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맞선 공무원들] ⑧ 남산의 기적, 남산생활치료센터
[코로나19에 맞선 공무원들] ⑧ 남산의 기적, 남산생활치료센터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10.31 00:00
  • 수정 2020.10.28 18: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참여와혁신·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공동기획

코로나19가 2020년을 휩쓸었다. 이 ‘팬데믹’의 한가운데 보건의료 노동자와 공무원 노동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지금도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묵묵히 견디고 있다. <참여와혁신>은 특히 최일선 의료진에 비해 한눈에 띄지는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역할을 해온 공무원 노동자를 주목했다. 방역 업무부터 시작해 자가격리자들을 지원하고, 확진자 동선을 파악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것도 공무원 노동자들이었다. <참여와혁신>은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공무원 노동자들의 일터와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자 연재기사를 진행한다. 다양한 직무에 있는 공무원 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에게 묻는다. “코로나19가 일터를 어떻게 바꾸었나요?”

남산생활치료센터 전경.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남산생활치료센터 전경.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2~3일 만에 한 개의 생활치료센터를 만들어내니, 위에서는 쉬운 줄 알더라고요”
서울특별시청 인력개발과 공무원 노동자

서울특별시 공무원 복지담당자가
생활치료센터를 만들어낸 이유

서울특별시 공무원 노동자들의 복지·교육 등을 위해 전국 3곳의 공무원연수원을 운영하는 서울특별시청 인력개발과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공무원연수원 대신 특별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바로 생활치료센터다. 올해 2월, 대구와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정부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는 코로나19 확진자 중 증상이 경미해 입원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감염자를 위한 격리시설 마련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렇게 3월, 서울특별시에는 노원구 태릉선수촌을 태릉생활치료센터로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다.

김형태 서울특별시청 인력개발과 주무관은 “서울특별시 공무원연수원을 인력개발과에서 운영하기에 생활치료센터의 운영동선을 구상하는 것이나 코로나19 확진자의 요구에 대해 빠르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으로 인력개발과가 생활치료센터 운영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남산생활치료센터는 6월 4일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현재 서울특별시가 운영하는 생활치료센터는 태릉생활치료센터와 남산생활치료센터를 포함해 8곳에 달한다. 인력개발과의 한정된 인원이 8곳에 달하는 서울특별시의 생활치료센터를 24시간 운영·관리하는 게 어려워지자, 9월부터 각 실·국에 생활치료센터 운영 실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분배했다. 취재를 위해 남산생활치료센터를 찾은 10월 13일, 남산생활치료센터는 서울특별시 도시계획국에서 운영 실무를 담당했다. 공무원 노동자의 피로도를 고려해 생활치료센터 근무 기간은 최대 2주로 제한했다. 인력개발과는 여전히 서울특별시 생활치료센터 운영의 주무부서로서 8곳의 생활치료센터 운영을 관리하고 있다.

남산생활치료센터의 하루

남산생활치료센터는 서울시 중구 필동에 있는 서울유스호스텔에 만든 서울시 생활치료센터다. 남산생활치료센터는 운영총괄반과 의료지원반이 24시간 상주하고 있는데, 운영총괄반은 다시 운영반과 시설관리반, 경찰관으로 구성된 질서유지반으로 나뉜다. 4명씩 3개 조로 구성된 운영반 근무조는 주간근무, 야간근무, 휴무를 번갈아 가며 남산생활치료센터의 24시간을 담당한다.

당시 남산생활치료센터에서 격리 중인 코로나19 확진자는 30명이었다. 30명의 코로나19 확진자는 보통 2명이 1개 호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방의 크기가 큰 경우, 가족실로 3명이 1개 호실을 사용하는 때도 있고, 같이 방을 사용하던 코로나19 확진자가 완치 후 퇴소하면 혼자 1개 호실을 사용하기도 한다. 또, 1개 호실에 입소한 코로나19 확진자가 전원 퇴소할 때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남지 않도록 며칠 동안 청소와 소독이 필수다. 그래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더라도 옆 방에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남산생활치료센터는 3차례의 식사 배식 전 방송 및 식사 배식 방송을 비롯해 생활수칙 안내, 폐기물 배출 방송, 택배 수령 방송 등 총 10차례의 안내방송을 한다. 처음에는 생활치료센터에 파견된 공무원 노동자가 육성으로 방송했지만, 지금은 TTS 시스템(Text to Speech, 음성합성 시스템)을 도입해 예약된 시간에 안내방송을 송출한다.

“서울시 생활치료센터 운영총괄반에서 알려드립니다. 잠시 후 점심식사를 제공하겠습니다. 식사가 준비되는 대로 다시 안내해 드릴 예정이오니 방송이 있을 때까지 생활실 내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10시 30분에서 11시 사이, 도시락업체에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코로나19 확진자의 점심 도시락을 가지고 온다. 보통 도시락은 전날 오후에 주문하기 때문에 당일 오전에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기면 도시락 개수가 안 맞을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인력개발과는 도시락 개수를 넉넉히 주문해달라고 요청한다.

배달된 도시락을 봉투에 1인분씩 다시 포장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배달된 도시락을 봉투에 1인분씩 다시 포장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냉장트럭에서 도시락 30여 개를 내리고 봉투에 밥과 반찬, 김치, 젓가락, 과일 등을 빠짐없이 담는다. 내용물이 빠진 봉투는 없는지, 수량은 정확한지 다시 확인한 후 수레에 도시락을 싣는다. 3층 운영총괄반 건너편에서 일회용 방호복으로 갈아입은 후 장갑과 보안경, 머리 비닐을 착용한 공무원 노동자들이 생활실이 있는 4층부터 6층까지 도시락을 배달한다. 이 과정은 하루 3번 반복된다.

생활치료센터는 청정구역과 오염구역을 철저하게 분리했다. 생활치료센터에는 코로나19 확진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공무원 노동자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모든 문은 청정구역에서만 열 수 있다. 혹시 코로나19 확진자가 생활실을 빠져나와도 밖으로 나갈 수 없도록 설계한 것이다. 입소자가 밖으로 나갈 수 있을 때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때와 퇴소할 때뿐이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때도 동선을 분리해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청정구역을 보호한다.

“서울시 생활치료센터 운영총괄반에서 입소자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점심식사와 폐기물수거통이 출입문 앞에 준비되었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하시고, 식사를 들여가시기 바랍니다.”

생활실 문 앞에 작은 탁자를 놓고 숫자를 붙여놓는다. 숫자가 붙어있는 탁자 앞의 생활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생활한다. 매일 닫힌 문 너머 발소리만 들어야 하는 입소자 중 일부는 점심식사 배식이 마무리된 후 식사 배식 방송이 나오기도 전에 문을 열고 점심 도시락을 가져갔다. 식사 배식 방송 직후 생활치료센터 복도마다 설치된 CCTV를 통해 점심 도시락을 들여가는지 확인한다. 인력개발과에서는 “하루 3번 식사를 제때 가져가면 그 입소자는 안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1개 호실에서 점심식사를 늦게 들여갔는데, 운영총괄반에서 해당 입소자와 인터폰으로 통화 후 점심 도시락을 들여갈 수 있도록 재차 안내하기도 했다. 점심식사 배식을 마친 남산생활치료센터 운영총괄반과 김형태 서울시 인력개발과 주무관, 오인찬 서울시 인력개발과 주무관은 오염구역에서 최종 소독 후 일회용 방호복을 탈의한 뒤 남산생활치료센터 3층의 운영총괄반 사무실로 복귀할 수 있었다.

남산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코로나19 확진자의 점심식사 배식을 위해 공무원 노동자가 수레에 점심 도시락을 싣고 출발했다.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남산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코로나19 확진자의 점심식사 배식을 위해 공무원 노동자가 수레에 점심 도시락을 싣고 출발했다.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점심식사를 배식할 때 이날 저녁 이전부터 다음 날 점심 이후까지 발생한 폐기물을 수거할 의료폐기물 통을 함께 나눠준다. 20L짜리 의료폐기물 통 하나에 하루 동안의 쓰레기를 담을 수 있는데, 의료폐기물 통의 뚜껑은 한 번 닫히면 다시 열 수 없다. 의료폐기물 통은 매일 오후 1시 30분 생활실 문 앞에 내놓으면 운영총괄반에서 레벨D 방호복을 입고 의료폐기물 통을 수거한다. 별도의 수거업체가 의료폐기물 통을 소각한다.

처음 겪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
코로나19 걸리면 입소할 생활치료센터 방도 정해놔

김재경(가명) 서울시 인력개발과 주무관은 “처음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에는 다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으로 방호복 입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거나 근무를 꺼렸다”며 “코로나19 때문에 가족에 대한 걱정으로 따로 숙식하는 경우, 노동조합에서 숙소를 알아봐 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처음 겪는 상황에도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공무원 노동자의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힘을 썼다는 것이다.

김형태 서울시 인력개발과 주무관은 “한 번은 이슬람교도가 코로나19에 확진돼 남산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적이 있는데, 할랄 음식을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집단 배식이기에 인증된 업체에서 도시락을 주문해야 하는데, 거기서 할랄 음식을 제공하는 곳을 찾기 어려워 따로 준비해서 제공했다”고 회상했다. 김형태 주무관은 매 끼니 할랄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정말 ‘사명감’으로 일했다고 말했다.

김현중 서울시 인력개발과 과장은 “8월 15일 즈음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생활치료센터를 2~3일에 하나씩 만들어야 했다”며 “생활실마다 생필품, 식수 등을 빠짐없이 넣어야 하는데 짧은 시간 내에 완벽한 생활치료센터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김현중 과장은 “특히 3월에 개소했던 태릉생활치료센터는 5월 운영을 종료했는데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확산하면서 8월 다시 개소해야 했다”며 “태릉생활치료센터를 다시 개소할 때는 개소 전날 태릉생활치료센터에서 잠을 자야 할 정도로 할 일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는 폭염과 장마로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던 시기였다. 숨만 쉬기에도 더운 날임에도 답답한 마스크를 착용하고 생활치료센터에 필요한 생필품과 생수 등의 짐을 날랐다. 또, 얼음조끼를 레벨D 방호복 속에 입은 채 의료폐기물 통을 수거했다. 신발 역시 신발싸개를 착용하는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생활치료센터에서 땀을 흘리며 짐을 나르다가 계단에서 넘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김현중 과장은 “너무 힘들어서 생활치료센터를 만들 때 코로나19에 걸리면 들어갈 방도 배정했었는데 단 한 명도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다”며 “생활치료센터를 만드는 과정이 너무 힘든데 시간을 맞춰야 하니 2~3일에 생활치료센터 하나를 만들어냈더니 위에서는 생활치료센터 개소 과정이 쉬운 줄 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공무원 노동자들이 남산생활치료센터 입소자에게 지급할 생필품 박스를 옮기고 있다.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공무원 노동자들이 남산생활치료센터 입소자에게 지급할 생필품 박스를 옮기고 있다.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입소자가 있는 상태에서 생활치료센터에 들어온 외부인은 기자님이 유일하다”고 말하며 웃던 서울시 인력개발과 공무원 노동자들은 마시던 커피를 단숨에 털어 넣은 후 입소자에 지급할 생필품 박스를 운영총괄반 사무실 건너편 창고로 묵묵히 옮겼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