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국노총 ‘산업은행 부산 이전 반대’에 관심
尹, 한국노총 ‘산업은행 부산 이전 반대’에 관심
  • 백승윤·정다솜·박완순·강한님 기자
  • 승인 2022.04.16 14:15
  • 수정 2022.04.16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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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윤석열 당선자 한국노총 방문...산별·지역 노동 대표자 무슨 말 했나
​​​​​​​8명 대표자 발언 뒤 임이자 간사 짧은 답변 “검토하겠다”
15일 한국노총을 방문한 윤석열 당선자가 한국노총 회원조합 대표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5일 한국노총을 방문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 이후 한 달만이다. 후보 시절부터 ‘친기업 반노동’ 행보를 보이던 당선자와 대화를 노동계는 기다렸다. 지역 대표자 1명과 산별 대표자 7명이 각자의 현안과 요구사항을 알렸다. 7개 산별은 제조, 운수·물류, 공공, 금융, 우정, 의료, 공무원·교원 등이다.

간담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각 대표자별 발언 시간은 3분가량이었다. 할 말은 많았지만, 시간은 짧았다. 수많은 현안 중 고르고 골라 전달한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연락이 닿지 않은 이동호 우정노조 위원장을 제외한 산별·지역 대표자 7명에게 무엇을 요구했는지 들어보았다.

공무원·교원 노조 타임오프제 약속
“공공부문 노정 협의 틀” 요구엔 묵묵부답

8명의 대표자가 밝힌 여러 요구에 관한 답변은 간담회에 동행한 임이자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가 했다. 대표자 8명이 30분간 제안한 모든 요구사항을 들은 뒤 약 2분간 답변했다.

가장 먼저 답한 사안은 이충재 공무원교원위원회 위원장이 요구한 ‘공무원·교원노조 타임오프 적용’이다. 윤석열 당선자는 대통령 후보 시절 “교원·공무원 노조에 타임오프를 지원할 때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임이자 간사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도입을 약속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보다 낮은 수준에서 도입할 의사를 밝힌 것이다. 관련 법안은 지난해 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 심사를 통과했으나, 상임위 안건 처리 일정이 미뤄지며 계류된 상태다. 이충재 위원장은 “후보자가 아닌 당선인 신분으로 찾아온 자리인 만큼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합리적인 범위는 경사노위 공무원노사관계위원회에서 논의해서 결정하게 될 듯하다”고 말했다.

류기섭 공공연맹 위원장은 기재부와 공공부문 노동계가 지속적으로 노정협의를 할 수 있는 법·제도 마련을 요구했다. 그러나 임이자 간사는 이에 대해 형식적인 답변도 하지 않았다고 류기섭 위원장은 전했다. 류기섭 위원장은 “획기적인 답변을 바란 건 아니지만, 검토하겠다는 얘기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노동조합에서 이야기하는 임금결정구조 개선, 임금피크제 폐지,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개편, 공무직 처우개선 등 다양한 현안을 노정 대화의 틀이 만들어지면 지속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 그런데 건의만 하고 답변은 듣지 못해 아쉽다.”

노동계의 지역균형발전 정책 제안,
‘산업은행 부산 이전 반대’에 주목한 윤 당선자

지역 노동계의 요구사항은 이준희 울산지역본부 의장이 대표로 전했다. “당선인이 지역균형발전을 공약한 만큼, 관련 요구를 전했다. 먼저 중앙뿐 아니라 지역에도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두자고 했다. 그래야 지역 노사민정 거버넌스에 힘이 생기고 중앙과 지역 간 합리적인 논의가 가능하다. 균형발전을 이루려면 중앙 경사노위와 지역 경사노위가 상호 보완하며 유기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이준희 의장이 요구한 다른 하나는 지방에 주력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대기업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그게 지역균형발전의 기본이라고 본다. 생산 공장만 지방에 두고 본사가 서울에 있으면 세금은 서울로 다 가버린다. 인력이 지역으로 유입되는 걸 기대하기도 어렵다. 지역 인구 감소 해결과 소득의 역외 유출을 방지하려면 조속한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

이날 윤석열 당선자가 직접 답한 사항은 하나였는데,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이 요청한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약 전면 유보’였다. 국책은행 지방 이전은 윤석열 당선자의 지역 경제 활성화 공약 중 하나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윤석열 당선자에게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며, 대안을 제시했다. 아래는 박홍배 위원장이 전한 말이다. 

“산업은행 이전 공약 이행을 유보하고,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국민적 공론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가 강조한 내용은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점이다. 국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경쟁력 저하, 정책금융 수행능력 저하, 업무비효율 등이 발생으로 국가적 이익이 훼손된다. 금융 산업 경쟁력을 악화하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면 ‘홍콩 엑시트’ 현상으로 모처럼 찾아온 ‘서울 국제금융허브’라는 국가적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인수위에서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을 검토 중이지만,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건 은행 본점이 아니라 돈이다. 그건 은행을 이전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미 산업은행은 부산에 설립한 해양금융센터를 통해, 그리고 부산, 경남지역 8개 지점 120명 직원을 통해 지역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본점이 부산으로 가면 수도권에 소재한 70%의 거래기업들은 산은 본점과의 업무 협의를 위해 KTX 타고 출장 다니느라 시간과 비용만 허비하게 된다. 은행의 핵심 인재들이 이탈하고, 금융시장으로부터의 차입경쟁력이 약화하여 자금조달 비용은 증가할 것이다.”

“대안으로 지방은행 발전 방안을 제시했다. 산업은행이 공급하고 있는 정책자금의 공급 기능 일부를 지방은행에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 차등 등 지방은행에 대한 규제 역차별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간담회 막바지 마무리 발언에서 당선인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공약했는데, 금융노조에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제안해줘서 도움이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을 언급한 건지, 또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약을 철회한다는 건지 알 순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5일 서울시 영등포구 한국노총빌딩에서 열린 한국노총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퇴장하는 동안 금융노조 지방이전 저지투쟁위원회가 산업은행 지방이전을 반대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br>
한국노총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퇴장하는 윤석열 당선자 뒤로 산업은행 지방 이전 반대 피켓팅 시위를 하는 금융노조 지방이전 저지투쟁위원회가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보건·의료 “민간병원 공공성 담보” 제안
제조업 “사업 이전 시 노동자 보호법” 요구

운수·물류 “관계 부처 장관과 정책협의회” 요청

코로나19로 보건·의료 체계에 대한 정부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보건·의료 노동자는 번아웃에 시달리고, 일부 환자는 병상이 없어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 국가가 나서서 한국의 보건·의료 시스템 전반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신승일 의료노련 위원장은 윤석열 당선자에게 두 가지를 요청했다.

먼저 민간의료기관의 공공성을 담보하는 정책이다. “우리나라 의료 공급구조는 민간의료기관이 90%를, 공공의료기관이 10%를 책임지는 형태다. 큰 비율을 차지하는 민간의료기관에 공공의료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또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이 경쟁하는 구조보다는, 공공병원은 사회취약계층과 대규모 전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형태에 집중하면 좋겠다.”

다음으로 신승일 위원장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건강보험 재정의 일반회계를 정부에서 지원할 것을 요청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건보재정이 충분해야 한다. 현행법상 정부에서 20%를 지원하게 돼 있는데,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 계속 그래왔다. 윤석열 정부는 현행법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관욱 고무산업노련 위원장은 제조업 노동조합을 대표해서 요구안을 전했다. 크게 4가지를 요구했는데, ▲외국계 투자기업 ‘먹튀’ 방지 위한 법조항 신설 ▲합병, 영업양도 등 사업이전 시 고용안정과 포괄적 고용승계 보장하는 법 제정 ▲정년연장으로 국민연금 수급 나이와 정년 나이 간극 해소 ▲공공 조달 품목에 국산 소재 섬유 사용 의무화하고, 국방 조달 피복류에 대한 국산 소재 사용 품목 확대와 예산 증액 등이다.

정태길 선원노련 위원장은 운수물류총련 의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운수·물류 노동조합 대표자들과 관계 부처 장관들 간 주기적인 정책협의회 개최 보장을 요청했다. 운수 물류 현안에 대해 정기적으로 소통하고,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해달라고 요구한 것. 정태길 위원장은 “임이자 간사는 3개 부처 장관이 인선되면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노동자 주체 되려면 요구사항 이뤄져야”

산별·지역 대표자들은 대체로 ‘노동계와 첫 만남인 만큼 윤석열 당선자 측은 부정적인 답변을 피한 듯하다’고 했다. 윤석열 당선자가 “한국노총의 변함없는 친구로 계속 남겠다”고 말한 만큼,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선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한국노총으로서 소기의 성과라는 견해도 있었다. 윤석열 당선자가 ‘산업은행 부산 이전 반대’를 직접 언급한 것을 대부분의 대표자가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반면 “검토하겠다”, “추후 인수위에서 논의하자”는 원론적인 답변과 2분을 조금 넘기 답변 시간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한 대표자는 “당선인 말대로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고 노동자가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요구한 내용들에 대한 조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국정 운영에 노동계의 목소리를 실질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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