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기고] 강원도를 향한 특별한 환심
[녹색연합 기고] 강원도를 향한 특별한 환심
  • 참여와혁신
  • 승인 2023.06.05 15:40
  • 수정 2023.06.05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윤소영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mint@greenkorea.org
아름다운 백두대간의 모습 ⓒ 녹색연합
아름다운 백두대간의 모습 ⓒ 녹색연합

지난해 강원도는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로 특별자치도로 전환을 선언했다. 올해 6월 11일부터 강원자치도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강원도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해 각종 규제와 남북 간 대립으로 빚어진 낙후와 침체에서 벗어나 희생에서 공정으로, 피해에서 균형 발전으로 변화를 꾀할 거라고 강조했다. 오랜 민심에 화답했다는 보도가 앞다퉈 나왔다. 특별자치도로 가는 길목에서 가장 어려운 관문이던 관련법의 국회 통과는 매우 수월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원도민의 표를 얻기 위한 표심 전략이었다는 걸 부정하는 이는 드물다. 주민의 숙원은 곧 정치력이 된다. 21대 국회는 이 정치력을 활용했다.

지난 5월 25일.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의 미비점을 보완한다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내놓은 대안 개정안은 본회의에서 적극적인 찬성으로 가결됐다. 자리한 238명의 국회의원 중 171명이 찬성했다. 여야 구분 없이 70%를 넘는 큰 지지를 얻었다. 국무총리까지 ‘시급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두 손 들고 거드는 진풍경이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내년 총선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표심 전략이 아니고서야 당정과 거대 야당의 마음이 맞는 시절도 참 드물지 않은가.

이번 특별법 개정안에는 ‘강원도가 자치권을 보장받는 명실상부한 특별자치도로 운영되도록 한다’는 명분으로 △4대 핵심영역(농지·국방·산림·환경)의 규제 개정 권한을 자치도지사로 이양 △미래산업 글로벌 도시 종합 계획 수립 △교육자치 제도 개선을 통한 인재 육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다시 말해 강원도는 특별법에 따라 환경부나 산림청,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의 동의 없이 자체적으로 개발 계획을 세우고, 사업을 실행할 수 있다. 국토 환경보호정책은 무력해지고 오직 강원도의 개발 이익만 있을 뿐이다. 이 특별법이 무소불위의 난개발과 환경파괴법이라 불리는 이유다.

강원도는 우리나라 산림의 약 20%를 차지한다. DMZ 일원, 백두대간 보호구역, 국립공원을 포함한 가장 높은 수준의 보호지역을 품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의 핵심 서식지이자 생물다양성의 바탕이 되는 ‘생태자연도’ 1등급 숲은 우리나라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환경부가 법안 개정의 신중한 검토를 요구한 것도 그 때문이다. 개발사업 협의 권한이 지자체장으로 이양되면, 개발사업의 승인기관이 동시에 환경영향평가 협의권한을 가지게 된다.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가 형식적으로 그칠 가능성을 제기하며, 제도의 근간 훼손을 우려했다. 산림청 역시 한반도의 가장 큰 생태 축인 백두대간 완충구역의 지정 해제가 지자체로 이관되면 산림생태계 건강성을 저하한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했다. 자치분권 보장이 환경 용량을 넘어선 난개발을 조장하는 독소조항으로 쓰일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환경영향평가의 목적은 국가가 환경보전과 지역균형개발의 도모를 위해 환경의 영향을 평가하고 훼손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 중앙정부의 관리 감독 의무를 특례로 배제하는 것은 기존 법률 체계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국가가 환경보전의 의무를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지역소멸이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하는 위기의 키워드가 된 지금, 대통령이 내세운 새로운 지방시대는 모두의 꿈이다. 그 꿈은 무엇보다 국토가 가진 생태 용량 내의 균형 발전이어야 하며, 이것은 자치권 보장보다 우선해야 한다. 생태계는 연결되어 있고, 개발에 의한 생태 수용성은 한정된 것이다. 지역개발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국토 보전과 이용에 대한 명백한 원칙이다. 내년 전라북도가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있고, 특별자치도 전환을 계획하는 지자체도 늘어나고 있다. 어디는 해주고, 어디는 안 해주는 것이 가능할까. 공유재를 둘러싼 자치권과 균형발전의 정치싸움으로 온 나라가 들썩인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의 시대, 생태계 지속가능성은 모두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