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 불참 한국노총, 복귀 조건은?
경사노위 불참 한국노총, 복귀 조건은?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3.06.08 12:38
  • 수정 2023.06.08 18: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일 한국노총, 경사노위 불참과 대투쟁 공식 발표
김동명 위원장 “윤석열 정권, 노동 존중 진정성 보여야”
[기자단 일문일답 전문]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노동탄압 분쇄!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 한국노총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 선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노동탄압 분쇄!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 한국노총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 선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한국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불참과 윤석열 정부 심판 투쟁을 선포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7일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한국노총은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노총 최대 산별 위원장과 사무처장에 대한 폭력 진압과 구속은 한국노총을 사회적 대화의 주체이자 상대로 인정한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폭거”라며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 윤석열 정부 심판 투쟁에 한국노총 전 조직이 하나 돼 싸울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최근 금속노련 김만재 위원장과 김준영 사무처장에 대한 경찰의 강경진압은 한국노총의 대정부 투쟁 선포를 촉발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하청노동자들의 400일 넘긴 천막농성 투쟁을 지원하던 김만재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경찰의 무릎에 목덜미가 바닥에 눌려 뒷수갑을 찬 채 연행됐다. 다음날 김준영 사무처장은 경찰봉에 맞아 머리가 찢어진 상태로 고공농성장에서 진압됐다. 김준영 사무처장은 지난 2일 구속됐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기자단과 일문일답에서 “광양사태 해결만이 사회적 대화 복귀의 전제조건은 아니다”라며 “기본적으로 윤석열 정권이 노동자를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전문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노동탄압 분쇄!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 한국노총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 선언’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노동탄압 분쇄!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 한국노총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 선언’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 어제(7일) 고용노동부가 “한국노총이 정부의 법과 원칙에 따른 정당한 법 집행을 이유로 경사노위에서의 사회적 대화를 중단했다.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문을 냈다. 

법 집행은 정당하지 않았다. 과잉 진압이었다. 무방비 상태에 있는, 말하자면 경고나 훈계 정도 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경찰봉으로 사람 머리를 깨뜨렸다. 이게 과잉이 아닌가? 

윤석열 정권은 매번 법과 원칙을 내세우는데, 사회적 약자들에게만 그렇게 냉정하고 강력하게 법을 집행하고 자기끼린 서로 봐준다. 이게 무슨 정당한 법 집행인가. 정신 차려야 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한국노총 족보에서 파버릴 것이다. 

- 한국노총은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을 결정하면서 ‘탈퇴 시기와 방법’에 대한 권한은 위원장에게 넘겼다. 이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어제 중앙집행위원회(중집)에서 나와 집행부에 대한 신뢰의 뜻으로 내가 앞으로 대정부 투쟁 과정에서 운신의 폭을 갖고, 힘을 갖고 투쟁하라는 의미에서 해당 권한을 위임해 준 거라고 본다. 

물론 지금 사회적 대화가 중단됐기 때문에 경사노위 탈퇴 자체가 굉장한 카드는 아니다. 그래도 (정부와 노동계 사이 공식적인 대화 창구라는) 경사노위의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윤석열 정권의 변화가 없다면 언제든지 탈퇴를 결정하겠다. 

- 경사노위 불참이나 탈퇴가 실질적인 차이는 없다는 건데, 왜 위원장은 경사노위 ‘불참+탈퇴 시기·방법 위원장 위임’안으로 중집 위원들을 설득한 건가. 

지금 엄중한 시점이다 보니 현장에선 불참보다 탈퇴라는 좀 더 강한 수위의 투쟁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내 입장에선 한국노총이 뜨겁게 투쟁하는 것도 좋지만, ‘경사노위 탈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두고 조직 내에서 시시비비가 돼 단결을 헤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봤다. 지금은 아주 폭발적이지 않더라도 한국노총 전체가 분열 없이 하나의 목소리로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에, 마지막 탈퇴 결정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은 것이다. 

- 경사노위 복귀 조건은?

단순히 이번 ‘광양사태’에 대한 사과,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 석방 등을 복귀 조건으로 삼지 않겠다. 지금 우리가 어떤 요구안을 내걸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는 식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자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진정성이 담보된 여러 행동과 발언, 정책을 통해 한국노총 노동자들한테 다가와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입만 열면 노동존중을 얘기한다. 그런데 그들이 존중하는 것은 노동이 만들어 낸 생산물, 가치다. 이런 것들에 탐욕만 갖고 있다. 더 저비용으로, 더 노동자를 고생시켜서 효율적으로 상품을 만들고 경쟁력을 갖추는 데만 관심이 있다. 가치를 생산하는 노동자의 고통, 노동자의 죽음, 노동자의 삶의 질, 노동자의 인권 이런 거 존중해 본 적 있나?

노동존중의 핵심은 노동자 자체에 대한 존중이다. 노동자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제대로 된 정치라고 생각한다. 막연하지만 현 정부가 노동자의 삶을 진정으로 돌보고 보장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인다면,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그때 사회적 대화에 복귀할 수 있다. 

- 최저임금위원회나 중앙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 참여도 중단할 계획이 있나?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 : 한국노총은 가장 열악한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데 있어서는 주어진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근로자위원으로 참여하는 부분은 정말 고통받는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참여 중단 계획이 없다. 다만 최근 상황과 연계해 정권의 노동탄압이 더 심해진다면 그때 중대한 결정에 대해 다시 논의할 것이다. 

-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에게 따로 연락은 안 오나?

3일 전에 왔다. 한국노총에 미안한 마음도 있는 것 같고. 한국노총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어떻든 사회적 대화는 이어갈 수 있도록 냉철하게 판단해 달라는 말을 하더라.

- 어제와 오늘 위원장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한국노총 족보에서 파겠다는 발언을 했는데, 이정식 장관에겐 다른 연락 없었나?

(최근엔) 없었다. 이전엔 몇 차례 왔는데 내가 안 받았다. 이정식 장관을 한국노총 족보에서까지 파겠다고 말한 이유는 명확하게 공격해야 상대도 명확히 알 거 아닌가. 개인적으로 감정은 없다.

- 구체적인 대정부 투쟁 계획은? 

어제 중집에서 논의했는데 정치 일정과 맞물린 투쟁계획을 세웠다. 이번 대정부 투쟁 선포의 핵심은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무슨 뜻이냐면 한국노총은 그간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정책에 대해선 반대해 왔지만, 타협의 여지가 있었기에 투쟁은 수위 조절을 해온 측면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윤석열 정권 자체에 대한 심판으로 방향을 확실히 튼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노총은 노동문제에 국한해 주로 목소리를 내왔는데 이제 언론 탄압, 민주주의 후퇴, 외교 문제, 복지 후퇴 등 국정 전반에 대해 전면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 아울러 한국노총은 그간 조직 내부의 단결에 치중해 왔지만, 이제는 민주노총을 비롯해 한국노총 밖 다양한 노동자들과 연대 투쟁에 힘 쏟을 것이다. 

윤석열 정권은 한국노총 일부를 분열시키고 포섭해서 집행부가 등을 돌리더라도 충분히 선거 등 정치적 측면에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오판을 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런 정권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점을 본격적인 행동을 통해 바로잡고자 한다. 

- 민주노총은 오는 7월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구체적인 연대 계획은? 

자연스럽게 최저임금 투쟁 과정에서 집회도 하고 함께 투쟁할 거라고 본다. 그 이후에는 민주노총과 상의를 해봐야 할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로 한국노총이 경사노위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글쎄. 윤석열 대통령이 잘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뿌리 깊은 문제이기 때문에. 

-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 교체설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한국노총은 김문수 위원장의 노동 폄하 발언, 과거 전력 등에도 불구하고 지난 1일 노사정 간담회에 참석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 광양사태가 터지고 누적된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 때문에 한국노총이 한 번에 폭발한 것이지, 김문수 위원장 때문에 경사노위 탈퇴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김문수 위원장이 교체돼도 현재 결정에는 어떤 영향도 없다. 

- 광양사태가 해결되면?

앞서 광양사태 해결이 사회적 대화 복귀의 전제 조건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간 윤석열 대통령이 뭐라 그랬나. 귀족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자들의 권한을 빼앗아 기득권을 누린다고 했잖나. 현 상황은 그 반대다. 김만재 위원장과 김준영 사무처장이 무엇을 위해 싸웠나? 그야말로 열악한 하청노동자들, 자기 이해와 관련 없는 이들의 노동조건을 위해 싸운 거다. 

광양사태 해결은 단편적으로 보면 포스코 하청사 포운 노동자들의 단체교섭이 타결되는 것이다. 그런데 진정한 해결은 법·제도적 해결이 수반돼야 한다. 하청노동자들이 노동권을 지켜보려고 하면 기업이 회사를 쪼개버려서 노동조합을 분열시킨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고용승계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또 하청노동자들도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노동조합법 2조, 3조 개정도 이뤄져야 한다.

이런 법·제도적 방안은 반대하면서, 마치 약한 노동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귀족 노동자를 때려잡는다는 논리로 현 정권은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