트지회 지회장은 “2020년 이미 국내 항공산업 전체 인력의 약 8%에 해당하는 1,400명 이상이 산업을 떠났다. 산업의 중추를 이루는 노동자의 숙련을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산업 안에 머무르게 할지 대책이 없다”면서, “정부가 내놓은 경쟁력 강화대책인 국제공동개발 사업의 참여기회는 대기업에만 열려있다. 중소기업이 연합해 새로운 사업모델로 진출하게 지원하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이 밖에도 ▲완성차 부문에서 정부의 미래차 정책이 대기업 중심으로 짜여 있는 점 ▲자동차 부품사 부문에서 부품사의 미래차 전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원하청 불공정 거래 문제를 해소해야 하는 점 ▲중대형 상용차 부문에서 산업정책이 부재한 점 ▲조선 부문에서 중형조선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부족한 점 등을 지적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자본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산업재편은 너무나 많은 노동자를 희생시킨다”면서 “정의로운 산업전환의 첫 단추는 노사가 맺는 산업전환 협약이다. 산업전환협약은 혁신역량 부족으로 산업전환에 합류하지 못하는 기업에는 채찍이 될 것이다. 전환과정에서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의 고용을 지키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미래세대에게 지속가능한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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