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기고] 멸종이 아니라 생명을 선택하라
[녹색연합 기고] 멸종이 아니라 생명을 선택하라
  • 참여와혁신
  • 승인 2022.03.11 12:39
  • 수정 2022.03.11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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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소영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mint@greenkorea.org
새만금 수라갯벌 위를 날아오르는 저어새. 저어새는 국제적인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우리나라 서해갯벌에서 번식한다. ⓒ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새만금 수라갯벌 위를 날아오르는 저어새. 저어새는 국제적인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우리나라 서해갯벌에서 번식한다. ⓒ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우리나라에서 환경운동이 본격화된 지 대략 30년이 흘렀다. 그 과정은 참 모질게도 성장의 욕망과 고단한 대치의 연속이었다. 지역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대규모 국책사업 사이에서 새만금 개발은 늘 삐죽이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다. 

만경강과 동진강이 서해와 만나는 곳에 드넓게 펼쳐졌던 이 비운의 갯벌에 1991년 식량 안보 확보라는 위대한 구실로 농지조성을 위해 간척사업이 시작됐다. 갯벌의 가치와 수질오염 문제 제기에 보란 듯이 세계에서 가장 긴 물막이 방조제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리더니 무소불위의 새만금사업촉진특별법에 힘입어 산업단지와 상업단지, 관광단지를 붙인 종합개발 세트장으로 변신했다.

끊임없는 갯벌 예찬, 삼보일배 고행, 미래세대의 환경소송, 새만금공사중지가처분 신청 소송.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력과 만난 개발의 욕망을 이겨내긴 어려웠다. 급기야 기후위기 대응의 국제 흐름에 발맞춰 태양광발전단지가 들어서고, 신공항 계획까지 가세해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비상할 ‘글로벌 명품 새만금’을 건설하는 국책사업 설계가 완성됐다. 

나라의 수장이 무려 일곱 번이나 바뀐 근30년 동안 풍요와 행복의 조건이 달라질 법도 하건만, 여전히 새만금은 전북의 장밋빛 미래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환경부는 기어이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새만금 신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조건부로 동의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환경측면에서 사업계획이 적정한지, 입지가 타당한지를 평가하고 검토하는 절차다.

국토교통부의 두 차례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보완 요구에 환경부는 겨우 한 달 만에 보완서, 재보완서를 각각 제출했다. 환경단체에서는 불가역적인 생태계 훼손이 불가피한 개발사업에 국토부가 면죄부를 요구하고 있다는 문제제기를 끊임없이 해왔던 터다.

결국 이번 환경부가 내린 조건부 통과 결정은 선거 시기 지역표심과 정치 이득을 위해 생태계 훼손을 용인한 것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새만금 신공항 계획 부지인 수라갯벌은 어떤 곳인가. 수라갯벌은 전 세계 철새 이동경로 중 가장 많은 철새가 이동하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상에 있다. 철새의 핵심 기착지(쉼터)이자 보금자리다. 지난해 7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한국의 갯벌’로 등재된 서천갯벌과 연결된 생태권역이기도 하다.

수라갯벌에는 저어새와 흰발농게 등 국제적인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비롯해 여러 생명들이 기대 살아가고 있다. 국토교통부 스스로도 밝혔듯이 36종 이상의 법정 보호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야생조류는 31종의 보호종을 비롯한 159종, 약 16만 개체 이상이 사업부지를 가로질러 이동하고, 기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구 위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규모 철새 도래지라는 입지 특성은 국토교통부의 항공기 조류 충돌 위험을 관리하는 고시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치명적인 항공기 조류 충돌사고 위험으로 입지에 가장 중요한 안전성을 위협하므로 애초에 보완 자체가 불가능한 사업이다.

국토교통부의 경제성 분석(B/C, 통상적으로 1 이상일 때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했다고 판단함)으로 비용 대비 편익의 가성비를 볼 때 0.479밖에 되지 않아 사업성도 없다. 새만금 공항은 바로 1.3km 옆에 위치한 미군기지 군산공항의 활주로 확장에 불과할 것이라는 정황도 확인됐다. 

이렇게 모든 내용이 새만금 신공항 사업 철회를 가리키는데 환경부는 스스로 정체성을 버리고, 정반대의 답을 내놓았다. 

30년 전 방조제 물막이 공사에 온몸으로 맞서던 청년은 이제 귀밑머리가 희끗한 중년이 됐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과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을 이끌며 여전히 갯벌을 지키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새 몇 마리, 갯벌 몇 평 사라지는 것이 무슨 대수냐는 개발론자에게 그이는 수천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삶터의 한 생명도 지키지 못한다면, 우리는 위기 속 그 누구도 지켜내지 못한다고 외친다.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의 입장문은 늘 같은 말로 마무리된다. 

‘우리는 생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야만에 맞서 사랑과 연대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는 이 폭력을 거부하며 새만금 마지막 갯벌을 포기하지 않고, 이 생명을 멸종으로부터 끝까지 지켜낼 것입니다. 우리는 이 사랑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이 힘든 상황에서 왜 체념하지 않는가. 생명을 끝까지 지켜내겠다 끊임없이 다짐하는 것. 거대한 권력에 맞서 가장 하찮은 것으로 치부되는 생명을 대신해 저항한다는 것. 이미, 오래도록 새만금이 되어 싸우는 이들에게 무한한 존경을 보낸다. 우리는 새만금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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