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 “빼앗긴 임금인상, 산은이 결단해야”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 “빼앗긴 임금인상, 산은이 결단해야”
  • 임혜진 기자, 정다솜 기자
  • 승인 2022.06.16 23:38
  • 수정 2022.06.16 23: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금인상 30% 등 요구하며 15일째 파업 중인 조선하청지회
“실질적 결정권자 산업은행, 책임 있게 나서야”
전국금속노동조합과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조선호 하청노동자 요구에 산업은행이 책임 있는 해답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전국금속노동조합과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조선호 하청노동자 요구에 산업은행이 책임 있는 해답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수년간 이어진 조선업 불황기에 실질임금이 줄어든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빼앗긴 임금 30% 인상”을 사측에 요구하며 지난 2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16일 상경한 이들은 이번 파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산업은행이 결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청노동자들의 임금 결정권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에 있으며,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상 주요 결정권은 산업은행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지회장 김형수, 이하 조선하청지회)는 16일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에 산업은행은 답하라”고 촉구했다. 

조선하청지회는 올해 1월부터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22곳과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했다. 지회는 임금 30% 인상과 단체협약 체결을 사측에 요구했다. 반면 협력업체들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의 기성금(배의 건조 상황에 따라 하청업체에 주는 대가) 인상률이 3%에 그쳐, 기성금 인상분을 넘어서는 임금인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간 입장차가 큰 가운데 조선하청지회 21개 업체 노사는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노동쟁의조정 중지 결정을 받았고, 쟁의권을 획득한 조합원들은 지난 2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조선하청지회는 임금 인상률 30%가 2015년 시작된 조선업 불황 이전으로 회복하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그간 성과급 미지급, 연 임금의 550%였던 상여금 폐지, 잔업‧특근 미실시 등으로 실질임금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조선하청지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15년차 취부사(선박 가용접원)의 2016년 연간 총소득은 세전 4,974만 원이었는데, 2021년에는 3,429만 원으로 약 30% 감소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과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조선호 하청노동자 요구에 산업은행이 책임 있는 해답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금속노조

이날 거제에서 올라온 정상근 조선소 의장공정 하청노동자는 “대우조선해양은 그간 경영이 어렵다며 하청업체의 상여금을 빼앗아 갔다. 임금도 한 푼도 오르지 않았다”며 “지난 5년은 악몽에서 주면 주는 대로 말 한마디 못 하고 지내왔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은 수주물량이 5년 치는 확보됐다. 일감도 엄청 늘었지만 일할 사람이 없다. 노동자들은 육상으로 떠나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우리의 임금인상 요구를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은 꼭 들어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강행진 조선소 발판공정 하청노동자는 “2016년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연 550% 상여금을 강탈해갔다. 그리고 7~8년간 임금인상이 안 됐지만 우린 군말 없이 있었다”며 “그 결과 이제 한 달 동안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240~250만 원 번다. 이 돈으로 중학생, 고등학생 애 둘 키우고 4인가족이 살 수 있다고 보나? 너무 분노해서 서울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어 “30% 임금 인상은 많은 금액이 아니”라며 “조선업 불황 전엔 한 달 내내 일하면 연말정산 할 때 4,500~4,800만 원을 신고했는데 이번엔 3,200만 원 신고했다. 이러니까 육상으로 간 조선노동자들에게 다시 돌아오라고 하면 ‘내가 골 비었나?’라는 답을 듣는 거다. 거제엔 노동자들이 이미 많이 떠나서 바글바글했던 식당마다 테이블이 비어 있다”고 했다.

조선하청지회는 “하청노동자의 임금인상 없이 한국 조선업의 미래는 없다”며 “하청노동자 임금인상의 실질적 결정권은 원청 대우조선해양에 있고,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상 주요 결정권은 산업은행에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에게 책임 있게 답하라”고 강조했다. 

노동조합의 요구와 관련해 대우조선해양은 수주가 바로 실적에 반영되지 않는 구조라 하청업체 단가 인상까진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올해 수주를 해도 설계·건조 등의 과정을 거쳐 실적 반영까지 통상 2년은 소요된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최대주주이자, 자금 운영 관리를 해온 산업은행은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인상에 관여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측은 “회사가 큰 틀의 경영 계획을 세울 때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 등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경영 활동에 대해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과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산업은행에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전국금속노동조합과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산업은행에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