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기고] 야구경기가 남긴 것은 승리가 아니라 ‘이것’이다
[녹색연합 기고] 야구경기가 남긴 것은 승리가 아니라 ‘이것’이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23.09.04 16:36
  • 수정 2023.09.0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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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진예원 녹색연합 녹색사회팀 활동가 salromhi@greenkorea.org

지난 3년간 가족, 친구들과도 거리를 두게 만들었던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가 한층 누그러지면서 스포츠 관람에 대한 열기가 다시 뜨거워졌다. 대표적으로 관람객 수가 늘어난 곳은 야구장이다. KBO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1일 프로야구가 개막한 이후 8월 20일까지 경기당 평균 1만 명의 관람객이 야구장을 찾았다. 이렇게 매일이 즐거운 축제와 같은 야구장에서도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쓰레기’다.

야구장은 스포츠 시설 중에서도 쓰레기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곳이다. 2018년 환경부가 발표한 제5차 전국폐기물통계조사(2016~2017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국 스포츠 시설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총 6,176t이다. 그런데 이 중 35.7%인 2,203t이 야구장에서 발생했다. 축구장이 1,342t, 농구장이 126t의 쓰레기를 배출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4월 18일 환경부와 KBO,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1회용품 없는 야구장 조성을 위한 자발적 협약’(이하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1회용품 사용과 폐기물 발생을 줄여나가자는 취지이다. 그만큼 야구장에서 쓰레기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구단도 인정한 셈이다.

야구경기가 종료된 이후 잠실야구장에 버려진 쓰레기들 ⓒ 녹색연합
재질별로 분리배출 되어 있지 않고 다양한 쓰레기들이 섞여 있다. ⓒ 녹색연합

하지만 자발적 협약 체결 이후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야구장의 쓰레기 문제 해결에는 진전이 없다. 녹색연합이 지난 5월 11일부터 8월 6일까지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홈구장 총 9곳을 직접 확인한 결과,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고사하고 버려진 쓰레기들이 분리배출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재질별 분리배출함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고, 분리배출함이 있더라도 배출 항목이 하단에 표시되어 있어 한눈에 알아볼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관람객들이 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리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일회용품은 또 얼마나 많이 사용되는지 말하자면 입이 아플 정도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단연 일회용컵이다. KBO에 따르면 2022년 정규 시즌 총 720경기에서 사용된 일회용컵의 수는 무려 400만개로 추정된다. 때문에 이번 자발적 협약에서도 일회용컵 사용량을 줄이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가장 먼저 관람객이 캔 음료를 구매할 때 일회용컵에 담아 제공하던 것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도 경기장 내 판매점에서는 캔 음료와 함께 일회용컵을 제공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맥주판매점에 쌓여있는 일회용컵, 이동하면서 맥주를 판매하는 일명 ‘맥주보이’가 들고 다니는 일회용컵을 보면 과연 정말로 일회용컵 사용량을 줄이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심지어 법적으로 사용을 금지한 일회용품까지 버젓이 사용되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24일,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막대풍선처럼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플라스틱 응원용품은 체육시설 안에서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녹색연합이 찾은 잠실경기장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는 막대풍선을 사용하는 관람객들이 많았다. 경기장 외부 노점에서는 여전히 막대풍선을 판매했고 관람객은 당연히 의심 없이 막대풍선을 구매할 수 있었다. 녹색연합이 전국에 있는 홈구장을 직접 확인하는 동안 법에 따라 막대풍선은 체육시설에서 사용이 금지되었다는 것을 관람객에게 안내하는 구단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야구장의 쓰레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보도해왔다. 최근에는 야구장의 폐기물 감축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의 자발적 모임까지 생겼을 정도로 야구장의 환경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구단들은 쓰레기 문제에 손 놓고 있다. 자발적 협약이 그저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라면 구단은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분리배출이 불가능한 현재의 쓰레기 배출 체계를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체육시설에서 사용이 금지된 막대풍선의 유입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과 폐기물 문제로 신음하고 있는 기후위기 시대에 경기만 즐기고 가는 야구 관람 문화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야구장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에 대한 책임을 관람객과 청소노동자에게 떠넘길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정말 구단이 책임을 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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