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지역균형발전에 할 역할은 따로 있다”
“산업은행이 지역균형발전에 할 역할은 따로 있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2.04.19 18:26
  • 수정 2022.04.2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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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온렌딩(On-lending) 자금 지방은행만 쓰도록”
“지역발전 목적 기금을 산업은행이 지방은행 통해 지역에 조달해야”
[인터뷰] 조윤승 금융노조 한국산업은행지부 위원장

윤석열 당선자가 후보 시절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약속하면서 산업은행 지방이전 문제가 불거졌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위원장 조윤승)는 지방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지면 제 역할을 못해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3일 조윤승 위원장을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만나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산업은행 이전이 아닌, 산업은행의 역할로 풀 수 있는 지역균형발전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4월 13일 조윤승 금융노조 산업은행지부 위원장과 산업은행 지방이전 반대 관련 인터뷰를 했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산업은행, 한국 산업을 키우는
신속한 재정정책을 하는 곳

- 산업은행은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가?

여러 역할과 기능이 있겠지만, 정책금융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현대사회에서 정책금융과 상업금융을 구분하긴 어렵지만 단순화해서 설명한다면 기준은 이거다. 손실이 날 수 있더라도 투자하는 게 정책금융이다. 대표적인 예로 산업은행이 바이오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당장은 투자하면 손해다. 그런데 산업은행은 한다. 왜냐면 앞으로 바이오산업이 미래 한국의 중요 산업, 미래 주요 먹거리니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바이오가 우리나라의 중요한 산업이라 생각하지만 아무도 투자를 안 하면 성장하지 않는다. 투자한 여러 기업 중 몇몇 기업이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면 산업은행은 대출 이자를 받고, 성공한 몇 개 기업의 주식이 올라서 수익이 생기고 거기서 끝이다. 손실이 더 많다. 하지만 그 산업이 성장하면서 일어나는 고용, 재투자, 해외 수출 이런 것을 다 합치면 산업은행이 바이오산업에 투자함으로써 잃은 돈의 10배, 100배의 사회‧경제적 효과가 있다. 산업은행은 그런 차원에서 투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를 고려하는 게 정책금융이다. 정책금융은 미래 유망 산업과 혁신기업을 발굴‧육성하기 위한 금융지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내 산업과 토종 기업을 지키기 위한 시장 안전판 역할을 산업은행이 하고 있다. 디지털전환‧탄소중립 등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구조 개편도 지원한다.

- 산업은행이 펼치는 정책금융의 장점은 무엇인가?

한국은행이 금융정책을 하고 기재부가 재정정책을 한다. 각 정책의 장단점이 경제학적으로 정확히 반대다. 금융정책은 신속하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금리조정은 빠르게 결정할 수 있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핀포인트 정책이 안 된다.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서 금리를 올리면 중소기업이 어려워질 수 있고 사회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재정정책은 필요한 곳을 정확하게 탁 찔러 치료할 수 있다. 효과가 직접적이다. 단점은 신속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국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재정정책을 하는 데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린다. 여야 극명하게 대립하면 수용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정부가 지시하면 바로 할 수 있다. 재정정책의 약점을 보완한 신속한 재정정책을 할 수 있다. 이는 산업은행의 존재 이유이고 가치다.

지방이전 시 네트워크 잃고 수익 내기 힘들어
결국 산업은행 정책금융 기능 축소돼

- 정책금융이 손실인데, 산업은행은 어떻게 돈을 버나?

정책금융으로 산업은행이 대략 1년에 3~4조 원 정도 손실을 본다. 그 돈을 세금으로 메꾼다고 생각하는데 아니다. 산업은행이 직접 벌어서 메꿔야 한다.

산업은행은 개인 고객의 예금을 거의 받지 않고 아파트 담보대출도 안 한다. 일반 은행들처럼 예대마진이 거의 없다. 주식시장, 파생상품시장, 외환 딜링 등으로 산업은행이 직접 돈을 번다. 외환 딜링의 경우 하나은행이 제일 규모가 크다. 그 다음이 산업은행이다. 파생상품시장에서는 산업은행이 가장 큰 손이다. PF* 및 PE* 업무, 그러니까 자본시장과 금융시장 업무를 통해 산업은행은 돈을 번다.

그렇게 자본시장, 금융시장에서 연간 5조 원 정도를 번다. 그래서 정책금융의 손실분을 상쇄하고 이익을 통상적으로 5,000~8,000억 원 정도 낸다. 이번에 현대상선 평가이익이 난 건 특별한 경우니 제외하고, 보통 2,000~3,000억 원 정도를 배당한다. 그리고 산업은행이 바젤협약에 규제를 받는 은행이니 BIS자기자본비율(국제결제은행(BIS)에서 권고하는 금융기관의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 12%를 유지해야 한다. 보통 12.5%를 유지하는데, 1년에 2,000~3,000억 원 정도를 내부 유보해야 한다.
*PF(Project Financing, 특정한 프로젝트로부터 미래에 발생하는 현금 흐름 및 사업성을 담보로 해당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기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사업주(발주처, 시공사)의 신용이나 물적 담보를 바탕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 자체의 수익성과 리스크를 평가해 자금 조달 여부, 금리 등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대출 방식과 차이가 있음)
*PE(Private Equity, 소수의 고액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금융기관, 기업 등 주식 및 투자증권에 투자하고 기업체질 개선 등을 통해 지분을 매각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장기투자 전문기구)

- 산업은행의 역할과 수익 창출 구조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다. 이런 역할을 부산에 가면 하기 힘든 것인가?

꼭 부산이 아니라 서울을 벗어나면 문제가 생긴다. 자본시장과 금융시장이 어디에 형성돼 있나? 서울 여의도에 있다. 산업은행이 산업은행법이라는 특별법에 의한 은행이지만 실제 역할은 투자은행이다. 증권회사라는 거다. 산업은행이 정부의 지휘를 받아서 수행하는 정책금융은 상업은행처럼 역할을 하지만 실제 돈은 버는 건 증권 업무이다. 증권회사에게 부산을 가라니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기관 이기주의가 아니다.

- 왜 문제가 되는지 더 구체적으로 알려 달라.

자본시장과 금융시장 업무의 경쟁력은 사람에서 나온다. 부산이나 지역으로 이전하게 되면 산업은행 사람들이 쌓아온 네트워크가 흩어진다. 돈이라는 숫자만 남아 있는 것이다. 실제로는 사업이 안 된다.

산업은행의 수익 규모가 줄어들면 정책금융 규모를 줄여야 한다. 손실을 메꿀 수 있는 재정 규모가 줄어드니까 손실 자체를 줄이려면 정책금융 규모를 줄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산업은행은 왜 있지? 결국 없애라는 소리가 나온다. 우리가 사라질까봐 결사반대하는 것이다.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한진해운 직원들이 다 흩어지니까 한진해운이 가진 미국 육상운송 네트워크가 다 없어졌다. 산업은행이 가지고 있는 주식시장에서 1년에 5조 원이나 벌 수 있는 역량이 없어질 수 있다.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다.

그리고 산업은행이 사라지고 나면 금융위기나 경제위기가 터졌을 때 산업은행을 대신해서 해외에서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아니 그 이전에 손해를 감수하면서 할 곳이 있을까. 산업은행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해 적은 마진을 붙여 국내시장에 공급한다. 시중은행이 그럴 수 있나? 힘들 거다. 주주의 이익를 제고해야 하는데.

지난 4월 13일 조윤승 금융노조 산업은행지부 위원장과 산업은행 지방이전 반대 관련 인터뷰를 했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지역균형발전에
산업은행 역할은 따로 있다

- 산업은행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들의 시각이 이전 여론을 형성하는 데 한몫하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산업은행은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정책금융이라고 해서 함부로 돈을 뿌릴 수는 없다. 손실을 10조 원씩 볼 수는 없다. 물론 대한민국에서 기업하는 사람들은 산업은행의 돈을 쓰고 싶을 거다. 시중은행보다 대출금리가 싸니까. 그런데 산업은행은 기업을 평가해서 손실력을 줄이려다 보니 대출 신청 기업 중 80~90%는 대출 못 받는다. 그 80~90%는 당연히 산업은행 문턱을 드나들기 힘들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산업은행의 사정을 이해를 좀 해주셨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성적표에 질타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우선 구조조정은 살아나기 어려운 회사를 대상으로 한다. 국가 경제에서 수행할 역할이나 존재 가치를 평가해 죽은 회사를 살리는 과정이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시장으로 돌려보낸 자체가 성공은 아니지만 잘 마무리한 것이긴 하다. 다만 실패한 사례는 좀 더 부각되는 것 같다. 산업은행이 더 분발해야 할 부분도 있고, 성공사례도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리고 싶다.

-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산업은행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온렌딩(On-lending)* 사업이 있다. 산업은행이 신용도가 높으니까 자금 조달을 한 다음에 시중은행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간접금융이다. 연간 8조 원 규모다. 산업은행이 지역 모든 공간을 다니며 대출을 할 수 없으니 이런 방안을 활용하는 건데, 지난해 부산은행이 1,400억 원을 썼다. 자산규모로 온렌딩 자금을 배분하다 보니 부산은행에 간 게 1,400억 원뿐이다. 시중은행은 무조건 받아간다.

노동조합이 제안하는 것은 6개 지방은행에만 온렌딩 사업을 하자는 것이다. 연간 8조 원이면 엄청 큰 규모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다. 서울에 있는 기관이 물리적으로 이동해야 지역균형발전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산업은행이 지역균형발전에 할 역할은 따로 있다고 본다.

한편으로는 온렌딩 자금은 어디에 써야 한다는 목적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분명 지역에서도 지역산업 육성, 지역 사회기반시설 건설 등 수요가 있다. 산업은행이 6개 지방은행에 다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지역 정책금융만을 위한 특수목적 기금을 따로 만드는 것이다. 손실이 나는 부분은 산업은행이 메꾸는 방식을 고민해볼 수 있다.

이러한 방안들은 산업은행이 부산 이전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바로 할 수 있다. 간편하고 법적인 문제도 없다. 산업은행이 공간을 이전하면서 생길 수 있는 리스크, 해외자본으로부터 국내 토종기업을 지키는 데 문제도 안 생긴다. 이 방안은 정치권에 현재 이야기 중이다.
*온렌딩(On-lending, 산업은행이 중소ㆍ중견기업을 위하여 중개금융기관(은행 및 여신전문금융회사)에 자금을 공급하고 중개금융기관이 대상기업을 선정하여 대출을 실행하는 정책자금)

- 거기서 노동조합의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만 살 생각을 할 게 아니라 함께 살 방법을 노동조합이 경영진에게 제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역균형발전에 오히려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는 산업은행뿐 아니라 공공기관 노동조합이 사회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민과 같이 사는 방향과 방안을 고민하는 것도 공공기관 노동조합의 역할이 아닌가 한다. 특히 국가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고 어려워질수록 말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직업병인지 물든다고 해야 할지 공공기관에 20년 가까이 다니다 보니 우리나라가 잘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총GDP보다 1인당 GDP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국민 한 명 한 명이 여유가 있고, 북유럽처럼 여름이면 휴가도 3주씩 다니고 일-생활 균형도 찾고, 대학까지 공부하고 싶으면 마음 놓고 다니고, 조화로운 삶을 사는 사회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나라가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 산업은행이 나라가 경제력을 갖추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지난 4월 15일 윤석열 당선자가 한국노총을 방문해 간담회를 가졌다. 당시 조윤승 위원장은 한국노총 앞에서 산업은행 이전 반대 피케팅을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산업은행 이전 이슈를 질의했다. 윤석열 당선자는 간담회 마무리 발언에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제안해줘 도움이 됐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어떤 제안이 도움이 됐다는 것인지, 산업은행 지방이전 공약을 철회한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고 모호하다는 게 조윤승 위원장의 평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5일 서울시 영등포구 한국노총빌딩에서 열린 한국노총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퇴장하는 동안 금융노조 지방이전 저지투쟁위원회가 산업은행 지방이전을 반대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br>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5일 서울시 영등포구 한국노총빌딩에서 열린 한국노총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퇴장하는 동안 금융노조 지방이전 저지투쟁위원회가 산업은행 지방이전을 반대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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