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기고] 자유롭게 날 수 있게! 새 친구 프로젝트
[녹색연합 기고] 자유롭게 날 수 있게! 새 친구 프로젝트
  • 참여와혁신
  • 승인 2021.11.03 17:46
  • 수정 2021.12.21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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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소영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mint@greenkorea.org
하늘은 나는 황조롱이 ⓒ 김봉균
하늘은 나는 황조롱이 ⓒ 김봉균

누구나 좋아하는 야생동물, 흔히 네발로 걷는 포유류를 생각하기 쉽다. 또한 야생동물은 산골짜기 깊숙이 살고 있어 우리가 흔히 볼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오늘은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야생동물인 ‘새’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새의 이동권과 생명권에 관심을 둔 이들이 쏘아올린 변화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이 달라지고 있지만, 새에 대해 관심을 두는 이는 흔치 않다. 새를 관찰하는 ‘탐조’(探照)도 대중적인 문화가 아니기에 새를 보호한다는 게 낯설게 들릴 수도 있겠다.

유심히 살피지 않았다면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투명한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새들은 상당히 많다. 2017년 국립생태원에서 진행한 ‘전국 인공구조물 야생조류 충돌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하루 2만 마리’의 새가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것으로 추정된다. 1년이면 약 800만 마리에 달하는 엄청난 수다. 더욱이 도로의 투명 방음벽에 부딪혀 죽는 새는 제대로 된 통계가 나오지 않아 전문가들은 800만 마리를 상회하는 죽음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새들의 죽음은 인간 중심의 구조물로 인한 죽음이다. 책임은 분명 우리에게 있다. 그러나 새들의 죽음이 인간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형태로 드러나기에 우리 모두는 새들에게 유리창이 죽음의 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단 한 번도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 만약 새들이 부딪혀 유혈이 낭자했거나 투명창이 깨졌더라면 훨씬 큰 사회문제로 관심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다가 투명한 유리창이 새들에게는 죽음의 벽이 되었을까. 도로의 투명 방음벽은 도로 가까이까지 거주지가 들어서면서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 되었다. 투명 방음벽은 주민들의 경관을 배려해 더 투명하고 더 크게 진화했다. 그러나 새들에게 큰 투명창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열린 공간으로 인식한 것이다. 투명창이 야생조류의 희생을 이끌 것이라 누구도 예측하지 않았다.

도시의 유리 건축물은 새들에게 더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유리 건물 앞에 보기 좋게 나무를 심고, 사람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을 때, 그 누구도 새들이 유리 건물에 부딪힐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다. 건물의 유리가 주변 풍경을 반사하면서 새들에게 유리 건물이 장애물이 아니라 연속된 풍경으로 여기게 한다. 시속 30~70km로 나는 새는 투명한 유리창이나 풍경이 비치는 반사창을 열린 공간으로 여긴다. 비행속도 그대로 날아가 부딪혀 죽는다.

불필요한 새들의 죽음을 줄이기 위해 꽤 오랫동안 매와 독수리 같은 맹금류 스티커를 붙이는 방법이 유행하기도 했다. 작은 새들이 천적이 무서워 옆으로 피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새는 고정된 그림을 천적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맹금류 스티커로도 유리창 충돌은 여전히 발생했다.

새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가 투명한 유리창을 날 수 없는 공간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새들의 눈에 유리창이 작게 분할돼 보이도록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다.

녹색연합은 2019년 ‘새(bird) 친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충남 서산 지역에서 도로가 개통된 뒤 방음벽 아래에 죽어있는 새를 보고 문제의식을 느낀 지역 주민의 요청을 받아 649번 지방도로 방음벽에 유리창 분할을 위한 스티커를 붙이는 일을 함께 시작했다.

작은 새들도 스티커를 장애물로 인식해 피해할 수 있도록 6mm 크기의 점을 세로 5cm, 가로 10cm 씩 규칙적으로 붙여야 한다. 새 친구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모금에 참여하여 투명창을 여러 개의 면적으로 분할시켜줄 조류충돌 저감 스티커를 구입비용을 함께 마련하고, 현장에 함께 방문해 스티커를 붙이는 일까지 진행했다.

실제 그 효과는 어땠을까. 방음벽 6곳의 모니터링 결과 조류충돌 저감 스티커는 붙이기 전보다 부딪혀 죽는 새가 92.6%나 줄었다. 새 친구들의 노력으로 물까치, 박새 같은 텃새부터 어쩌면 참매 같은 천연기념물까지 죽음의 벽으로부터 지켰다. 후원으로 참여한 이, 현장에서 스티커를 붙인 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한 이가 함께 협력하여 투명한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새들의 죽음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새 친구 프로젝트는 시민들이 자발적인 후원과 지속적인 활동 협력으로 변화의 방향을 이끌었다. 또한 전국적으로 새 충돌 문제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켰다. 앞으로 유리 건축물과 도로 방음벽 시공조건을 바꾸자고 요구할 근거를 만들기도 했다. 실제로 지방정부들이 관계 조례를 제·개정하는 것을 도왔다. 하늘을 날다 이유도 모른 채 죽는, 800만 마리 새의 죽음을 막는 일이 시작됐다.

앞으로 야생생물법과 건축법에 조류 충돌 방지 제도를 정비하는 것, 녹색 건축 인증에 새 충돌 방지를 포함해 야생동물과 공존을 위한 설계를 반영하도록 하는 것, 공공건물과 신규 도로 방음벽부터 새 충돌 저감 장치를 의무화 하는 것, 야생과 공존에 책임을 느끼는 이들이 더 많아지도록 이 문제를 더 알리고 참여하도록 권유하는 것 등 많은 숙제들을 남아있다. 전국의 새 친구들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 국립생태원에서 발간한 ‘2021년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시민참여 조사 지침서’. 이 자료는 국립생태원 홈페이지 생태자료실에서 누구나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