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기고] 용산, 그래도 되는 땅은 없다
[녹색연합 기고] 용산, 그래도 되는 땅은 없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22.04.08 00:00
  • 수정 2022.04.12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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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소영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mint@greenkorea.org
용산 미군기지 인근 지하수 집수정에서 채취한 지하수에서 선명한 기름띠가 보인다. ⓒ 녹색연합

용산이 뜨겁다. 대통령 당선인이 ‘용산 시대’를 공언했기 때문이다. 사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환경 활동가의 큰 관심거리가 아니다. 그런데 이전 예정지에 심각한 환경오염이 있고, 오염 정화에만 수년이 걸린다는 걸 알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더욱이 대통령 당선인은 수개월 안에 이전 작업을 마치고 시민에게 개방하겠다고 하니 고민은 더 심각해진다.

새 집무실이 들어선다고 하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용산 미군기지를 품고 있는 국방부 청사다. 용산 미군기지는 한국전쟁 이후 70여 년 동안 주한미군이 사용했다. 한‧미 양국은 2004년 미군기지 평택 이전 및 용산기지 반환을 위한 협정을 맺었다. 전체 부지의 8.3%는 반환하지 않고 미군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우리 정부는 2007년 미군에게 제공하기로 합의한 부지를 제외한 나머지는 용산공원으로 조성해 시민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용산공원 특별법’이 제정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용산공원’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상 국방부 청사와 더불어 자주 언급되는 바로 그곳이다.

그러나 실제 용산기지 반환 작업은 2020년이 돼서야 시작됐다. 현재 전체 부지의 10분의 1 정도가 반환된 상태다. 그동안 미군기지 반환 협상이 늦춰진 배경에는 바로 반환부지의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 공방이 있었다.

용산 미군기지 내 가장 많은 환경오염 사고는 유류 유출이다. 2021년까지 확인된 전체 유류 유출 사고는 100여 건이 넘는다. 주한미군의 자체 기준(주한미군 환경 관리 기준)에 근거해도 1,000갤런(3,780L) 이상 최악의 유류 유출 사고가 무려 7건이나 된다.

유류 유출 사고가 어떻게 수습됐는지, 충분한 정화 작업을 진행했는지에 대해 한국 정부는 기지 내부 출입은 물론 조사 권한도 없다. 기지 밖 자국민들이 오염 피해를 보는데도 정보 접근조차 안 된다. 우리 땅이지만 우리 정부가 가닿을 수 없는 예외적 공간이 바로 미군기지다.

단지 용산기지 주변 지역의 땅과 지하수 오염으로 그 심각성을 유추해볼 수 있을 뿐이다. 서울시는 2004년부터 녹사평역 인근, 남영동 기지 인근 등지에서 유류 오염으로 인한 지하수 정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벤젠 같은 맹독성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크게 넘어서 검출되고 있다.

또한 반환받은 기지의 오염 상태를 확인한 결과 우려는 사실이었다. 남영동에 위치한 캠프킴에서는 발암 물질이 기준치의 2,000배 초과 검출됐다. 확률상 100명 중 2명이 암에 걸릴 수 있는 오염 수치다.

군사기지에서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되기 위해서는 안전성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한‧미 양국이 부지 내 환경오염을 어떤 방식으로 책임지고 해결할 것인지 협상해야 한다. 협상을 토대로 정화 작업을 진행하고, 안정성을 검증한 이후에야 공원으로 조성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공원은 가족과 아이들이 주로 찾는 공간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용산공원 기본계획에서도 오염 정화 기간으로 무려 3년을 잡고 있다. 3년이라는 시간은 먼저 반환받은 부지의 오염 정화의 기간을 고려해 설정한 것으로, 실제 오염도에 따라 기술상 필요한 필수 시간이다. 더욱이 정화하지 않은 채로 부지를 반환받을 경우 오염 정화의 숙제는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다. 제대로 된 정화를 하려면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도 요원하다.

대통령 당선인이 강경하게 추진하는 집무실 이전에는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미군이 마땅히 져야 할 정화 책임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용산 미군기지 반환을 서두르는 순간 우리는 전국의 미군기지 환경 문제를 개선할 기회를 스스로 버리게 되는 셈이다.

용산 미군기지의 용산공원 전환은 ‘용산공원 특별법’을 추진하면서 지역주민, 시민단체, 정부, 전문가가 오랫동안 논의해 합의한 사안이다. 용산 미군기지는 사전예방의 원칙, 오염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안전하고 깨끗하게 정화한 이후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새 정부가 놓쳐서는 안 되는 원칙이다.

용산미군기지 환경문제를 더 자세히 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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