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산업은행 구성원에게 들어본 ‘지방 이전 반대 투쟁’ 이야기
2030 산업은행 구성원에게 들어본 ‘지방 이전 반대 투쟁’ 이야기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2.06.27 20:57
  • 수정 2022.09.15 0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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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이전’은 폭력적... 아무런 논의 없이 강제 이주시키겠다는 것”
“정치권에서 시작된 소모적 논쟁으로 경제 위기 시기 산업은행 역할 못해”

산업은행 구성원들은 업무 시작 전 아침마다 자기 책상에 가방을 두고 1층 로비에 모인다. 이렇게 ‘산업은행 지방 이전 반대’ 투쟁이 20일째(27일 기준)로 접어들었다. 매일 같이 모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400~500명 정도가 꾸준히 로비를 채운다. 그중 70~80%는 20~30대로 산업은행의 젊은 구성원들이다. 그러니까 로비에 모이는 젊은 구성원들이 점점 늘어 로비가 꽉 차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아침 집회를 끝내고 로비 카페에 미리 준비된 커피를 마신다. ‘○○행번 동기회, 투쟁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라는 팻말이 커피 옆에 놓여있다. 자기들의 투쟁을 서로가 북돋는 중이다. 20일차 집회가 끝난 아침, 2030 산업은행 구성원 두 명을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두 사람 모두 익명을 요구했다. 편의상 A와 B로 지칭했다. 두 사람 모두 조합원이다. 노동조합에서 직책을 맡고 있지 않은 평조합원이다.

자료 제공 = 산업은행 2030 구성원들

- 투쟁이 20일째 접어들었다. 매일 나왔나?
A : 투쟁 1일차부터 매일 나오고 있다. 다들 분노하고, 불만이 있는데 (지방 이전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나 창구가 많이 없어 아침 집회를 통해 평화적으로 투쟁하고 있다.

B : 3일차부터 계속 나왔다. 개인적(삶의 터전을 바꿔야 하는 문제)으로도 그렇고 국가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주변에도 같이 하자고 독려하고 있다.

- ‘산업은행 지방 이전’ 문제에 목소리를 내려고 참여하게 된 계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달라.
A : 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시키겠다고 공약하고, 인수위에서 실체화하면서, 그리고 이것들이 기사화되면서 관심을 가졌다. 그러면서 우리 직원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데, 위(정치권)에서 뭔가를 한다고 생각하니 불만이 생겼다.

B : 비슷한데, 6월 1일 지방선거 이후 강경한 산업은행 지방 이전 발언들이 언론에서 나오는 걸 보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A : 추가로 인력 이탈이 가시화되면서 주변 동료들이 이직 고민을 하고, 퇴사를 실제 하고 있으니까 지방 이전 문제가 현실이구나를 더 느낀다. 퇴직자 공고도 매일 나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이 이런 생각을 하고 아침 집회에 참여하고 그 수가 점점 늘고 있다.

- 매년 40명 정도의 인력 이탈이 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40명이 나갔다고 들었다.
B : 밖에서 보는 것보다 심각하다. 현재는 공채 시장이 열리지 않아 경력직 이직이 가능한 전문직(변호사, 회계사 등)과 연차가 쌓인 분들이 나가고 있다. 산업은행 조직이 힘들어지고 있다는 걸 강하게 느끼고 있다.

A : 맞다. 보통 조직의 허리라고 부르는 과·차장들이 최근에 많이 나가고 있고 그런 소문이 들리니 주니어 입장에서 선배들이 있어야 하는데, 조직 운영이 우려스럽다. 기관 경쟁력도 떨어질 것이고, 글로벌 금융시장 대응 능력도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다.

27일 오전 8시 30분 금융노조 산업은행지부가 20일차 '산업은행 지방 이전 반대' 아침 집회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 동료(2030 산업은행 구성원)들과 이야기했을 때 나오는 ‘지방 이전 반대 이유’는 무엇인가?
B : ‘지방 이전’을 굉장히 폭력적이라고 생각들을 하고 있다. ‘어느 지역으로 간다’를 떠나서 (아무런 논의나 이야기 없이) ‘갑자기 어떤 곳으로 강제 이주시켜버린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 이전을 했을 때 발생하는 역차별 문제를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다. 지역 인재를 무조건 30% 이상 채용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역차별 요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점은 지방으로 이전한 다른 공기업에서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 만약 지방 이전을 하면 두 분은 어떤 선택을 할 것 같은가?
A : 정부가 강행해서 지방 이전을 추진한다고 해도 산업은행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은 이전하지 못할 것이고, 만약 2년 뒤 총선에서 정치 지형이 바뀌어 산업은행법이 개정되더라도 실제 이전까지는 몇 년 걸릴 거라고 본다. 그러는 사이에 주니어들은 앞으로의 직장 생활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이라 느끼지 못할 것이고, 열심히 일하고 싶은 마음이나 조직에 대한 믿음이 떨어지면서 결국 다른 곳으로 이직할 생각을 할 것 같다.

B : 바로 이직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짧은 기간에도 점점 더 기관이 망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가속화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망가지고 있고 회복할 수 없다는 생각이 결정적으로 들 때 이직을 하지 않을까 한다.

- 지금까지 20일 정도 계속 투쟁하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무엇인가?
A : 투쟁하면서 기사나 연구 자료, 토론회 자료를 찾아봤다. 산업은행이 정책금융기관 역할을 하려면 본점을 옮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더했다. 졸속으로 이전시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커졌다. 그리고 정치권에서 시작된 이런 소모적인 논쟁 때문에, 산업은행이 국가 경제에서 할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최근 경제 위기 상황이라고 하는데, 그 대응이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것이다.

B : 답답한 게 크다. 지방 이전에 반대하는 이유들이 있는데, 공정하게 과실을 따져보는 기사가 아니라 정부의 방향성에만 맞춰 쓴 기사들이 많다. 공공기관 부채 비율 높다는 이야기를 기사 앞에 쓰고, 뒤에 산업은행 이야기를 이어 쓴다. 산업은행이 매년 정부에 수천억 원씩 배당하는데도 말이다.

* ‘지방 이전’에 관한 2030 산업은행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wspark@laborplus.co.kr로 메일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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