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파업 AtoZ] 철도노조 파업 왜? ‘수서행 KTX’는 뭐?
[철도 파업 AtoZ] 철도노조 파업 왜? ‘수서행 KTX’는 뭐?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09.14 09:24
  • 수정 2023.09.15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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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14일 9시부터 96시간 파업 돌입
좌석 감축, 안 알린 국토부 vs. 공론화한 철도노조
국토부 “철도노조 파업 국민 불편”, 노조 “국토부 철도 분리에 시민 불편”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차량사무소에서 철도노조 관계자와 조합원들이 준법투쟁 선포식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최명호 철도노조 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서울차량사무소 조합원들에게 9월 파업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동조합(위원장 최명호, 이하 철도노조)이 14일 오전 9시부터 96시간 파업에 돌입했다. 철도노조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 ‘수서행(발) KTX 운행’을 위한 논의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한편, 사측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는 ‘성실 교섭’을 요구했다. 올해 코레일 입금교섭은 13일 저녁 최종 결렬됐다. 노사는 ▲임금 인상액과 방식 ▲성과급 지급 기준 ▲4조2교대 전환 등에 합의하지 못했다. 교섭 결렬 이후 철도노조는 지난달 31일 합법적인 쟁의행위권(파업권)을 확보했다.

파업은 18일 오전 9시에 종료될 예정이다. 철도노조는 파업 첫날 서울역·부산역·대전역·영주역·광주송정역에서 출정식을 개최한다. 철도노조는 국토부와 코레일의 입장 변화에 따라 추가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철도노조, 왜 수서행 KTX 주장하나

철도노조의 주요 요구사항인 ‘수서행(발) KTX’는 SRT의 시·종착역인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 KTX를 정식 투입하라는 내용이다. SRT보다 KTX를 운행하는 게 승객 편의에 부합한다는 이유에서다.

SRT 운영사인 ㈜SR은 지난 9월 1일부터 국토부 방침에 따라 운행 노선을 3개 늘렸다. 경전선(창원·진주~수서), 전라선(전주·여수~수서), 동해선(포항~수서)이다. 창원·진주·포항 등의 고속철도 이용객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게 국토부에서 밝힌 SRT 노선 확대 취지다.

신규 노선에 투입할 만큼 차량을 보유하지 못한 SR은 기존 노선인 경부선(부산~수서) 열차를 빼서 경전선·전라선·동해선에 투입했다. 차량이 줄어들자 기존 노선(경부선·호남선) 좌석수는 감축됐다. 경부선 SRT 운행 횟수는 하루 왕복 5회 주는데, 좌석 수로 따지면 일평균 4,334개(최대 4,920개)다. 평균 이용률 135%에 달하는(2022년 하반기 기준) 인기 노선의 좌석이 매일 수천 석 사라진 셈이다. 철도노조와 시민사회단체는 9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국토부·SR이 강행한 좌석 감축에 의해 예매 대란이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국토부는 철도노조, 뒤이어 부산시에서 경부선 좌석 감축에 문제를 제기한 뒤에야 관련 대책을 냈다. 먼저 KTX 부산~서울 운행 횟수를 하루 왕복 3회 증편했다. SRT 운행을 줄인 대신 KTX를 늘린 것인데, 서울 강남권을 방문하려는 승객에게 용산행 티켓을 판매하는 건 추가 이동의 불편을 주는 방안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부산시도 SRT 운행 증편을 국토부에 지속해서 요청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수서역으로 가려는 부산 시민에게 서울역으로 향하는 KTX를 이용하라는 건 근본 대책이 아니라는 의미다. 다른 대책으로 국토부는 부산~수서 SRT 예매 좌석 할당량을 하루 391석 늘렸다. 줄어든 좌석(평균 4,334개)에 상당히 못 미친다. 부산~수서 구간을 늘린 만큼 다른 지역의 할당량이 줄어드는 풍선효과도 우려된다.

경부선 기착지 중 하나인 대전역 SRT 좌석 또한 하루 평균 1,054석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남선 좌석도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는데, 중련열차(열차 2대 연결)를 단편성(열차 1대)으로 바꾸면서 한 주 410개 좌석이 사라졌다. 대전 지역과 호남선 좌석 감축은 SRT 신규 노선 개통 이후에도 국토부가 알리지 않은 부분이다. 무리하게 추진된 SRT 노선 확대의 문제점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철도노조와 시민단체는 제기했다. 감축된 좌석 규모는 철도노조가 밝힌 수치이며, 국토부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현 상황은 국토부가 SR 차량 추가 도입과 병목구간(평택~오송) 선로용량 확대(2복선)* 완료시기로 밝힌 2028년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철도노조는 수서행 KTX를 ‘좌석 수 감축을 최소화하면서 고속철도 이용 지역을 넓힐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주장한다. SR보다 많은 차량을 보유한 코레일의 열차 편성 역량을 활용하라는 것.* 구체적으로 철도노조는 ‘부산행(발) 좌석 감축 대책으로 추가 투입한 KTX의 종점을 서울역이 아닌 수서역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경우 수서~부산 좌석을 최대 3,300석까지 추가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철도노조는 추산한다.
* 선로용량: 일정 구간에서 1일 최대 열차 운행 가능 횟수(편도 기준). 실제 운행 횟수는 안전 등을 고려해 선로용량보다 적다.
* 평택~오송은 코레일과 SR이 모두 이용하는 등 열차가 가장 많이 지나는 구간이다. 2복선 건설이 완료되면 선로용량을 190회에서 380회로 2배로 늘릴 수 있다.
* 현재 코레일이 보유한 차량은 1,602량이다(220량은 SR에 임대). SR은 코레일로부터 임차한 차량을 포함해 총 320량으로 고속철도를 운영 중이다. 


수서행 KTX 가능한가?

수서행 KTX에 대해 국토부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먼저 선로용량 한계다. 수서역에 KTX를 추가 투입할 때 늘어날 고속열차 운행 횟수를 선로가 감당할 수 있는지 검토해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토부는 “선로용량·차량 부족 등 운행 여건과 제도적 기반이 미비해 당장 시행이 곤란”하다고 13일 발표했다.

철도노조는 선로용량을 문제 삼는 건 국토부의 “핑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미 국토부가 부산~서울 KTX 추가 투입을 위해서 병목구간(평택~오송) 운행 횟수를 늘려놨기 때문이다. 차량도 부산~서울 구간에 추가 투입된 KTX를 이용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국토부는 푯값(운임)과 선로사용료 차이도 과제로 꼽았다. 국토부는 “코레일과 SR은 선로사용료와 운임체계가 달라 동일 노선 열차의 운행비용 차별이 발생하고, 열차 이용객도 동일 노선 열차에 대해 다른 요금을 내야 하는 혼선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고속철도 운임은 SRT가 KTX보다 평균 10% 정도 저렴하다. 선로사용료의 경우 코레일은 매출액의 34%를, SR은 매출액의 50%를 국토부 산하 기관인 국가철도공단에 납부한다. 낮은 운임은 후발주자인 SR로 고객을 끌어오기 위한 유인책이었고, 높은 선로사용료는 철도 시설 건설 부채를 상환하려는 목적이었다. 이는 2013년 SR(당시 수서고속철도㈜) 설립 과정에서 국토부 철도산업위원회가 정한 방침을 적용한 결과다. 

철도노조는 선로사용료에 대해 사회적 기구를 출범·운영해서 기관 간 협의로 문제를 풀어가자는 입장이다. 운임의 경우 상한을 정할 권한을 가진 국토부가 나서서 운임체계를 논의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철도노조의 입장이다.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수서행 KTX, 경쟁체제 위배”
“경쟁체제 유지가 시민 불편”

기술적인 문제보다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이 있다. ‘철도 경쟁체제’다. 국토부는 수서행 KTX가 철도 경쟁체제에 위배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각각 서울역과 수서역을 중심으로 철도를 운영하는 코레일과 SR의 운행 횟수와 예산, 그리고 운임·업무·선로사용료 등을 개편·통합해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철도 통합에 대한 논의 끝에 현재 운영 체계(경쟁체제)를 유지하기로 결론을 냈다”며 “정부가 계획한 설계 자체를 흐트러트리기 때문에 KTX 수서역 투입은 부정적”이고 말했다. 또 “여건상 바람직하다면 수서행 KTX를 (운행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겠지만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철도 경쟁체제의 타당성을 평가한 기구인 ‘거버넌스 분과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코로나19로 인해 경쟁체제가 정상적으로 운영된 기간이 3년(2017~2019년)에 불과하여 분석에 한계가 있었으므로, 공기업 경쟁체제 유지 또는 통합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채 활동을 종료했고, 국토부는 경쟁체제를 유지하기로 정한 바 있다.

철도노조는 “국민 편익을 위해 경쟁체제를 도입한다고 해놓고, 이제 와 경쟁체제를 유지해야 하므로 국민 편익을 확대할 수 없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철도노조는  경쟁체제를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보는데, △철도 운영사를 코레일과 SR로 분리하며 매년 발생하는 중복비용 406억 원 △환승할인 미적용 등 이용객 불편 발생 △국토부가 SR의 철도사업자 면허 유지를 위해 주식을 매수한 것 등이 그 이유다. 국토부의 SR 주식 매수로 코레일은 SR 대주주 지위를 잃기도 했는데, 이는 코레일의 국제 신용등급 강등(무디스 Aa2→Aa3)에 영향을 끼쳤다.*
*SR은 코레일과 사학연금·중소기업은행·산업은행 출자로 설립됐으며, 최대주주는 지분 41%를 가진 코레일이었다. 그러나 올해 6월 사학연금 등 세 기관이 SR 투자금을 회수했고, 부채비율이 급증한 SR은 철도사업자 면허를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국토부는 이를 막기 위해 3,590억 원 현물출자(한국도로공사 주식)를 했고, SR이 신규 발주한 주식 59%를 사들이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기획재정부는 국토부에서 SR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SR을 출자기업 범위에 추가하는 ‘국유재산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고속철도 민영화?
“계획 없어” vs. “이미 시작”

철도노조는 SRT 확대가 철도 민영화로 이어진다고 보지만, 국토부는 “철도 민영화는 전혀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주장이 엇갈리는 이유는 민영화에 대한 양측의 시각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자신들이 보유한 SR 지분을 민간에 매각할 계획이 없다는 의미로 민영화를 부정한다. 반면 철도노조는 이미 민영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데, SR이 공기업인 코레일에 위탁했던 업무를 하나씩 민간에 넘기고 있으니 민영화로 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SR은 지난 4월 발주한 신형 고속열차(EMU-320) 14편성의 정비 업무 위탁을 코레일에서 현대로템으로 넘겼다. 6월에는 SR이 코레일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에 위탁했던 고객센터 업무도 회수해 민간에 맡겼다.

코레일의 공공성이 약화된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유일한 흑자 사업인 고속철도를 SR이 차지할수록, 재정난 악화에 빠진 코레일이 적사 사업(무궁화호 운행 등)을 축소하게 된다는 것. 이는 코레일의 경영과 맞물리기 부분으로, SR확대는 코레일의 구조조정과 노동조건 하락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번 파업 중 철도노조 전체 조합원의 40%를 넘는 9,300여 명은 담당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철도 운영사인 코레일이 ‘필수공익사업장’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열차 운행률을 일정 수준 유지하는데 필요한 인력은 현장에 남아야 한다. 여기에 국토부·코레일이 투입할 대체인력도 추가된다. 고속철도(KTX)와 출퇴근 시간대(오전 7~9시) 광역전철(수도권 지하철 1·3·4호선 일부 노선 등)의 운행률을 평시 대비 70%대로 유지한다는 게 국토부 계획이다. 특히, 광역전철 운행률은 출근시간대에는 90%, 퇴근시간대(18~20시)에는 80%로 운행할 예정이다. 무궁화호, 새마을호 운행률은 60% 내외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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