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맞선 공무원들] ② 부산의 컨트롤타워는 무너질 수 없었다
[코로나19에 맞선 공무원들] ② 부산의 컨트롤타워는 무너질 수 없었다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09.07 00:00
  • 수정 2020.09.06 15: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참여와혁신·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공동기획

코로나19가 2020년을 휩쓸었다. 이 ‘팬데믹’의 한가운데 보건의료 노동자와 공무원 노동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지금도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묵묵히 견디고 있다. <참여와혁신>은 특히 제일선의 의료진에 비해 한눈에 띄지는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역할을 해온 공무원 노동자를 주목했다. 방역 업무부터 시작해 자가격리자들을 지원하고, 확진자 동선을 파악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것도 공무원 노동자들이었다. <참여와혁신>은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공무원 노동자들의 일터와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자 연재기사를 진행한다. 다양한 직무에 있는 공무원 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에게 묻는다. “코로나19가 일터를 어떻게 바꾸었나요?”

부산역 해외입국자 전용 선별진료소에서 10시 43분 부산역에 도착하는 KTX로 수송된 해외입국자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부산역 해외입국자 전용 선별진료소에서 10시 43분 부산역에 도착하는 KTX로 수송된 해외입국자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에볼라, 메르스도 겪어봤는데… 정말 긴 싸움이네요”
부산광역시 의무·간호·보건·의료기술 공무원 노동자

#1 “10시 43분, 첫차 올 때 됐습니다.”

오전 10시 40분. 부산역 부산유라시아플랫폼에 마련된 사무실이 분주하다. 모두 N95 마스크와 비닐로 만든 일회용 방호복, 수술용 장갑을 착용한다. 푸른색의 레벨D 방호복을 입고 그 위에 일회용 비닐 방호복을 입는 사람도 있다. 오전 8시, 서울역을 출발해 10시 43분 부산역에 도착하는 KTX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한 해외입국자가 탑승하기 때문이다.

해외입국자는 정부 방침에 따라 자신의 최종 행선지역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는다. 부산광역시가 행선지인 해외입국자는 부산역 부산유라시아플랫폼 앞에 마련된 해외입국자 전용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는다. 해외입국자는 광명역에서 KTX 17~18호 차에 격리된 채로 탑승해 부산역에 도착한다.

부산역 선별진료소는 수송지원팀, 선별진료소팀, 두리발 수송팀으로 운영되며, 자가격리가 어려운 분들을 위해 부산역 인근 임시격리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수송지원팀이 KTX에서 하차하는 해외입국자를 별도 동선을 통해 부산역 선별진료소로 인도한다. 선별진료소팀은 각자 위치에서 해외입국자의 코로나19 검사를 수행한다. 코로나19 검사를 마친 해외입국자는 다시 수송팀과 임시격리시설 측에서 해외입국자 개인의 사정에 따라 최종 목적지로 인도하여 지역사회 노출을 최소화하여 감염전파를 조기에 차단한다.

부산역에 도착하는 해외입국자 탑승 KTX는 11대. 오전 10시 43분에 도착하는 첫 기차를 시작으로 새벽 1시 3분에 마지막 기차가 도착한다. 부산역 선별진료소의 하루는 오전 9시에 시작해 새벽 3시에 마무리된다. 운영 시간 18시간. 1개 조로 운영하기에는 벅찬 시간이기에 선별진료소팀은 3개 조로 나눠 돌아가면서 운영한다. 각 조는 의사 1명, 간호사 2명, 행정요원 3명, 지원인력 2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하는 주간 조, 오후 7시부터 새벽 3시까지 일하는 야간 조, 휴무 조로 구성된다. 보통 ‘주간 3일-휴무 1일-야간 3일-휴무 2일’을 한 주기로 한다.

#2 “우리 박순경 팀장님, 과로로 쓰러져서 입원했다가 며칠 전에 겨우 복귀했어요.”

박순경 부산광역시청 건강정책과 건강관리팀장은 최근 공직 생활 31년 만에 처음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박순경 팀장은 부산광역시 코로나19 대응을 책임지는 컨트롤타워 중 1명이다.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2015년 메르스도 막아냈지만, 6개월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는 먼저 소진되고 말았다.

부산광역시의 코로나19 컨트롤타워는 29명으로 구성된 건강정책과다. 그중 박순경 팀장이 속한 건강관리팀은 총 5명이다. 건강관리팀은 공무직 노동자 1명과 의무실 근무자 1명을 제외한 3명이 부산광역시 내의 16개 보건소 선별진료소와 부산역 선별진료소를 관리한다. 3명이 17개나 되는 선별진료소에서 직접 업무를 할 수 없기에, 부산역 선별진료소는 22명의 민간 노동자와 공로연수 중인 간호직 공무원 등이 함께 꾸려나가고 있다.

부산역 해외입국자 전용 선별진료소에서 해외입국자들이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부산역 해외입국자 전용 선별진료소에서 해외입국자들이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4월 6일, 부산역에 처음 선별진료소가 문을 연 날부터 취재를 위해 방문한 8월 27일 새벽까지 부산역 선별진료소에서는 1만 7,270명의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다. 양성 판정을 받은 검사자는 22명으로 양성률이 높은 편은 아니라는 게 박순경 팀장의 설명이다.

박순경 팀장은 “부산역 선별진료소가 자리 잡는 데 두 달이 걸렸다”고 말했다. 두 달 동안 부산역 선별진료소 구석구석 박순경 팀장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특히 부산역 선별진료소 설치 후 3주 동안 박순경 팀장은 집에 가지도 못한 채 부산역 선별진료소 운영에 매달렸다.

“정부에서 모든 해외입국자에게 코로나19 검사를 하겠다고 발표하고, 4월 6일에 부산역에 해외입국자 전용 선별진료소를 설치했어요. 부산역 옆에 라마다호텔이 있어요. 거기가 해외입국자 중에 자가격리 장소가 마땅하지 않은 분들을 임시로 격리하는 임시격리시설이거든요. 임시격리시설에도 관리팀이라고 공무원이 파견 나가 있는데, 부산역 선별진료소 설치하고 3주 동안은 거의 집에도 못 가고 라마다호텔에 있는 관리팀 숙소에서 잤어요. 방이 2개 배정됐는데 침대가 총 4개에요. 관리팀 인원은 약 7명이고요. 1인용 침대 하나에 두 명이 쪽잠을 자는데, 가뜩이나 침대보다 사람이 많은데 저까지 보태니 미안하고 그랬어요. 어떤 날은 정말 구석에서 눈만 붙였다가 일어나기도 했죠.”

부산역 선별진료소의 감염 노출을 예방하고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6월까지 박순경 팀장은 매일 새벽 3~4시까지 부산역 선별진료소를 지켰다. 같이 일하는 선별진료소팀원들이 조금이나마 더 쉴 수 있도록 새벽 1시 3분에 도착하는 마지막 기차에서 하차한 해외입국자의 코로나19 검사가 종료되면 팀원들을 퇴근시키고 혼자 사무실을 정리했다. 어느 날 술에 취한 노숙인이 사무실 문을 두드리며 사무실에 침입하려는 일을 겪은 후, 야간 조 선별진료소팀원들과 함께 사무실 정리를 마치고 퇴근했다.

매일 18시간 이상 코로나19 대응에 매달렸던 박순경 팀장의 몸은 버티지 못했다. 결국 박순경 팀장은 과로로 쓰러져 119와 응급실 신세를 졌다. 제대로 쉴 시간도 없이 혹사했던 몸은 퇴원한 이후에도 아우성친다. 발바닥은 족저근막염에 걸린 것처럼 아프고 온몸은 흠씬 두들겨 맞은 것 같지만 쉴 수 없다. 선별진료소 현장에 가지 않으면 원래 박순경 팀장이 사무실에서 해오던 업무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역 선별진료소 상주 전임자를 구했어도 박순경 팀장은 늘 밤늦게까지 일하고 있다. 코로나19 전담부서인 건강정책과 전체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3 “8월 15일부터 12일 동안 확진자가 20명이 넘네요.”

박순경 팀장은 부산진구보건소로 향했다. 광복절 집회가 있었던 8월 15일 이후, 부산광역시 부산진구는 비상이 걸렸다. 매일 확진자가 발생했다. 취재 전날인 8월 2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부산진구민이 5명, 취재가 있었던 27일에도 한 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27일 검사를 진행한 부산진구민 중 2명은 28일, 코로나19 확진자 명단에 올랐다. 부산진구보건소에서 만난 정규석 부산진구보건소장은 “8월 15일 이전에 부산진구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14명이었는데, 확산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부산진구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는 간호직 공무원 뒤로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 있다.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부산진구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는 간호직 공무원 뒤로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 있다.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부산진구보건소 앞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는 검사 대기자들이 줄지어 앉아있었다. 부산진구 쪽방촌에 거주하는 사람이 광복절 집회에 다녀왔다는 제보가 있었기에 쪽방촌 주민에 대한 코로나19 검사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산역 선별진료소에서는 노숙인이 광복절 집회에 다녀왔다는 제보를 입수해 해외입국자가 없는 시간에 노숙인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다.

정규석 소장은 “그래도 오늘은 검사자가 많은 편이 아니”라고 말했다. 8월 19일,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그 주말에는 한진중공업 관련 코로나19 전수조사로 100명이 넘는 검사자가 다녀갔다. 부산진구 선별진료소는 주말에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운영하지만, 검사자가 많을 때는 연장해 운영하기도 한다. 8월 27일까지 3일 동안 부산진구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람은 550여 명에 달해 부산진구 선별진료소를 꾸려가는 노동자들은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했다.

이날 박순경 팀장은 전화 한 통을 받았다. 8월 23일 최초로 확진자가 발생한 부산진구의 한 목욕탕에 대한 전수조사를 한다는 전화였다. 박순경 팀장과 정규석 소장은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인사를 나눴다.

#4 “코로나19가 끝나면 산속에 들어가서 쉬고 싶어요.”

이날 취재진이 만난 부산광역시 의무·간호·보건·의료기술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코로나19가 끝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대부분 “일상으로의 복귀”를 가장 먼저 하고 싶다고 답했다.

7월 초, 부산역 선별진료소에 채용된 양대건 씨는 “코로나19가 끝나면, 응급의학과 전공의에 지원해서 다시 병원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답했다. 양대건 씨는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인턴 생활을 마치고 잠시 쉬고 있던 때에 부산역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고 부산역 선별진료소에 합류했다.

같은 시기 부산역 선별진료소에 합류한 허기남 씨는 누구보다 일상으로의 복귀를 소망했다. 허기남 씨는 여행사를 운영하던 사장님이었지만, 코로나19로 여행사를 유지할 수 없게 되자 부산역 선별진료소 행정요원에 지원해 일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은 즐겁지만, 원래 하던 여행사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부산진구보건소에서 만난 6년 차 간호직 공무원 노동자 김지원 씨는 “마스크를 벗고 싶다”고 했다. 부산진구 선별진료소를 찾은 검사자의 코와 목구멍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업무를 하는 김지원 씨는 올해 2월 부산 아시아드요양병원 코호트 격리 당시 차출되기도 했다.

“새벽 3시 반쯤인가? 자고 있는데 전화가 왔어요. 부산 아시아드요양병원을 코호트 격리해야 하니 어서 오라고요. 부랴부랴 부산 아시아드요양병원으로 갔어요. 2주 동안 격리된 채로 간호 업무를 수행했죠. 일단 코로나19의 끝이 당장은 안 보여서….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마스크는 좀 벗고 생활하고 싶어요.”

20년 차 의무직 공무원인 최재영 씨는 “코로나19 이후 휴가를 한 번도 못갔다”며 “휴가를 쓰고 여행 가고 싶다”고 말했다. 정규석 소장은 “올해 9살과 5살 된 아이들이 있는데, 최근 놀이터에서 ‘우리 아빠는 보건소에 있는데…’ 하면서 아빠와 함께 놀이터에 온 친구를 부러워했다는 얘길 들었다”며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부산광역시 코로나19 대응의 핵심인 박순경 팀장에게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물었다. 비닐 방호복이 제대로 찢기지 않아 부산역 선별진료소팀원들이 불편을 겪을까봐 새로운 비닐 방호복을 준비하기 위해 바쁘게 연락하던 박순경 팀장은 희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박순경 부산광역시청 건강정책과 건강관리팀장.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박순경 부산광역시청 건강정책과 건강관리팀장.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저요? 글쎄요. 코로나19가 끝난다면, 휴대폰도 두고 어디 산속에 틀어박혀서 쉬고 싶어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푹 쉬고 나면 체력도 좀 회복되지 않겠어요?”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