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맞선 공무원들] ⑤ 엄마, 코로나 지키러 가?
[코로나19에 맞선 공무원들] ⑤ 엄마, 코로나 지키러 가?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0.09.26 00:00
  • 수정 2020.09.2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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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와혁신·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공동기획

코로나19가 2020년을 휩쓸었다. 이 ‘팬데믹’의 한가운데 보건의료 노동자와 공무원 노동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지금도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묵묵히 견디고 있다. <참여와혁신>은 특히 제일선의 의료진에 비해 한눈에 띄지는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역할을 해온 공무원 노동자를 주목했다. 방역 업무부터 시작해 자가격리자들을 지원하고, 확진자 동선을 파악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것도 공무원 노동자들이었다. <참여와혁신>은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공무원 노동자들의 일터와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자 연재기사를 진행한다. 다양한 직무에 있는 공무원 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에게 묻는다. “코로나19가 일터를 어떻게 바꾸었나요?”

9월 21일 오전 9시 30분, 경기도 안산시 환경교통국 5층에 위치한 자가격리자관리 TF팀을 찾았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안산시 해외입국 자가격리자관리 TF팀
“어서 모든 사람이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해요”

코로나19 상황에도 어쩔 수 없이 해외에서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렵사리 비행기표를 끊어 입국한 사람들은 코로나19 검사와 자가격리 14일을 겪어야 한다. 공항에 들어서면 격리장소와 연락처를 기재하고 핸드폰에 ‘자가격리자안전보호앱’이라는 위치추적 어플을 설치한다. 이에 발맞춰 각 지자체에는 한국에 도착한 해외입국자의 안전한 자가격리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 노동자들이 있다. 경기도 안산시의 해외입국자는 특히 많은 편이다. 안산시는 특별팀을 꾸려 대응 중이다. 9월 21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환경교통국 5층에 있는 ‘자가격리자 관리TF팀’을 찾았다.

“8살 아들이 있는데 여기 배정받고 출근하던 날 아침에 걔가 “엄마는 왜 지옥으로 갔어?”라고 물어보더라고요. 주말도 출근하고, 쉴 틈이 없어요. 둘째는 5살인데, “엄마 코로나 지키러가?” 하더라고요. 애들 시선으로 봤을 때는 엄마가 정신없이 일하는 게 그렇게 느껴지는 거예요. 그냥 웃고 말았죠.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생각을 해요. 하루빨리 끝났으면 좋겠네요.”

김자희 자가격리자 관리TF팀원은 처음 팀이 꾸려지던 날을 상기하며 위와 같이 말했다. 하루 평균 안산시 해외입국자 40명, 자가격리자는 550명대다. 올해 7월 구성된 자가격리자 관리TF팀에는 여러 직무의 공무원 6명이 속해 있다. 보건직, 간호직, 운전직, 사서직까지 다양하다.

이들이 수행하는 업무는 크게 두 가지다. 매일 질병관리청에서 안산시를 자가격리장소로 설정한 해외입국자들의 명단을 받아 안산시 공무원들에게 배치하는 것이 우선이다. 안산시 공무원 한 사람 당 4명의 자가격리자들을 맡는다. 공무원들은 어플을 통해 하루 두 번 실시하는 자가격리자들의 ‘건강진단’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한다. 자가격리자들은 기침, 인후통, 호흡곤란 등의 코로나19 증상을 담당 공무원에게 알린다. 이들의 이탈 여부를 지켜보는 것도 공무원의 몫이다. 자가격리자 관리TF팀은 이 과정에서 모니터링을 통해 자가격리자들을 돕는 공무원들을 지원한다.

두 번째 업무는 자가격리에 필요한 의료 물품을 준비하는 일이다. 살균제, 손소독제, 마스크, 일회용 체온계, 쓰레기봉투 등의 의료 물품 키트를 자가격리 현장에 투입되는 공무원 노동자에게 전달한다. 자가격리 시 생기는 쓰레기는 보관하다가 그 기간이 끝나면 버린다. 첫 번째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더라도 차후 기내접촉자로 밝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생활폐기물은 의료폐기물로 분류된다.

 

외국인 비중 높은 안산시
다국어 안내문·핸드폰 대여·통역 등 해외입국자 상황 고려

“초반에는 그야말로 ‘멘붕’이 왔었죠.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4명이 근무를 했는데 자리만 정해졌고, 일을 안 해본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데 또 마침 해외입국자가 많은 시기였어요. 외국인이 많다보니까 검사를 받으러 갈 때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요. 저희 힘으로는 모자라니까 차량 네 대를 지원 받았어요. 자가격리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이송하는 차였죠. 그것도 모자라서 보건소에서 한 대 지원받고, 임차도 두 대 해서 7대로 운영하고 있어요.”

보건소에 있다가 TF팀으로 온 배진수 자가격리자 관리TF팀장은 “타지에 와서 2주간 격리하는 게 힘들 텐데, 서툰 한국말로 ‘감사하다’고 말할 때 보람을 느낀다”면서도 “팬데믹이 이렇게 오래 지속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이런 일은 앞으로도 재발될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19를 계기로 정책이나 매뉴얼, 특히 공무원들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제대로 준비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하루 네 번,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단원구청에 도착하면 곧바로 안산시 대중교통과가 자가격리 장소로 이들을 이동시킨다. 이후 가까운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는다. 자가격리자 관리TF팀은 이 과정에서 이동수단이 없는 해외입국자를 파악해 코로나19 검사를 받게끔 한다. 공항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해외입국자도 있지만 증상을 보일 때의 경우다.

해외입국자가 많은 안산은 다국어 자가격리 안내문이 비치돼 있다. 각국의 언어로 번역된 설명서가 외국인 자가격리자에게 제공된다. 가장 난감한 상황은 외국인 입국자의 연락이 두절될 때다. 안산시 해외입국자 중 외국인의 비중은 60% 이상이다. 배진수 자가격리자 관리TF팀장은 “특히 수도권에 해외입국자들이 집중돼 있는 편이다. 아무래도 공항에서 이동수단이 용이하고 격리 장소를 구하기 쉬운 곳으로 간다. 지방으로 가면 장소도 없고 이동이 불편하니까 지인들을 통해 안산에 방을 얻어놓고 끝나면 자신들이 가야 하는 장소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9월 21일 경기도 안산시 환경교통국 5층에 위치한 자가격리자관리 TF팀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고 있는 엘레나 통역사.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저는 7월 9일부터 (TF팀에서) 일했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전화를 받아 러시아어 통역을 해요. 하루 평균 15명 정도에요. 어플에서 검색하는 방법, 언제 검사를 가야 하는지 제일 많이 물어봐요. 외국인들은 한국말이 어려워요. (자가격리 기간 동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해요.”

자가격리자 관리TF팀에는 팀원 6명 외에도 정부가 일자리지원단 사업을 통해 투입한 노동자 20명이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통역, 차량지원팀 등의 업무를 한다. 엘레나 통역사도 그 중 한 명이다.

한국 유심칩이 없는 외국인은 통화가 불가능하다. 바로 공항에서 자가격리 장소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 핸드폰을 개통할 시간은 없다. 해외입국 시 접촉자는 한 사람이라도 더 줄이는 게 안전하다. 공무원 노동자들은 자가격리 장소로 직접 가보거나, 자가격리 시 사용할 임대폰을 대여해주기도 한다. 이와 같은 업무를 수행할 때 통역사는 자가격리자와 공무원의 소통을 돕는다.

 

“잠시만요, 전화 끊지 마세요! 잠시만요!”

자가격리자가 많은 만큼, 자가격리자 관리TF팀에도 매일 다른 변수가 펼쳐진다. 이날 자가격리자 관리TF팀은 부모상을 당한 자가격리자가 ‘발인만이라도’ 함께할 수 있게 애쓰는 중이었다. 부모상의 경우에는 대사관의 격리 면제 서류를 받아야 한다.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음성 판정을 받으면 능동감시에 들어간다. 장례식장에는 공무원 노동자가 동행한다.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집에 있어도 편하지 않았다는 배진수 자가격리자 관리TF팀장의 말이다.

“퇴근을 해도 업무의 연장이죠. 갑자기 자가격리자 이탈 알림이 울리면 공무원 노동자들은 문제가 생길까봐 스트레스를 받아요. 저희는 10시, 11시까지도 공무원 노동자들의 궁금증에 답해주기 위해 계속 핸드폰을 잡고 있어요. 공무원들이 워낙 새가슴이잖아요. 소심하거나 꼼꼼한 사람들은 자가격리 현장에도 많이 찾아가요. 저도 사무실에 있는 게 마음이 차라리 나아서, TF팀 하는 3개월 동안 하루 쉬었어요. 주말에도 계속 입국자가 와요. 업무는 누구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어려울 때 먼저 공무원이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해외입국자로 인한 지역사회 감염을 막는 데 최대한 보탬이 되고 싶어요. 저는 조합원이지만 노동운동을 막 열심히 하지는 않아서, 노동조합에서 직원들의 힘든 점을 해결해주려고 애써주는 건 고맙죠. 사실 공무원노동조합이 여러 개 있잖아요. 하나가 돼서 같이 잘 풀어갔으면 좋겠어요.”

안산시는 최근 개별 자가격리자 담당 공무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AI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통역이 필요하지 않은 내국인들만 우선 시행하고, 주어진 질문에 예 또는 아니오로 대답하는 방식이다.

팀이 꾸려지고 안산시의 공무원들이 협업하면서, 이들은 ‘처음보다는 확실히 괜찮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조용훈 단원구 해외입국 자가격리 담당 공무원은 “대응 지침이나 규정이 확실히 정해져 있지 않은 게 힘들다”면서도 “초반에는 정리도 안 됐는데, 지금은 그나마 체계화가 됐다”고 말했다.

자가격리자 현황을 확인하고 있는 배진수 자가격리자 관리TF팀장.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가족분하고 접촉 하지 말고 방 한 칸, 화장실 한 칸 따로 쓰셔야 해요. 식사는 일회용기에 드시고, 오늘 와서 검사 받으시면 될 것 같아요. 수시로 연락 좀 주세요.”

“잠시만요, 전화 끊지 마세요! 잠시만요! ○○○씨 맞으신가요? 아, 따님이시라고요? 아버님 어디 가셨어요?”

자가격리, 대부분 처음 겪는 일일 테다. 안산시 자가격리자 관리TF팀원들은 인터뷰 중간 중간 걸려오는 전화를 받아 설명을 반복했다. 자가격리 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내국인은 고발, 외국인은 추방될 수 있다. 하지만 수칙을 지키지 않았던 사정은 저마다 다르다. 어플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 마음이 급해진 외국인 자가격리자가 파출소에 나가 작동법을 물어본 사례도 있었다. 자가격리자들은 질문이 많고, 개별 자가격리자들을 지원하는 공무원들은 불안하다. 주민들의 따가운 눈초리도 있다. 아파트에 자가격리자를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는 항의전화가 빗발치기도 했다.

이런 상황들 속에서, 안산시 자가격리자 관리TF팀이 답변 중이다. TF팀 사무실에서 나오는 길에도 그들은 여전히 통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배진수 자가격리자 관리TF팀장의 말처럼, “해외입국자로 인한 지역사회 감염을 막는 데 최대한 보탬이 되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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