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투쟁, 총연맹 투쟁의 최전선”
민주노총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투쟁, 총연맹 투쟁의 최전선”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2.07.08 16:15
  • 수정 2022.07.12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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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거제 대우조선해양 남문 앞 5,000명 규모 결의대회 열어
ⓒ 민주노총
민주노총이 8일 경상남도 거제 대우조선해양 남문 앞에서 ‘조선하청노동자 투쟁승리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열었다. ⓒ 민주노총

“이 자리에 올라오기까지 쉽지 않았다. 많이 무섭고, 두려웠다. 하지만 제일 무섭고 두려웠던 건 평생 이렇게 사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자리에 올라왔다. 내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민주노총이 증명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자리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사수하겠다.” (선박 안에서 고공농성 중인 이학수 조선하청지회 조합원)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37일째인 8일 민주노총 조합원 약 5,000명이 파업 현장에 모였다. 이들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이 총연맹 투쟁의 최전선”이라며 “이 투쟁을 승리로 만들겠다”고 이학수 조합원의 목소리에 답했다.  

민주노총은 8일 오후 2시 경상남도 거제 대우조선해양 남문 앞에서 ‘조선하청노동자 투쟁승리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열었다. 결의대회 구호는 ‘산업은행이 책임지고, 대우조선해양이 해결하라!’였다. 이 자리엔 주최 측 추산 약 5,000명이 참석했다. 

앞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지회장 김형수, 이하 조선하청지회)는 조선업 불황시기에 줄어든 실질임금 30%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일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달 22일엔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건조 중인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안으로 노동자 7명이 들어가 끝장 투쟁에 돌입했다. 

7명 중 6명(이학수·박광수·이보길·조남희·진성현·한승철)은 선박 상단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유최안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선박 바닥에 철 구조물을 용접해 1㎥ 공간에 자신을 가뒀다. 

민주노총이 8일 경상남도 거제 대우조선해양 남문 앞에서 ‘조선하청노동자 투쟁승리 민주노총 결의대회’ ⓒ 민주노총
민주노총이 8일 경상남도 거제 대우조선해양 남문 앞에서 ‘조선하청노동자 투쟁승리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열었다. ⓒ 민주노총

이날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IMF, 금융위기, 코로나 경제위기 등 위기는 가진자들을 배 불리고 노동자들은 착취했다. 이 불평등한 세상을 더는 두고 보지 못하겠다는 투쟁을 어제(7일) 중앙위원회에서 결의했다”며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은 민중의 위기를 타파하고, 차별없는 노동권과 질 좋은 일터를 쟁취하기 위한 민주노총 투쟁의 최전선이다. 단결하고 연대해서 반드시 우리는 돌파한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자”고 말했다. 

선박 안 철 구조물 안에서 농성 중인 유최안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전화 연결을 통해 “조선업 불황시기 임금이 깎였을 때 회사와 전쟁을 치루며 노동조합 없이는 어떤 방법을 강구하더라도 우리의 권리를 지킬 수 없다는 걸 알았다”며 “왜 이렇게까지 노동자들이 사활을 걸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조선하청지회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 우리가 무너지면 전국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희망도 무너지기 때문이다.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전했다. 

고공농성 중인 이학수 조선하청지회 조합원은 “우리는 생지옥 같은 조선소 현장에서 이렇게 살 수 없다고 외치고 싸우는데 다른 한쪽에선 잔업, 특근 못 한다고 우리 앞에 와서 항의한다”며 “현책연(현장 직·반장 책임자 연합회)은 잔업, 특근하고 싶으면 노동조합으로 찾아오라”고 밝혔다. 

이날 결의대회가 시작된 오후 2시경 대우조선해양 관리직을 중심으로 조선하청지회 농성장에 대한 침탈 시도가 있었으나, 경찰에 의해 저지된 상황이라고 금속노조는 전했다. 

민주노총이 8일 경상남도 거제 대우조선해양 남문 앞에서 ‘조선하청노동자 투쟁승리 민주노총 결의대회’ ⓒ 금속노조
8일 오후 2시경 대우조선해양 관리직을 중심으로 조선하청지회 농성장에 대한 침탈 시도가 있었으나, 경찰에 의해 저지된 상황이라고 금속노조는 전했다.  ⓒ 금속노조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조선하청지회가 투쟁 중인 옥포조선소 1도크는 한국사회 불평등 모순이 폭발하는 현장”이라며 “조선업 불황으로 하청노동자 7만 6,000여 명이 쫓겨났다. 그런데 이들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조선소는 여전히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현장인데 저임금·불안정 노동에 시달려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윤장혁 위원장은 “그럴 리 없겠지만 조선하청지회 투쟁 현장에 공권력이 투입된다면 금속노조는 즉각 총파업으로 맞서겠다는 결심을 했다”며 “또한 이 사태가 하루빨리 해결되지 않는다면 20만 금속노조의 7월 20일 총파업 투쟁은 성격을 달리해서 윤석열 정부, 대우조선해양, 산업은행으로 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함께버스’를 조직해 서울에서 출발한 전국민중행동 박석운 공동대표는 “전국 각지의 노동자들이 이 투쟁현장에 함께하기 위해 오고 있다. 그런데 빠진 노동자들이 있다. 대우조선해양 원청노동자들”이라며 “노동자들이 총단결해야 한다는 계급적 대의 외에도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은 다른 의미에선 원청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의 핵심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이제라도 원청노동자들은 하청노동자와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의대회에선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이종회 노동당 대표가 조선하청지회 투쟁에 연대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결의대회를 마친 민주노총은 대우조선해양 서문을 향해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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