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조, 요즘 뭐 읽니?
전국공무원노조, 요즘 뭐 읽니?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0.06.28 01:29
  • 수정 2020.06.28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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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 읽니? ⑧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북커버 챌린지 ‘#7days7covers’가 SNS를 달궜다. 이 챌린지는 7일 동안 하루에 한 권씩 좋아하는 책 표지를 SNS에 올리며 다음 참여자를 태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독서문화 확산이라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지인의 다양한 독서 취향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참여와혁신>도 활동가들이 요즘 뭘 읽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물었다. “요즘 뭐 읽으세요?” 답변은 다양했다. “갑자기 책이요?” “책 읽을 시간 없어요” 대부분 난색하다가도 어디선가 책을 한 권씩 꺼내들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번에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찾아가 요즘 무슨 책을 읽는지 물었다. 전호일 위원장, 김현기 수석부위원장, 김창호 부위원장, 김태성 사무처장, 정진두 총무국장이 답했다.

전호일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우리사회분석, 우리사회연구소, 615(육일오), 2014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전호일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우리사회분석, 우리사회연구소, 615(육일오), 2014

"독서 좋아한다고 하셨죠? 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전호일 위원장에게 묻자 가방에서 두 권의 책, <우리사회분석> 1, 2를 꺼내서 보여줬다.

한국사회의 본질을 정확히 보는 노동운동가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요. 미국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국사회를 분석한 책, <우리사회분석>은 그런 측면에서 추천할만한 책입니다. 해방 이후 한국사회는 미국과 관계 속에서 변하고 있으니까요. 정치, 군사, 경제, 외교 4분야로 나눠서 1945년 이후 미국이 우리나라에 어떻게 관여하고 지배하는지 잘 보여줘요. 해방 이후 미군정과 남한만의 정부수립, 4.19혁명과 5.16군사쿠데타, 12.12군사쿠데타와 5.18광주항쟁. 그리고 87년 6.29선언 등 굵직한 변곡점에 미국의 지배가 어떻게 작용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요.
 

김창호 전국공무원노조 부위원장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거꾸로 가는 쿠바는 행복하다, 배진희, 시대의창, 2019
김창호 전국공무원노조 부위원장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거꾸로 가는 쿠바는 행복하다, 배진희, 시대의창, 2019

쿠바는 가난하지만 행복한 사람들의 나라로 불린다죠? 무상교육, 국민 기본 생활 보장, 무상 의료 서비스, 양육 지원, 남녀평등, 노인복지, 안전 보장, 국제주의 정신 등. 쿠바가 콩 한 쪽으로 어떻게 8가지 기적을 이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에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물신주의와 무한 경쟁이 지배하고 있는 한국사회가 점점 더 심화되는 양극화와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에 가치를 두어야 하는지 제시해요. 저성장 고복지, 쿠바 패러독스의 비밀 속에는 결국 사람 중심 철학이 있다는 거죠. 코로나19 이전과 이후가 다르다고 하는 이유는, 성장과 효율만을 향해 달려가던 신자유주의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성찰이 있기 때문일 거예요. 이제 우리가 어느 방향을 향해 가야 할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란 거죠.

 

김현기 전국공무원노조 수석부위원장, 윤상원 평전, 박호재, 임낙평, 풀빛, 2007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김현기 전국공무원노조 수석부위원장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윤상원 평전, 박호재, 임낙평, 풀빛, 2007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윤상원 열사는 우리가 투쟁의 현장에서 빠짐없이 부르는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이에요. 노동운동의 상징으로 전태일 열사가 계시듯, 한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자 마중물이 된 5.18 광주민중항쟁의 중심에 계셨던 분이죠. 시민군의 대변인으로 전남도청을 마지막까지 지키셨어요. 만약 5월 27일 새벽에 시민군이 총기를 반납하고 전남도청을 빠져나갔더라면, 우리가 5.18 광주민중항쟁에 느끼는 기억의 무게는 지금과 다를 거라 생각해요. 일신의 생명과 안위보다 훨씬 고귀하고 소중한 이름, 역사와 사회에 남겨질 이름의 무게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게 되는 책, <윤상원 평전>을 읽어보길 권합니다.

 

김태성 전국공무원노조 사무처장, 새로 쓴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철학, 임승수, 시대의창, 2020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김태성 전국공무원노조 사무처장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새로 쓴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철학, 임승수, 시대의창, 2020

"사상가들은 세계를 단지 다양하게 해석해왔을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구예요. 인류의 역사는 그 시대에 맞는 철학이 지배해 왔잖아요. 관념론이 주류였던 시대, 사회적 모순에 저항하며 발생한 갈등으로 역사는 보다 나은 단계로 발전할 수 있었고요. 현재 사회도 변증법적 역사관에 의해서 낡은 사상과 낡은 세력이 새로운 사상과 새로운 세력으로 교체돼 부단히 변화해온 결과인 거죠.

결국, 실천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이유로 특히 노동조합 간부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이 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철학을 제시하면서도 실천이 없으면 변화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거든요. 코로나19로 인류는 신자유주의의 허점을 보고 있어요. 신처럼 떠받들던 신자유주의가 낡은 관념론과 다를 바 없는 걸 깨달은 거죠. 우리에겐 코로나19를 극복 할 새로운 철학이 필요해요.

 

이카로스의 감옥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의 진실), 문영심, 말, 2016 ⓒ 말
이카로스의 감옥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의 진실), 문영심, 말, 2016 ⓒ 말

정진두 전국공무원노조 총무국장
5월 14일. 대법원은 정당행사에서 ‘혁명동지가’를 부른 3선 시의원을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등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혁명동지가' 작곡자에 의하면, 힘들게 학생운동을 하던 친구들을 격려하기 위해서 만든 노래라고 하더군요.

저는 이번 판결을 보면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사무처장으로 있던 때가 떠올랐어요. 양승태 전 대법원의 사법농단 규탄 투쟁을 하던 시절이에요. 당시 대법원 정문에 올라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외쳤고, 시민사회의 많은 동지들과 연대해서 양승태를 끝끝내 구속시켜 승리를 쟁취했어요. 하지만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이후 세상을 또 한 번 시끄럽게 했던 사법농단 조사 과정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이 만든 '재판거래' 문건이 공개됐고, 거기에는 이번 대법원 판결과 관련 있는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에 관한 내용도 있었어요. 사법정의 실현을 위해서 재심이 청구돼있는 상태지만, 이석기 씨는 아직 감옥에 있어요. 그리고 그와 관련 있는 시의원은 직을 잃었고요. 촛불혁명 이후 대통령이 바뀌고 정당 권력의 구조도 바뀌었지만, 아직 적폐청산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판결이었어요. 하루빨리 적폐를 청산하고 민중이 세상의 주인이 돼 태양 가까이 갈 수 있는 세상을 생각하면서 사법농단 투쟁 당시에 읽었던 '이카로스의 감옥(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의 진실)'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