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7.2 노동자대회’ 서울·영남권 두 곳에서 개최
민주노총, ‘7.2 노동자대회’ 서울·영남권 두 곳에서 개최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2.06.30 21:04
  • 수정 2022.07.01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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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중집 열어 결정
27일 열린 '윤석열 정부 반 노동정책 규탄 민주노총 7.2 전국노동자대회 선포'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지난 27일 열린 '윤석열 정부 반 노동정책 규탄 민주노총 7.2 전국노동자대회 선포'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민주노총이 서울과 영남권(경북·경남·대구·부산·울산) 두 곳에서 ‘7.2 노동자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30일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집)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중집은 대의원대회 다음가는 의결기관으로 총연맹 중앙 임원과 실장, 산하 16개 가맹조직대표자, 16개 지역본부 대표자 등으로 구성된다.

애초 민주노총은 오는 7월 2일 서울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어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정책’을 규탄하고, 투쟁을 선포할 것이라고 지난 27일 밝힌 바 있다. 서울엔 조합원 약 6만 명이 집결할 예정이었다. 

“민주노총의 힘을 거제에 모아 주십시오”

이후 사흘 만에 민주노총이 노동자대회를 영남권에서도 개최하기로 한 배경엔 파업 한 달을 앞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호소가 있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조선하청지회) 지회장은 지난 27일 호소문을 통해 “스스로 만든 철장 감옥 안에 갇혀 있는 동지를 민주노총의 힘으로 해방시켜 주십시오. 그가 만든 철장 감옥이 바로 우리가 깨어야 할 착취 구조입니다”라며 “전태일은 여기에 있습니다. 투쟁하는 노동자가 전태일입니다. 민주노총 조합원 동지 여러분! 7월 2일 민주노총의 힘을 거제에 모아 주십시오”라고 했다. 김형수 지회장이 7.2 영남권 노동자대회를 민주노총에 요청한 것이다.

조선하청지회는 조선업 불황 시기 5년에 걸쳐 줄어든 실질임금 약 30% 인상 등을 사측에 요구하며 지난 2일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투쟁 21일째인 22일에는 노동자 7명이 건조 중인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안으로 들어가 끝장 투쟁을 선포했다. 유최안 부지회장은 선박 바닥에 철판을 용접해 1㎥ 공간에 자신을 가뒀다.

민주노총은 30일 중집 기타 안건으로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투쟁 승리를 위한 민주노총 영남권 결의대회 건’을 추가했다.

중집 논의 결과 민주노총은 영남권 결의대회뿐 아니라 7.2 영남권 노동자대회도 진행하기로 했다. 영남권 노동자대회에는 ①서울 대회에서 사전 대회가 없는 조직의 ②영남권 조합원들은 영남권 노동자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서울에서 사전 대회를 계획한 산별노조·연맹은 공공운수노조, 서비스연맹, 민주일반연맹, 건설산업연맹, 전국공무원노조 등 5곳이다.

또한 7월 8일에는 민주노총 영남권 결의대회를 열고, 가맹조직 전체 확대 간부 이상이 참석하는 것으로 중집은 결정했다. 

두 현장의 절박함에 
노동자대회 두 곳으로 나뉘어

민주노총이 보통 ‘현장 참석 인원’으로 ‘목소리의 중대성’도 가늠되는 노동자대회를 두 지역으로 나눠서 열게 된 데는 총연맹(National center·내셔널 센터) 차원 힘이 필요한 두 노동 현장의 절박함 앞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기 어려웠던 배경이 있다.

중집이 열리기 전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중집보다 작은 단위 회의기구인 상임집행위원회(상집)에서 영남권 노동자대회도 진행하는 상집안을 지난 27일 저녁 정했다. 

이후 양경수 위원장은 중집 위원 등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고, 그 과정에서 한 곳에 힘을 집중해 윤석열 정부에 타격을 주는 대회가 절박하다는 여러 의견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오전 양경수 위원장은 중집 위원들에게 7.2 노동자대회는 서울 집중 원안 대로 진행하겠다고 공지했다. 이에 조선하청지회 투쟁의 절박함을 외면한 것이라는 비판이 현장에서 나왔다. 결국 다음날 중집에선 영남권 노동자대회가 결정됐다.

이는 총연맹의 힘을 받아 현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두 현장의 절박함을 보여준 일이었다. 

공공운수노조가 23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7.2 총궐기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nbsp;hnkang@laborplus.co.kr&nbsp;<br>
공공운수노조가 23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7.2 총궐기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서울 사전대회 조직한 노동자들,
정부 없인 현장 문제 풀기 어려워 

사전 대회를 더 적극적으로 조직한 공공운수노조, 서비스연맹, 민주일반연맹, 건설산업연맹, 전국공무원노조는 정부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풀기 어려운 노동 현안을 마주하고 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겐 사용자가 정부다.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는 윤석열 정부가 예고한 고강도 구조조정, 민영화 방향을 막아내기엔 노동자들이 역부족일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으로 “공공기관 선진화”를 외쳤던 이명박 정부 때 24개 공공기관이 민영화되고, 5개 공공기관 지분이 매각됐다. 129개 공공기관에선 2만 2,000여 명의 인력이 감축됐고, 빈자리는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서비스산업에선 디지털 전환으로 불안정 노동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고용 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고용 책임을 민간에만 맡길 수 없는 상황에서 서비스노동자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일자리 대응과 서비스산업 전환위원회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단체교섭이 열려도 ‘근로기준법상, 노동조합법상 노동자가 아니므로 회사가 노조의 요구안을 수용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해서 듣는 특수고용직, 플랫폼노동자들은 정부의 법·제도적 보호 방안이 절실하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생계에 직격탄을 맞은 화물노동자, 건설기계노동자 등도 대부분 특수고용직으로 정부의 도움 없인 상황을 풀기 어렵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법과 원칙”, “노사 자율 해결의 원칙”으론 현장의 어려움을 풀 수 없는 노동자들이 노정교섭, 법·제도적 보호 등을 통해 노동이 소외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이번 사전 대회를 조직하게 된 것이다.

ⓒ 금속노조
가로·세로·높이 1m 철 구조물에 자신을 가둔 유최안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 금속노조

파업 한 달 앞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
거제로 힘 모아 ‘사태 해결 속도 기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도 현장으로 힘이 모이고, 이 힘이 알려져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일이 절실하다. 7월 2일 파업 한 달 차를 맞는 상황에서 협력업체들은 노조가 원하는 집단교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주가 실적에 반영되지 않아 협력업체 단가 인상까진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모든 경영 활동에 하나하나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민주노총 중집의 결정 이후 김형수 지회장은 “이번 결정은 우리 지회의 투쟁이 단순히 단위 사업장, 금속노조의 투쟁이 아니고 민주노총 전체의 투쟁이라고 결정한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개별교섭을 고수하는 하청업체 사장들에게 이 메시지가 어떻게 전달될지 모르겠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윤석열 정부와 산업은행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민주노총의 입장이 전달될 거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여길 가나, 저길 가나 같은 비정규직 삶이라는 걸 안다”며 “나의 자리에서 나의 노동조건을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노동자들이 파업하고 있다. 이는 삶이 뻔한 하청노동자들이 오는 15일 임금을 받는 날이 어떨지 알면서도 투쟁하는 이유”라고 이야기했다. 

영남권 노동자대회는 7월 2일 오후 3시 경상남도 거제시 옥포수협사거리에서 열린다. 또한 금속노조는 서울과 영남권으로 분산하지 않고 모두 영남권 노동자대회로 모인다. 금속노조는 지난 27일 중집에서 금속노조 차원의 7.2 거제 결의대회를 결정한 바 있다. 이번 영남권 노동자대회엔 약 1만 명이 모이길 노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아래는 7.2 서울 노동자대회 사전대회 일정 

■ 공공운수노조 (약 2만 5,000명 예상)
- 우정사업본부 비정규직 차별 철폐! 생존권 쟁취! 조합원 결의대회(오후 12시, 서울 광화문우체국 앞)
- 사회공공성 확대! 노동기본권 쟁취! 구조조정-민영화 분쇄! 비정규직 철폐! 7.2 공공운수노조 총궐기(오후2시, 서울시청광장 옆 세종대로) 

■ 서비스연맹 (약 1만 2,300명 예상) 
- 교육공무직 법제화! 학비식 공정임금체계 쟁취! 7.2 1만 학교비정규직노동자 총궐기 대회(오후1시 30분, 청계천 광교) 
- 사회적 합의 이행! 공안탄압 분쇄! 7.2 전국 택배노동자 대회(오후1시, 서울 중구 무교로)
- 유통산업발전법 전면 개정! 건강권·휴식권 보장! 야간노동 규제! 표준계약서 쟁취! 마트노동자대회(오후1시, SSG닷컴 본사)
- 특고노동자 차별말고, 노동기본권 보장하라!표준계약서 쟁취하여 인간답게 살아보자! 7.2 가전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쟁취 투쟁 선포대회(오후1시, 코웨이 본사 앞)
- 돌봄국가 책임 실현! 돌봄노동자기본법 제정! 최저임금 130% 돌봄임금제 쟁취! 7.2 전국돌봄노동자 총력결의대회(오후1시, 청계천 예금보험공사 앞)

■ 민주일반연맹 (약 4,000명 예상) 
- 불평등 차별세상 끝장내는 민주일반연맹 2022 총력투쟁 결의대회(오후1시 30분, 시청광장 동편→을지로 입구역) 

■ 건설산업연맹 (약 1만 명 예상) 
- 건설노동자 생존권 및 노동기본권 쟁취 건설노조 총력투쟁 결의대회(오후 2시, 세종대로 삼성본관 앞) 

■ 전국공무원노조 (약 5,000명 예상) 
- 임금수당 현실화! 공적연금 강화! 공무원노동자 권리 쟁취! 총력투쟁 결의대회(오후1시 30분, 서울 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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