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기고] 완벽한 내 휴가에서 빠진 단 한 가지!
[녹색연합 기고] 완벽한 내 휴가에서 빠진 단 한 가지!
  • 참여와혁신
  • 승인 2022.08.05 14:06
  • 수정 2022.08.05 14: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윤소영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mint@greenkorea.org
지역과 자연의 공존을 위한 울진금강소나무 숲길은 예약탐방제로 운영된다. ⓒ 녹색연합
지역과 자연의 공존을 위한 울진금강소나무 숲길은 예약탐방제로 운영된다. ⓒ 녹색연합

자연이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고, 그곳의 환경과 지역주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관광을 오버 투어리즘, 과잉 관광이라고 한다. 코로나 19팬데믹이 있기 전, 이탈리아 유명 관광지 베니스에는 해마다 시 인구의 450배가 넘는 사람들이 방문했다고 한다. 관광선이 다니는 운하 곳곳은 쓰레기가 넘치고 들끓는 관광객들로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필리핀 보라카이는 하루 평균 100톤 이상의 쓰레기가 발생했다. 오염된 물이 바다로 흘러가 백사장이 녹조로 뒤덮이는 등 환경 문제로 6개월 동안 섬을 폐쇄하기도 했다. 

과잉 관광은 먼 나라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제주도의 경우 코로나19 전 하루 평균 약 10만 명이 방문했다. 코로나 감염위험이 장기화되면서 해외 여행객은 급감했어도 가장 해외스럽게 휴가를 즐기기 위한 내국인들이 끊임없이 찾아, 한 해 평균 1,000만 명 이상이 제주를 방문했다. 이 인기는 두 번째 공항 추진의 끊임없는 원동력이 됐음은 물론이고, 발생되는 하수와 폐기물은 처리용량을 넘어선 지 오래다. 게다가 물가, 교통체증과 사고율도 증가해 주민 삶의 질에도 팍팍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해양 스포츠 유행과 맞물려 남쪽 바다에서 다이빙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고, 관광잠수함의 제약 없는 운영으로 산호 서식지에 지속적인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자연환경과 생태, 주민 삶의 보호를 위해 해외의 일부 여행지들은 엄격한 조치를 내리기 시작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개인 임대와 호텔 건축에 대해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고, 아이슬란드는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발생하는 피해를 막으려고 경치 좋은 협곡 접근을 제한한다. 인도네시아는 왕도마뱀 보호를 위해 2020년 내내 코모도섬을 폐쇄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에서 일부 구간을 휴식년제로 두고 폐쇄하여 탐방을 제한하는 것이나 예약한 이들만 탐방을 허락하는 탐방예약제는 자연환경 보호를 위한 좋은 예다. 《지구를 살리는 지도, 교통》, 작은것이아름답다, 2021, 29쪽

코로나19 위기를 3년째 겪으며 찾을 수 있는 숲과 바다가 있다는 것이 어느 때보다 반갑지 않은가. 여행과 관광을 위해 잠시 방문한 우리는 어떤 모습과 태도여야 할까. 완벽하게 친환경적이면서 생태적인 휴가는 없다. 우리의 쉼과 휴식이 지속되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시작해보는 것이다. 바로 오늘부터. 

■ 생태적인 여행을 위한 체크리스트 《에코왕챌린지》, 녹색연합, 책밥, 2021, 170~172쪽

▷ 탐방예약으로 인원을 제한하는 여행지
탐방예약제는 한 번에 너무 많은 사람이 방문해 자연 스스로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되지 않도록 방문 인원을 제한하는 제도다. 약간의 번거로움만 감수한다면 탐방객도, 자연도, 편안하고 안전하게 쉼과 삶을 누릴 수 있다.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은 하루 80명, 출입인원을 제한하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탐방예약 숲길이다. 멸종위기에 있는 야생동물의 삶터를 존중하고, 금강소나무 보호를 위해 녹색연합과 주민들이 참여해 만든 국가숲길이다. 감탄을 자아내는 숲이지만 빠지는 길이 없어 주민 해설사가 안전하게 동행하고, 흥미 돋는 역사와 생태 이야기까지 더해 숲을 더 깊이 이해하게 돕는다. *금강소나무숲길 예약 안내 www.uljintrail.or.kr, 054-781-7118, 054-782-6118

▷ 탄소발생을 줄이는 대중교통 
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 자동차 이동이 편하겠지만, 교통편이라도 생태여행을 해볼 작정이라면 탄소발생을 줄이는 대중교통을 선택하자.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하는 승용차 28대를 고속버스 한 대로 전환하면 총 탄소배출량을 5분의 1로, 승용차 900대를 철도로 한 대로 전환하면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장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도착지에서 자동차나 자전거를 빌리는 방법도 좋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이라면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 지역에서 소비해 기여하기
지역의 자연환경과 공존하기 위해 때로는 불이익을 감수해 온 지역 주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자. 먹거리나 필요한 물품을 방문 지역에서 구입하고, 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서비스를 이용해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것이 좋다.

▷ 텀블러와 손수건은 여행의 필수품
2021년 아고다에서 2030 세대를 대상으로 친환경여행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자제와 여행지에서 쓰레기 줄이기가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짐을 챙길 때 텀블러와 손수건, 개인 수저, 작은 도시락통을 챙기면 여행지에서 일회용품을 덜 사용할 수 있다. 여분의 에코백이나 장바구니를 챙기면 장을 볼 때뿐만 아니라 보조 가방으로도 아주 유용하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