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속 ‘끝장 농성’ 돌입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
선박 속 ‘끝장 농성’ 돌입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2.06.22 17:34
  • 수정 2022.06.27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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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투쟁 21일차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
“공권력 투입 명분 될 수 있는 폭력사태 피하기 위해”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8곳 거점 농성’에서 ‘선박 내부 농성’으로
금속노조, 24일 결의대회 예고
ⓒ 금속노조 거통고하청지회
옥포조선소 1도크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 5495호선 내부 원유를 저장하는 탱크탑 (도크 바닥에서 20미터 높이) 안에 들어가 '끝장 농성'에 돌입한 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 ⓒ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파업투쟁 21일째인 22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탱크 안에 들어가 ‘끝장 농성’에 돌입했다. 신나통을 안은 한 노동자는 탱크 바닥에 철판을 용접해 1㎥ 공간에 자신을 가뒀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지회장 김형수, 이하 조선하청지회)는 22일 “파업투쟁 노동자 7명이 1도크 배 안에서 끝장 농성에 돌입했다”며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의 임금인상 요구를 외면하고 끝내 폭력으로 진압하려고만 한다면, 우리는 모든 것을 걸고 투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하청지회는 조선업 불황시기 5년에 걸쳐 줄어든 임금 30%를 올려달라며 지난 2일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돌입 이후 하청노동자들은 1도크(선박건조대)를 비롯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8곳에서 거점 투쟁을 해왔다. 투쟁은 쟁의권이 있는 조합원 약 250명이 하고 있다. 

이날 조선하청지회가 ‘거점 농성’에서 ‘선박 내부 끝장 농성’으로 투쟁 방식을 바꾼 배경은 노동자들 간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다.

하청노동자 작업 투입을 독려하기 위해 대우조선해양 측에서 하청업체에 보낸 문자 ⓒ 금속노조 거통고하청지회
하청노동자 작업 투입을 독려하기 위해 대우조선해양 측에서 하청업체에 보낸 문자 ⓒ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

조선하청지회에 따르면 그간 대우조선해양은 ‘현장 직반장 책임자 연합회’(현책연) 소속 정규직 관리자를 통해 파업 노동자들을 압박했다. 22일에는 협력업체 대표와 관리자 수백 명이 파업 중단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농성 현장인 1도크 앞에서도 시위해 세를 과시했다고 지회는 설명했다. 

이김춘택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오늘 하청업체 관리자들의 결의대회까지 봤을 때 하청업체가 하청노동자들까지 동원해서 폭력사태가 크게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특히 노동자들끼리 폭력이 발생하면 사측이 폭력을 계기로 공권력 투입을 요청할 명분이 되기에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노동자들끼리의 폭력사태를 막기 위해 투쟁 형태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조선하청지회의 요구에 협력업체들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의 기성금(배 건조 상황에 따라 하청업체에 주는 대가) 인상률이 3% 수준이라, 그 이상의 임금인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지난 21일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대표 15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 중단을 촉구하며 “(지회는) 협력사의 지불 범위를 벗어나는 임금 30%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하청지회는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에 “책임 있는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김춘택 사무장은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약 1조 7,000억 원 적자라고 하는데, 그중 1조 4,000억 원은 철판값 인상분이 회계에 반영된 것”이라며 “철판값이 오르면 적자에 반영하면서 왜 하청노동자 임금은 못 올려주나. 하청노동자들은 계속 최저임금만 받으라는 것이냐”고 했다.

조선하청지회는 오는 23일 11시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 주주이자 경영상 주요 결정권을 갖고 있는 산업은행의 역할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지회는 기자회견 이후 산업은행의 결단을 요구하는 거제 시민 1,080명의 서명을 산업은행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울러 금속노조는 24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앞에서 결의대회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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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LCC(초대형 원유운반선) 5495호선 탱크탑 안에서 신나통을 안은 한 노동자는 탱크 바닥에 철판을 용접해 1㎥ 공간에 자신을 가뒀다. ⓒ 금속노조 거통고하청지회

 

ⓒ 금속노조 거통고하청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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