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맞선 공무원들] ⑨ 바이러스는 보이지 않는 것과의 전쟁
[코로나19에 맞선 공무원들] ⑨ 바이러스는 보이지 않는 것과의 전쟁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0.11.12 14:34
  • 수정 2020.11.13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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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와혁신·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공동기획

코로나19가 2020년을 휩쓸었다. 이 ‘팬데믹’의 한가운데 보건의료 노동자와 공무원 노동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지금도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묵묵히 견디고 있다. <참여와혁신>은 특히 최일선 의료진에 비해 한눈에 띄지는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역할을 해온 공무원 노동자를 주목했다. 방역 업무부터 시작해 자가격리자들을 지원하고, 확진자 동선을 파악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것도 공무원 노동자들이었다. <참여와혁신>은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공무원 노동자들의 일터와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자 연재기사를 진행한다. 다양한 직무에 있는 공무원 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에게 묻는다. “코로나19가 일터를 어떻게 바꾸었나요?”

장갑을 낀 경찰병원 의료진. ⓒ 경찰병원  

 

경찰병원도 매일이 살얼음판
얼음조끼 동원해 8.15집회 투입경찰 전수조사도

“코로나19 업무와 기존 일을 병행하고 있어요. 감염관리실 간호사가 두 명인데 반나절씩 호흡기안심외래진료소에서 번갈아 일해요. 해야 할 일들을 못 하고 다 밀리기도 해요. 남아서 하는 거죠.”

입사 29년차 간호사 A씨는 작년에 경찰병원 감염관리실 업무로 돌아왔다. 2006년부터 5년간 일했던 부서였다. 환자들은 간혹 자신의 질환을 고치러 온 병원에서 병원감염 되기도 한다. 원인은 다양하다. 노령인구, 만성퇴행성질환, 면역력 저하, 항생제 내성균 출현, 침습성 의료기술의 발달 등으로 의료관련 감염이 매년 증가하고 있고, 환자와 환자 사이를 오가는 의료진이 감염 매개가 되기도 한다. 감염관리실은 병원 내에서의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침을 권고·모니터링한다. 필요시 환경 개선을 건의하고 수행하는 역할도 맡는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경찰병원은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됐다. 선별진료소와 음압병실을 운영하고,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오면 전담병원으로 인계하는 역할이다. 코로나 이후 간호사 A씨의 업무도 완전히 달라졌다. 간호사 A씨는 호흡기안심외래진료소에서 코로나19 증상이 없는 호흡기 질환자를 진료한다. 코로나19일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기침이나 콧물 등을 보이는 환자들이다. 호흡기안심외래진료소는 경찰병원 건물 앞에 위치해 있다. 호흡기 증상자들은 경찰병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간호사 A씨도 밖으로 나와 환자들을 만난다.

아울러 코로나19 검사 대상자를 안내하는 것도 간호사 A씨의 일이다. 10월 30일 경찰병원을 찾았을 때는 서울의 한 사무실에서 코로나19 검사 대상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경찰병원을 찾은 사람들이다.

 

경찰병원의 한 의료진이 호흡기안심외래진료소 밖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경찰병원  

 

이름과는 다르게 경찰병원은 경찰만을 대상으로 진료하지는 않는다. 각종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경찰관과 소방관이 경찰병원을 주로 찾지만, 지역사회 구성원들도 이용할 수 있는 종합병원이다. 그럼에도 경찰병원은 경찰들의 진료를 우선시해야 한다. “8.15 집회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고 운을 띄우자 간호사 A씨는 8.15 집회 투입 경찰들의 코로나19 전수조사 기억을 먼저 떠올렸다.

그는 “8.15 집회에 투입된 경찰을 모두 조사하라는 지침 전에도 일반 환자들이 많이 오던 상황이었다. 경찰 전수조사는 3일 간 500명 정도 했다. 선별진료소 검체채취실은 음압시설로 한 환자의 검사가 끝날 때마다 환기와 소독을 해야 하는데 한 환자 검사에 최소 5분 이상 걸려 야외 전수조사를 진행했다”며 “밖에 의자를 마련해서 경찰들의 코로나19 검사를 하는데 그 때가 8월이었다. 너무 더우니까 동료들은 얼음 조끼까지 동원해 땀을 뻘뻘 흘리면서 검사를 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 경찰병원  

 

경찰병원은 코로나19 환자를 전담병원으로 이송시켜야 하지만, 응급한 경우엔 그 시간조차 사치다. 특히 고령의 고위험군 환자들은 경찰병원이 바로 처치한 적도 많았다.

“코로나19 의심 증상에 폐렴이 있어요. 근데 폐렴은 사진 찍어보기 전에는 몰라요. 어떤 할머니가 열이 많이 나서 급하게 왔는데, 집으로 보낼 수가 없는 거예요. 그 할머니는 코로나19가 강력히 의심이 됐어요. 입원을 시켜야 했는데 다른 입원을 보호해야 해서 응급실 내 음압병실로 보냈어요.”

“그 분은 코로나19 양성이 나왔지만, 저희 병원에 밀접 접촉자는 한 명도 없었어요. 부주의하게 환자를 대한 의료진이 없었다는 의미죠. 위험은 항상 있어요. 1층에서 지금 열을 재는데, 안 걸러지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래도 우리 병원 사람들이 수시로 바뀌는 지침을 관심 있게 보고 다들 따라서 해 줘요.”

코로나19가 원내에 진입하는 건 우선적으로 막아야 했다. 아예 병원에서 샤워를 마치고 귀가하는 직원들도 많았다. 원래 경찰병원 내 감염관리 일을 해 왔던 간호사 A씨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같은 업무를 이어갔다. 중대본에서 내려오는 지침을 확인하고 원내 게시판에 공지하고 지침을 직원들에게 교육하기도 했다.

 

경찰병원 앞 호흡기안심외래진료소 풍경. ⓒ 경찰병원  

 

매번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과 접촉하는 간호사 A씨는 “모든 직원들은 내가 코로나19를 옮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불안감이 있고, 우리병원 뿐만 아니라 모든 병원들이 원내에서 확진자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살얼음판이다”라고 걱정했지만, 그는 경찰병원 직원들을 신뢰했다. 믿음은 간호사 A씨가 내내 사용했던 ‘우리 병원 사람들’이라는 표현에서 엿볼 수 있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보이지 않는 것과의 전쟁이에요. 그런데 이 업무를 하면서 저는 공무원들의 저력을 느꼈다고 할까?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서 응대를 하는 거죠. ‘우리 직원들이 정말 내 일처럼 잘 해내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들 잘 견디고 계세요.”

 

김대령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경찰병원지회장.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증가하는 업무와 민원에도
따뜻하게 다가갈 수 있는 ‘우당탕탕’ 노동조합

코로나19로 늘어난 업무와 야근은 경찰병원도 매한가지였다. 늦은 시간까지 환자를 대하는 간호사들에게 제일 필요한 건 편한 옷과 신발이었다. 경찰병원의 간호복은 라인이 잡혀 있고, 땀 흡수가 원활하지 않아 불편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신발도 전통 간호화를 신었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경찰병원지회는 간호복 변경과 신발자율화를 사측에 요청했다.

올해 1월 임기를 시작한 김대령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경찰병원지회장은 “노동조합이 따듯한 조직이라는 걸 조합원분들이 꼭 알아주셨으면 한다. 조합원들이 표현해줘야 알 수 있다. 지금은 우당탕탕 활동을 하고 있지만, 노동조합도 눈치 보지 않고 표현하겠다”고 말했다.

 

경찰병원에 들어가는 입구. 모든 방문자는 체온검사를 한다. ⓒ 경찰병원  

 

코로나19 이후 경찰병원지회의 조합원 수는 100명 정도 증가했다. 노동조합은 직원들을 찾아다니며 소규모로 모임을 가지고 현안을 물었다. 경찰병원은 간호직·간호조무직·의료기술직·행정직·운전직·방호직·위생직 등 여러 직렬이 공존한다. 

“저는 계속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과할 정도로 직원들의 고충을 사측에 표현하고 있는데 그게 제 역할입니다. 관리자와 평직원과의 창구가 부족하고, 이해가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노동조합이 나서야 합니다.”

“한국의 전염병 대응 시스템은 충분히 앞서 가고 있는 걸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지금은 관리직이나 수뇌부 분들의 결정에 의해서 시스템이 대부분 정착합니다. 현장의 목소리들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건의 받을 수 있는 곳이 있으면 훨씬 나은 정책이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또한 실제로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에 대한 대응은 미비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국민과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취합해서 정책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경찰병원  

경찰병원지회가 가장 중요하게 추구하는 가치는 ‘표현’이다. 조합원·사측과 만나기 위해 발로 뛰어다니는 김대령 지회장은 앞으로의 전염병 대응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있어서도 현장과의 소통을 이야기했다. 노동조합에서는 자체적으로 신문을 제작해 온라인으로 배포했다. 궁금한 점을 질의할 수 있는 소통창구도 사측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코로나19에 정신없는 경찰병원에서 경찰병원지회는 직렬들 간의 소통을 위해, 나아가 사측과의 소통을 위해 ‘우당탕탕’ 표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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