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단식 결정··· “산은 결단 촉구”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단식 결정··· “산은 결단 촉구”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2.07.13 20:01
  • 수정 2022.07.19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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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금속노조, 여의도 산업은행-용산 대통령실 앞 결의대회 개최
파업 42일차 조선하청지회 조합원 3명, 단식 결정
대우조선지회엔 '금속노조 탈퇴 총회 소집 안건' 접수돼
ⓒ 금속노조
13일 금속노조가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조선하청지회 파업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 금속노조

42일째 파업 중인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3명이 단식을 결정했다. 길어지는 파업 사태 해결을 위해 “산업은행의 결단과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며 다시 투쟁 수위를 높인 것이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윤장혁, 이하 금속노조)은 13일 오후 여의도 산업은행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연이어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앞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지회장 김형수, 이하 조선하청지회)는 지난 6월 2일 조선업 불황시기에 줄어든 실질임금 30% 인상, 노동조합 인정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6월 22일엔 옥포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원유운반선 안으로 노동자 7명이 들어가 끝장 투쟁에 돌입했다. 

결의대회에서 금속노조는 “하청사 사장은 원청 대우조선해양 눈치, 원청은 대주주인 산업은행 눈치, 산업은행은 윗선 눈치를 보며 아무도 이번 파업 사태에 책임이 없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결국 구조조정, 부실매각으로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심화시킨 산업은행이 책임져야 한다”며 “하청노동자 임금인상으로 조선소를 등진 노동자가 다시 돌아올 수 있게 정부와 산업은행이 결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 이어, 용산 대통령실 인근 결의대회에서 문정호 조선하청지회 도장분회장은 “42일째 투쟁하면서 원청이나 현장 직·반장들이 우리의 파업을 끊임없이 부정하면서 입에 담지 못할 망언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선택이 정말 옳은 길인가 고민했지만 민주노총, 금속노조, 시민단체들의 응원을 믿고 다시 힘을 냈다. 끝장 투쟁 중인 7명을 지키기 위해 안 된다면 우리는 목숨까지 바칠 결의가 돼 있다. 꼭 승리해서 연대에 보답하겠다”고 발언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dsjeong@laborplus.co.kr
13일 금속노조가 결의대회를 위해 용산 대통령실 인근(전쟁기념관 정문)으로 이동하던 중 경찰에 막혀 실랑이를 벌였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dsjeong@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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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경찰과 금속노조 간 실랑이의 원인이 된 깔개 2개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dsjeong@laborplus.co.kr

한편 대통령실 인근 경찰 대오는 산업은행에서 이동해 도착한 노동자들의 물품을 꼼꼼히 살폈다. 이 과정에서 조선하청지회 여성노동자들이 들고 온 깔개 두 개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어느 경찰의 무전기에선 “금속노조가 와서 폭행하거나 이러면 무조건 검거할 수 있도록, 채증 완료하고 무조건 검거할 수 있도록”이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안석태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은 “장대비에 깔개마저 막는 경찰을 규탄한다”며 “거제에선 결사전을 하는 7명의 노동자가 있고, 이들을 엄호하는 150명의 파업대오가 있다. 7월 20일 금속노조도 결사전의 각오로 거제에 모여 반드시 이 투쟁을 승리로 만들자”고 했다.

금속노조는 지난 12일 3차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7.20 총파업 대회’ 장소를 용산 대통령실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앞으로 결정한 바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dsjeong@laborplus.co.kr
13일 금속노조 결의대회에 참석한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 조합원 세 명(맨 앞 가운데 세 명)의 단식 결의 이후 모여 사진을 찍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dsjeong@laborplus.co.kr

아울러 조선하청지회 조합원 3명은 단식을 결정했다. 결의대회 이후 조선하청지회만 모인 자리에서 이들은 소감을 밝혔다.

강봉재 조합원은 “승리할 때까지 같이 하겠다”고 했다. 최민 조합원은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계수정 조합원은 “최선을 다해서 버틸 때까지, 끝까지 버텨보겠다”고 이야기했다. 지켜보던 몇몇 눈엔 눈물이 고였고, 박수가 나왔다.

단식자들은 오는 14일 오후 2시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한 단식농성을 선포할 예정이다.

반면 이날 대우조선해양 정규직이 조직된 대우조선지회엔 금속노조를 탈퇴하자는 ‘조직 형태 변경 총회 소집 요구 건’이 접수됐다. 지회는 7일 이내로 조합원 총회를 열어 조직 형태 변경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해야 한다. 

다만 절차상 금속노조 위원장이 소집 요구안을 검토하고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금속노조 규약상 총회를 할 수 없는 사안이라 대우조선지회의 총회 승인 요청서 내용을 확인해 총회를 하지 못하도록 반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지회 관계자는 “금속노조 위원장이 집단탈퇴는 금속노조 규약상 총회 안건으로 성립이 안 돼 반려하고, 지회장이 총회를 열지 않더라도 지회 규약상 총회 소집권자도 총회를 열 수 있다”며 “총회에서 만약 금속노조 탈퇴가 결정된다면 기업별 노조로 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일단은 금속노조의 검토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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