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열사 육필 일기장 마침내 공개되다
전태일 열사 육필 일기장 마침내 공개되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4.29 15:01
  • 수정 2021.04.2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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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열사 동생 전태삼 씨 50년 간 보관했던 육필 원고 ‘전태일 일기장 관리위’에 위임
​​​​​​​전태일 일기장 관리위원회, “보존과 사회에 널리 알릴 방법 강구할 것”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전태일 열사의 친필 일기장.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 씨가 50년간 보관해오다 ‘전태일 일기장 관리위원회’에 위임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전태일 열사의 육필 일기장이 전부 공개됐다. 왜곡과 오용을 우려해 형의 육필 일기장을 50년간 공개하지 않고 보관해왔던 전태삼 씨는 보존과 더불어 사회적으로 일기장의 의미를 널리 알리기 위해 전태일 일기장 관리위원회에 육필 일기장을 위임했다.

전태일 일기장 관리위원회는 29일 오전 11시 서울시 종로구 전태일다리 앞에서 ‘전태일 일기장 육필 원본 공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현재 전태일 열사의 일기는 조영래 변호사가 집필한 《전태일평전》에서 인용한 부분이나 돌베게 출판사에서 1988년 출판한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에서 일부만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전태일 열사가 친필로 쓴 일기장이 온전히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태일 열사의 육필 일기장은 대학노트 총 7권 분량이다.

전태삼 씨는 그동안 왜곡과 오용 가능성을 우려해 육필 일기장을 공개하기를 꺼려왔지만 사회적으로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함께 기억하고 더 나은 보존을 위해 위임을 결정했다. 전태삼 씨는 2021년 1월 ‘전태일 일기장 관리위원회’ 구성을 제안했고, 2021년 2월 8일 전태일재단, 양대 노총,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노동자역사 한내, 평등과 연대로! 인권운동더하기 등 7개 노동사회단체들이 첫 모임을 가졌다. 이후 “일기장을 노동자 민중의 힘으로 보존하고 널리 활용할 방안을 마련하자”는 의미로 전태일 일기장 관리위원회가 발족했다.

전태일 일기장 관리위원회는 육필 일기장 보존 처리는 물론 데이터베이스화, 전시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서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알릴 계획이다.

전태삼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태일을 반세기 동안 잊지 않고 기억해주신 민중에게 머리 숙여 고마움을 전한다”면서, “불우했던 한 가족의 슬픔을 넘어 ‘우리’라는 주체적인 사회공동체가 미래라는 뜻을 세운 전태일 형의 정신을 노동 대중은 잊지 않고 기억해왔다. 시대의 요청에 형의 육필 일기장을 사회화한다”고 밝혔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 씨가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전태일 열사의 육필 일기장은 학문적으로도 그 가치가 가볍지 않다. 천정환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전태일은 이제 보통명사다. 전태일이라는 사상가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가 여기에 담겨있다. 그리고 전태일은 22살 남짓한 평범한 청년이었다. 이 땅에 살던 평범한 청년으로서, 꿈을 가진 청년으로서 어떻게 고민하고 공부했는가에 대한 기록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면서 “(육필 일기장에는) 문학적이고 문화적인 이야기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또한 당시 시대상을 상세하게 담고 있어 노동사·사회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에서도 전태일 열사의 뜻을 충실히 계승하겠다고 다짐했다.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전태일 열사의 일기장을 잘 보존하고 관리하는 것이 노동자의 의무”라면서, “전태일 일기장 관리위원회와 긴밀한 연대를 통해 열사의 정신과 뜻을 알리기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결합하겠다”고 전했다.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도 “고이 간직해온 노동의 기록, 삶의 기록, 눈물의 기억, 우리의 기억을 전태일 열사의 유가족 분들이 오늘 우리 앞에 위임하기로 했다. 한국노총은 열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이 땅에 양극화와 불평등이 사라지는 날까지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태일 일기장 관리위원회는 “역사적 기록으로서의 일기장을 잘 보존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시민들이 전태일 열사의 일기를 읽고 전태일 정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자 한다”고 알렸다.

한편, 전태일 일기장 관리위원회는 5월 1일 저녁 6시 30분 동대문 평화시장 옥상낙원에서 ‘전태일 열사 일기 바보낭독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알렸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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