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민영화 공세...철도노조 싸워야할 때”
“정부 민영화 공세...철도노조 싸워야할 때”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05.08 06:22
  • 수정 2023.05.08 0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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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건강의 핵심은 4조2교대...거부하는 국토부에 철도 안전 무너져”
[인터뷰] 최명호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
최명호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001년 민주노조 건설 직후부터 철도노동자들은 민영화·구조조정 저지 투쟁을 했습니다. 20년 넘게 싸우면서 지친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시점에 ‘민주철노 강화’를 다시금 강조한 건 윤석열 정권의 민영화 공세가 워낙 거세기 때문입니다. 지도부가 흔들리지 않고 가야 조합원도 믿고 따라올 것입니다. 싸울 때 싸우지 못하면 민영화는 걷잡을 수 없게 됩니다.”

윤석열 정부가 추석 전까지 SRT 노선 확대를 추진한다. 본격적인 민영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철도노동조합 30대 집행부는 철도 민영화의 변곡점에 놓여있는지도 모른다. 예년보다 조금 늦은 출발이지만, 최명호 위원장은 흔들림 없이 투쟁을 준비해 나갈 거라고 밝혔다. 인터뷰는 4월 19일 철도노조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 지난 1월부터 다섯 차례 입후보 등록을 할 만큼, 철도노조는 30대 임원 선거를 치르기 쉽지 않았다.

시기적으로 노동조합을 두루 아우르며 강하게 이끌어갈 집행부를 조합원들이 원한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부터 철도 민영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여기에 직무·성과급제 도입, 인력 감축, 3조2교대제로 환원까지 강행한다면 투쟁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조합원 단결을 이끌어내야 하는데, 위원장 의지만으로는 힘들다. 철도노조는 전국 단위 노동조합이다. 다양한 직종의 2만 3.000명 조합원이 모인 거대 조직이다. 선거에 임하려던 많은 간부·활동가가 다수 조합원의 바람에 부합할 수 있을지 고민했을 것이다. 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SRT 운영 노선 확대 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가 고속철도 민영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출마를 결심했다. 일부 언론에서 마치 윤석열 정권의 노조 탄압 정책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보도했지만 그렇지 않다.

- 예년보다 집행부 출범이 한 달가량 늦어지며 우려할 지점이 있다면?

인수인계 기간이 부족했다. 통상 1월에 선거를 끝낸 뒤 집행부 인선을 마무리하고 3월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저희는 3월 말에야 선거를 끝내고 당선되자마자 바로 집행부를 꾸려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당선 후 보름 정도 지났지만, 빠르게 집행부를 구성해 가며 조직적으로 안정을 찾고 있다. 4월 말 정기대대를 통해 올해 사업계획 등을 정해서 차질 없이 집행할 계획이다.

“SR 노선 확대,
경쟁이 아니라 철도공사 고립화”

- 30대 집행부가 2년간 가장 주력할 사업은 무엇인가.

철도 민영화 저지일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권은 철도 민영화를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당정 협의를 통해 추석 전까지 SRT 운행 노선을 기존의 경부·호남 고속선에서 경전선·전라선·동해선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KTX와 SRT로 분리한 고속철도 분할을 공고히 하려는 계획이다. 또 ‘철도 민영화 3종 세트’라 할 수 있는 △차량정비 민간 개방 △관제권 분리 △시설 유지·보수 업무 이관도 올해 가시화할 것이다.

- 철도노조는 추석 전 SRT 노선 확대가 철도 민영화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이미 이명박 정권에서 수서 고속철도 운영권을 민간에 맡기려 했고, 2013년 박근혜 정권 때 SR이 출범하며 고속철도가 분리됐다. 노동조합의 반대와 국민 여론에 밀려 ‘민영화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SR 지분의 59%를 민간투자자에게 넘겼다. 그러면서 지분의 41%를 가진 최대주주인 철도공사를 SR 경영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당장은 차량이 없어서 어렵지만, 국토부는 경전선·전라선·동해선을 시작으로 SRT를 모든 철도 노선에 투입하면 SR과 철도공사는 완전히 분리된다. 관제, 차량정비, 시설 유지·보수를 쪼개면 업무는 외주화될 가능성이 크다. 업무를 공공에서 떼어내서 자본에 넘기는 데 민영화가 아니면 무엇인가. 한번 길을 트면 민영화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고속철도 분리로 발생하는 철도 경쟁 체제의 필요성을 말한다.

경쟁이 아니라 철도공사 고립화이자 SR 특혜다. 경쟁이란 동등한 조건에서 해야 성립된다. 그런데 정부 철도공사를 압박 알짜배기인 강남권 노선을 SR에 넘겨버렸다. 철도공사는 SR 개통 3년 전까지 흑자였다가 분리 이후 적자로 전환했다. 정부가 철도공사를 어렵게 만들고선 경영을 문제 삼으며 적자난에 허덕인다고 몰아간다. 철도노조가 과거 홍순만 사장(2016.05~2017.08)을 배임으로 고발한 것도 그 때문이다. 더구나 철도공사는 비싸게 산 차량을 SR에 싼 값에 임대해 줬고 차량 정비·검수, 발권 업무도 철도공사에서 한다. 경쟁 체제? 거짓말이다.

추석 전 SRT 노선 확대 자체도 위험한 계획이다. SR에서 운행 노선 확대에 맞춰 14편성 112량 차량을 발주했으나 도입은 2027년에야 완료된다. 그전까지 검수 주기를 조정해서 정비할 차량을 운행에 투입한다는 계획인데 안전에 심각하다. 안전을 중시해야 할 국토부가 오히려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세웠다.

“대화 없는 윤석열 정권, 교섭만으론 한계”
“민영화 저지 투쟁, 핵심은 세대 간 소통”

최명호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 ‘민주철노 강화’, ‘청년 간부 육성’, ‘노동조합 단결’ 등 조직 내부 조직력 강화를 공약했다.

민영화 저지 투쟁을 하려면 조직력을 강화해야 한다. 핵심은 세대 간 소통이다. 전체 조합원 중 입사 5년 이내 젊은 조합원의 비율이 40%에 육박한다. 현장순회를 하다 보면 신구 세대 간 이견이 드러나는데, 청년 세대는 투쟁 보다 교섭으로 풀어가기를 더 원하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철도공사는 공공기관이라서 사장에게 주어진 권한이 거의 없다. 기획재정부, 국토부가 열쇠를 가졌기 때문에 대정부 요구를 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윤석열 정부는 노동조합과 대화하지 않으려는 정권이다. 정부를 상대로 투쟁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우리의 여러 가지 권리를 잃게 될 상황이다. 윤석열 정권의 발언을 보면 알겠지만, 노동조합에 대해 엄청난 불신과 혐오를 갖고 있다. 화물연대의 파업을 북 핵에 빗대고, 건설노조를 폭력집단으로 얘기했다. 대화는커녕 헌법이 보장한 쟁의행위에 대해 혐오 발언을 쏟아낸다. 주69시간 노동제 도입 시도에서 나타나듯 일방적이다. 갈등은 심화할 것이고 노동계는 당연히 맞설 수밖에 없다.

- 청년 간부 육성 사업은 어떤 게 있나?

규약에 청년위원회를 설치를 명시했고, 이를 통한 각 지방본부에 청년위원회를 만들었다. 또 39세 이하 청년 비율이 30%를 넘는 사업장은 대의원을 1명은 의무적으로 뽑도록 했다. 그렇게 청년들이 노동조합 회의에 참여하도록 만들었다. 청년 조합원이 노동조합 대의기구에 참여하게 되니 상당히 괜찮은 것 같다. 또 동호회 활동 등 청년들이 자유롭게 만나 교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 청년들이 노동조합에 관심을 가질 사업을 노동조합에서 끊임없이 진행해야 한다.

“국토부 거부하는 4조2교대가 안전·건강의 핵심”

- 현장 조합원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선거 운동을 하며 많이 들은 얘기는 4조2교대제 정착이다. 2018년도에 노사가 4조2교대 전환에 합의하고 2020년도에 전면 시행하기로 했는데 아직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 아직 3조2교대로 일하는 조합원들은 빨리 4조2교대로 전환해 달라고 한다. 3조2교대는 ‘주간-주간-야간-야간’으로 일한다. 연속 야간 근무를 하는 날에는 아침에 퇴근하고 저녁에 다시 출근한다. 상당히 힘들다. 반면 4조2교대는 ‘주간-야간-비번-휴일’ 근무를 하기 때문에 야간근무를 하면 다음 날까지 쉴 수 있다. 건강권 확보 차원에서라도 4조2교대를 온전히 정착시켜야 한다.

온전한 4조2교대를 위해서는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 한 개 조가 늘어난 만큼 인력을 채워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공사에서 연구용역을 맞긴 결과, 4조2교대 전환에 필요한 추가 인원은 1,870명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추가 인력을 요구하는데 정부가 거부했다.

- 부족한 현장 인력은 지난해 발생한 오봉역 사망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다.

오봉역 사고 이후 원희룡 장관은 현장에 책임을 돌렸다. 작업 환경이 열악하고 현장 인력이 부족해서 문제가 발생한 건데, 오히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노사가 일방적으로 4조2교대를 도입한 결과 노동자가 사망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3조2교대로 환원을 언급했다.

틀린 얘기다. 보통 입환 업무에는 3~4인이 필요한데,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2인 1조로 작업했고 그 과정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오봉역마저 급한 대로 2명만 충원해서 3인 1조로 작업하고 있는데, 인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3명씩 투입하다 보니 교대시간이 늘었다. 업무 간 휴식시간은 줄어들고 노동시간이 길어진 상황이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노사협의회, 단체교섭 등을 통해 수십 년 얘기했지만, 안전 문제의 핵심은 결국 인력이다. 현장 안전 강화를 말하고자 한다면 기재부와 국토부가 인력 증원의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

- 철도 산업 변화 측면에서 노동조합의 역할과 대응 지점이 있다면?

당장 화물의 경우 ‘무선 입환’이다. 노동조합은 과거 무선 입환 얘기가 나왔을 때 반대했다. 기계를 신뢰할 수 없어서다. 오작동이라도 나면 큰 사고로 이어질 텐데, 안전성 검증이 안됐다. 최근 무선 입환을 먼저 도입한 현장에 조합원들에게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물어보니 긍정적으로 답했다. 다만, 무선 입환은 기관사 없이 작업하는 방식이라서 인력 감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업무를 자동화하면 노동조합이 그에 맞는 대응을 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관련 협의를 하고 있다.

또 노후화한 무궁화호 차량이 EMU-150(동력분산식 열차)으로 바뀐다. 새 차량이 들어오면 전반적으로 인력 개편이 일어나는데, 우선 EMU는 기존 차량과 달리 2인 승무가 아닌 1인 승무다. 차량은 좋아지지만 인력이 줄어들 수 있다. 또 현재 무궁화호 기관차는 디젤 차량이지만 EMU는 전기로 움직인다. 디젤기관차를 수리하는 사업소가 사라진다는 의미인데, 편제를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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