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기고] 일회용컵만 한 양심
[녹색연합 기고] 일회용컵만 한 양심
  • 참여와혁신
  • 승인 2022.06.06 18:02
  • 수정 2022.06.0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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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소영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mint@greenkorea.org
쓰레기통 위에 버려진 플라스틱 일회용컵들. 2018년 기준 국내 일회용컵 사용 연 25억 개에 달한다. ⓒ 녹색연합
쓰레기통 위에 버려진 플라스틱 일회용컵들. 2018년 기준 국내 일회용컵 사용 연 25억 개에 달한다. ⓒ 녹색연합

결국,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시작이 6개월 늦춰지고야 말았다. 

제도 시행이 미뤄진 것일 뿐 보완해 시작하면 된다는 말에 부아가 치민다. 고작 시행을 3주 앞두고 유예를 발표한 환경부의 늑장 대응과 프랜차이즈 기업 본사의 무책임한 양심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제도 폐지를 들고 나선 것도 그 이유다.

사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2002년 시행됐다가 5년 만에 폐지된 이력이 있다. 법적 근거 없이 일부 커피 프랜차이즈와 패스트푸드점에서 자발적 협약으로 시행했다. 

그런데 강제성이 없어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참여가 소극적인데다 50~100원씩 받은 보증금이 기업 홍보비로 쓰이는 문제도 발생해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는 효과가 적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결정적으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이 되자마자 업체 자율에 맡기자며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폐지하고야 말았다.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반짝하고 사라진 직후 전국에 커피 전문점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일회용컵 사용량은 25억 개에 달한다. 그에 반해 현재 일회용컵의 회수율은 겨우 5% 수준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잠깐 시행될 때 30%대의 회수율을 보였는데, 당시 ‘제도 실효성 논란’이 벌어졌던 기억을 되돌아 보니 새삼 놀라울 뿐이다.

올해 시행할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일회용컵에 담긴 음료를 주문할 때 소비자가 보증금 300원을 내고, 나중에 컵을 반납하면 300원을 돌려주는 제도다. 대상은 커피와 음료를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또는 패스트푸드 업체로, 전국 1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곳이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브랜드가 해당된다.

이번에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준비하면서 지난 실패를 교훈 삼아 꼼꼼하게 보완했다. 자원재활용법에 근거 법령을 만들었고, 반납과 수거율을 높이기 위해 용기 규격도 제안했다. 구입한 매장이 아니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가령 이디야에서 보증금을 지불하고 음료를 구입했더라도, 빈 일회용컵을 스타벅스에 반납하고 보증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또한 보증금이 유용되지 않도록 투명하게 관리할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COSMO)도 환경부 산하로 두었다.

하지만 일회용컵 보증제 시행 직전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제도 폐지를 요구하며 나섰다. 선거를 앞두고 일부 정당과 정치인들도 무작정 편들기로 가세했다. 

가맹점주들이 뿔이 난 데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마땅한 지원체계 없이 일회용컵에 보증금제 라벨(300원 반납 증빙용으로 위조방지기술이 적용된 라벨)을 붙이고, 보증금을 환불해주고, 반납한 컵을 관리하는 일을 추가로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지난 2년여의 실무 협의를 하는 동안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주와 논의하지 않았다. 지원체계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가 막상 시행일이 다가오자 가맹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그 뒤로 숨었다. 

일회용컵 회수와 재활용 책임은 바로 프랜차이즈 사업자인 본사에 있다. 이를 법적으로 규정해 일회용컵의 재활용률을 높이겠다는 것이 바로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취지다. 마땅히 가맹점에 대한 지원체계 마련도 프랜차이즈 본사에게 책임이 있다. 

길거리 쓰레기통이 있는 곳이라면 예외 없이 일회용컵이 넘쳐난다. 쓰레기통 가까이에 버렸다는 핑계가 양심을 대신한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쓰레기 투기를 줄이고 일회용컵 반납율을 높이기 위해 소비자에게 보증금 300원을 책임비용으로 물린다. 사업자에게는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재활용처리비용을 부담하고, 매장 내에서 재활용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의 책임을 부과한다. 또한 환경부에게는 법률에 따라 보증금을 관리하고, 필요한 처리 수거 시스템을 갖추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도록 한다. 

모두가 책임이 다해야만 실제 일회용컵을 줄이는 공동의 목표에 다다를 수 있다. 소비자인 우리는 불편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있다. 환경부와 프랜차이즈 본사는 책임질 준비가 되었는가.


* 일회용품 보증금제를 지키는 시민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서명을 하면 환경부와 프랜차이즈 본사의 책임과 약속을 요구하는 메일이 발송된다. (▶시민 캠페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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