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본점 부산행’ 문제는 없나?
‘산업은행 본점 부산행’ 문제는 없나?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2.03.24 18:49
  • 수정 2022.03.24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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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 “산은 본점 이전 약속 지킬 것”
한국산업은행지부 ‘산은 정책금융 역할 축소로 산업‧경제에 부정적 영향 전망’
본점 이전은 산은법 개정해야... 여소야대 국면에 가능성 의문
ⓒKDB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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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의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의지가 확고한 가운데 부산 이전 시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역할 축소로 국내 산업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24일 오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 마련된 프레스 라운지에서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지킬 것”이라 재차 강조했다.

단순히 표만 보고 한 발언이 아니라는 점도 밝혔다. “대형 은행이 버텨줘야 지역 균형발전에 도움이 된다”며 “일시적으로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해 공약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자 시절 지난 1월 부산 방문과 3월 부산 유세에서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옮기고, 많은 은행 본점이 부산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대선 당시 시도공약집에는 ‘산업은행을 이전해 부산을 스마트 디지털 경제 도시로 도약시키겠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에 몇 가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조윤승 금융노조 한국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부산 이전은 산업은행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 우리 사회 산업과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의 가장 큰 역할은 정책금융이다. △미래 유망 산업과 혁신기업을 발굴‧육성하기 위한 금융지원 △국내 산업과 토종 기업을 지키기 위한 시장 안전판 역할 △디지털전환‧탄소중립 등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불확실성 대응하기 위한 사업구조 개편 등의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금융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산업은행이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게 조윤승 위원장의 설명이다. “산업은행에 대한 일반적 오해가 정부나 국회로부터 세금을 받아 기업들에게 나눠주는 기관으로 알고 있다”며 “실제로는 정책금융 활동을 위해 대부분의 재원을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에서 벌어서 충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기업, 은행, 증권회사, 보험회사, 글로벌 투자회사 등 각종 금융기관들이 모여 있는 곳이 서울이기 때문에 서울을 벗어나면 금융 및 자본시장 네트워크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산업은행의 재원 마련이 어려워진다.

조윤승 위원장은 “금융시장과 자본시장 네트워크와 인적 자원이 모인 서울에서 산업은행이 벗어나면 수익원이 줄고 결과적으로 정책 지원 규모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부산 이전에 대해 “금융 발전에 역행하는 행태다. 금융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모르니까 은행만 가면 무언가 되는 것으로 아는데,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비판한 바 있다.

조윤승 위원장은 “산업은행이 해외 투기자본으로부터 국내 산업과 토종 기업을 방어하는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 지적했다. 지방 이전으로 산업은행의 역할과 역량이 축소되기에, 경제위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다.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산업은행 지방 이전을 꼭 논의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낸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기관 지방 이전 효과는 뚜렷하지 않았다.

해당 보고서에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단기 인구 증가 효과는 있었으나 목표에는 못 미쳤고, 인구 증가와 고용 증가를 유지할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똑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산업은행 본점 이전의 효과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조윤승 위원장도 “국가와 국민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산업은행이라는 기관을 이전할 때 최소한 어떤 효과와 리스크가 있는지 분석‧비교도 없다”고 비판했다.

산업은행 본점 이전을 위해서는 관련법 개정이 필요해 이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산업은행법 4조 1항은 '한국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산업은행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여소야대 국면에서 법 개정이 어려울 것이라 예견된다.

서병수, 장제원 등 국민의힘 의원 15명은 지난 1월 18일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이 가능하도록 한국산업은행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공동 발의했다. 발의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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