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와혁신, 요즘 뭐 읽니?
참여와혁신, 요즘 뭐 읽니?
  • 정다솜 기자, 강한님 기자
  • 승인 2020.07.14 10:17
  • 수정 2020.07.1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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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 읽니? ⑨ 참여와혁신

북커버 챌린지 ‘#7days7covers’는 7일 동안 하루에 한 권씩 좋아하는 책 표지를 SNS에 올리며 다음 참여자를 태그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캠페인이다. 독서문화 확산이라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지인의 다양한 독서 취향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참여와혁신>도 노동조합 활동가들에게 요즘 뭘 읽는지 물었다. “요즘 뭐 읽으세요?” “웬 책?”이냐며 난색하다가도 어디선가 책을 한 권씩 꺼내며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난 3월호부터 시작된 ‘요즘 뭐 읽니’ 시리즈는 벌써 5개월째 연재 중이다.

“요즘 뭐 읽으세요?” 이번엔 창간 16주년을 맞은 <참여와혁신>에 물었다. 매일 아침 8시 30분부터 한 시간, 함께 책을 읽는 구성원들은 당황하는 대신 어떤 책 한 권을 고를지 고민했다. 그럼 지금부터 <참여와혁신>의 독서 취향을 함께 들여다보자.

박송호 발행인'외환위기와 그 후의 한국 경제', 이제민, 한울아카데미, 2017
박송호 발행인
<외환위기와 그 후의 한국 경제>, 이제민, 한울아카데미, 2017

“위기 극복을 위한 힌트는 과거의 ‘경험’에서”

한국 사회는 IMF에 대해 이해당사자들이 모여서 진지하게 평가해 본 적이 없어요. 다시는 그런 고통을 겪어선 안 된다는 인식은 공유하지만, 정작 IMF가 왜 발생했고 처리과정은 어땠는지 면밀히 살펴보지 않았죠. 지금 코로나19 위기가 심화되면서 한국경제 자체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러려면 우리의 경험인 IMF를 재해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 책을 읽었어요. 고통 속에서 ‘어쩔 수 없어’가 아니라 어떻게 우리가 같이 극복해 나갈지, 어떻게 서로 머리를 맞대야할지 고민해봐야 하니까요. 코로나19뿐 아니라 저성장 시대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꾸준히 이야기하는데, 힌트도 얻고 싶었고요. 재밌게 봤어요.

하승립 편집인
하승립 편집인
<시가 내게로 왔다>, 김용택 엮음, 마음산책, 2008

“살면서 가슴이 답답해지는 순간에”

시인 김용택이 ‘사랑하고, 감동하고, 희구하고, 전율하는 詩들’을 소개하고, 또 간단한 코멘트도 달린 책이에요. 소월, 백석부터 유하까지 한국 100년의 시에다 프로스트, 네루다도 만날 수 있죠. 살면서 가슴이 답답해지는 순간이 있잖아요. 잠시 쉼표가 필요한 그런 시기. 그럴 때마다 이 책을 꺼내들어요. 책을 펼치고 읽을 시를 고르는 동안 평온을 되찾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참 많이 선물한 책이기도 해요. 힘들다고 말하는 후배가 있으면 늘 이 책을 사서 보내요. 그리고 대부분의 반응은 힘이 됐다는 거예요.

박석모 이사
박석모 이사
<전노협 청산과 한국노동운동>, 김창우, 후마니타스, 2007
<애도하지 마라 조직하라>, 김창우, 회화나무, 2020

“노조 운동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읽어야 할 책”

연결되는 책이라 두 권을 추천할게요. 도대체 지금 한국의 노조운동이 잃어버린 게 뭘까? 이 질문에 대해서 노조운동 활동가이기도 한 저자 김창우는 두 책을 통해 자신이 해석한 답을 제시해요. 저자는 95년 민주노총 출범과 96~97년 노동법개정투쟁 과정에서 전노협이 가졌던 문제의식이 어떻게 청산됐는가를 설명하고, 한국 노동운동이 왜 이런 상황에 왔는지를 분석하는데요. 노조 운동하는 사람들이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하고, 노조를 취재하는 기자들도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해요. 선물로 가져가요.

김정화 독자관리 담당
김정화 독자관리 담당
<90년생이 온다>, 임홍택, 웨일북, 2018

“90년대생들이랑 친해지고 싶어요”

레이버플러스 직원의 과반이 90년대생들이에요. 아무리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도 세대차이는 인정해야 하니까, 이 책을 보면 90년대생들과 조금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조금 늦었지만 읽게 되었어요. 인상 깊었던 부분은 90년대생들은 참견보다 참여를 원하는 세대라는 거예요. 일방적으로 말하기보다 소통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더라고요. 아무튼 사무실 90년대생들과 잘 지내고, 친해지고 싶어요. 이 부분을 강조해주세요.(웃음)

나은경 디자이너
나은경 디자이너
<일의 기쁨과 슬픔>, 장유진, 창비, 2019

“너 혹시 회사에서 울어본 적 있니?”

제목처럼 일의 기쁨과 슬픔을 고루 담았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보통의 삶에 대한 직관적인 관점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너 혹시 회사에서 울어본 적 있니’라는 질문을 하잖아요. 그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독자들에게 위로가 돼요. 우리는 내가 힘든 것밖에 생각을 못 하잖아요. 친구들에게 온 카카오톡도 답을 해주지 못하는 날이 많아요. 이 책은 그런 우리를 담았어요. 저는 버스를 타고 집에 갈 때 책을 읽어요. 집에 가는 순간 다시 출근(육아)이니까 저만의 시간은 그 때뿐이에요.

박지영 디자이너
박지영 디자이너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김수현, 마음의 숲, 2016

“친절하지 않은 사람에게 애쓸 필요 없어요”

작년에 샀는데 세 번은 읽었어요. 희망을 잃어버렸을 때 이 책을 읽고 나 자신을 인정하는 방법을 찾았어요. 제일 좋아하는 구절 중 하나는 “갑질이란 최소한의 인격적 대우조차 갖추지 않은 천박한 갑과 최소한의 인격적 대우조차 요구하지 않는 무력한 을의 합작품”이라는 문장이에요. 갑과 을이라는 게 회사에서도 있지만 일상에서 살아가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도 있잖아요. 친절하지 않은 사람에게 애쓰면서 살아왔던 저를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김대환 광고영업 담당
김대환 광고영업 담당
<SAS 서바이벌 도시에서 살아남기>, 존 로프티 와이즈맨, 솔, 2003

“인간이 그들의 터전에 침범한 것 아닌가요?”

친구 집에서 가져왔어요. 얼마 전 저희 아파트에 뱀이 나왔거든요. 이 책에서는 뱀을 만나면 침착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하네요. 인간이 그들의 터전에 침범한 것 아닌가요? 그들과 상생하기 위해 봐야 하는 필독서라고 생각해요. 요즘 세상이 흉흉해서 각종 사고의 위협을 느껴요. 그 때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연재해는 도시에서 일어날 수도 있잖아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참고가 될 것 같아요. 여러분, 세상은 어떻게 될지 몰라요. 유비무환이 진리예요.

박수민 총무회계 담당
박수민 총무회계 담당
<키케로의 의무론>, 윤지근 글·권오영 그림, 주니어 김영사, 2009

“무엇이 선하고 도덕적인지 되새겨볼 수 있어요”

어유. 인터뷰를 해 봤어야 말이죠. 의무론이라고 하면 읽기 싫어질 수 있는데 그림 덕분에 지루하지 않아요. 도덕적인 삶을 실천하지 않기 때문에 자꾸 범죄가 일어나는 거잖아요. 또 사람이니까 나쁜 생각을 가질 때도 있고요. 무엇이 선하고 도덕적인가를 되새겨보는 일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추천을 하고 싶어요. 글로만 읽는다면 추천 안 해요. 중간에 포기하게 될 것 같아요. 책을 펼친 지 얼마 안 됐는데, 저도 앞으로 열심히 읽을 예정이에요.

임동우 기자
임동우 기자
<합법성과 정당성>, 카를 슈미트, 길, 2016

“의회제 입법국가의 딜레마를 말하라”

한국에서 각 사회 주체가 스스로의 이해관계를 말하려면 그들을 대표하는 의회를 통하게 돼요. 생각해보니 저는 이러한 시스템을 의심해본 적이 없어요. 민주주의 국가에서 발생하는 당연한 일로 치부했어요. 그러다가 이 책을 추천 받았는데, 이해가 너무 안 돼서 초반부만 세 번을 읽었어요. 다수결에 기반한 기능주의 속 합법성을 꼬집고 의회제 입법국가의 딜레마를 제시해요. 의회의 현실에 비춰보았을 때 느껴지는 재미가 있어요. 책 구하느라 일주일을 발로 뛰었어요. 요즘 불 붙어서 한창 읽고 있는 책이에요.

박완순 기자
박완순 기자
<0이하의 날들>, 김사과, 창비, 2016

“다시, 또 찾게 되는 책”

어떤 책은 한 번 읽고 다시 펴지 않는데, 어떤 책은 다시 또 찾게 됩니다. 제겐 이 책이 그래요. 이 책은 소설가 김사과가 20대 시절 쓴 에세이입니다. 결코 밝은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 세계의 어쩌면 모든 면인 디스토피아를 문학으로 설명하는 책인데요. 단지 설명에만 그치지 않고 디스토피아를 극복하기(뒤집기) 위해, 그래서 빛도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작가는 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합니다. 저는 결국 “가장 밝은 빛은 어둠 속에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라는 작가의 말에 동의하고야 말았습니다. 요즘 다시 읽었고, 또 다시 읽을까 해요.

최은혜 기자
최은혜 기자
<지연된 정의>, 박상규·박준영, 후마니타스, 2016

“한 사안에 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싶어요”

박준영 재심전문변호사가 맡았던 사건들이 담겼어요. 제가 좋아했던 드라마의 주인공이 읽는 걸 보고 구매했어요. 형사 사건이니까 재판 결과가 나왔으면 끝났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틈을 찾아서 사건을 다시 풀어나간 거잖아요. 다시 제 직업관을 돌아보면서 저를 다잡게 됐어요. 사안에 대해서 끝까지 관심을 가지는 기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오랜 시간이 걸려도 정의를 바로세우는 것을 보면서 저도 저렇게 용기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고심 끝에 데려왔어요.

손광모 기자
손광모 기자
<아녜스 바르다의 말>, 아녜스 바르다, 제퍼슨 클라인, 마음산책, 2020

“아녜스 바르다, 유쾌하고 솔직한, 마음 따뜻한 할머니”

아녜스 바르다는 누벨바그 영화사조의 창시자로 평가 받는 프랑스 감독인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저평가받기도 했어요. 바르다를 알게 된 건 <아녜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후예요. 너무 좋아서 한동안 계속 기억이 났어요. 참 유쾌하고 솔직한, 마음 따뜻한 할머니 같더라고요. 이 책을 보다보면 아녜스 바르다를 수식하는 ‘집요한 낙관주의자’라는 말에 공감하실 수 있을 거예요. 영화에 관심 있는 분에게 추천해요.

강한님 기자
강한님 기자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류동민, 코난북스, 2014

“서울에 관한 책이지만, 서울에 관한 책만은 아닌”

‘그리고 삶은 어떻게 소진되는가’라는 부제목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에요. 제가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면서 많이 소진되거든요. 이 책은 사실 경제학자가 쓴 책인데 서울을 인문학과 정치경제학적으로 조명했다는 호평이 있더라고요. 수식이나 도표 없이 우리 삶을 이야기하는 경제학자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첫머리에 저자가 “이 책은 서울에 관한 책이지만 서울에 관한 책만은 아니다”라고 하는데 한국 전반으로 확대해 생각해보며 읽는 것도 추천해요.

이동희 기자
이동희 기자
<걷기 예찬>, 다비드 르 브르통, 현대문학, 2002

“걷기를 찬사하는 책”

부끄럽지만 운동을 하나도 안 해요. 그래서 최대한 걷기라도 많이 하자는 주의죠. 걷기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제목에 관심이 가서 1/3 정도 읽었는데, 저자는 정말 걷기 덕후예요. 걷기를 예찬하는 사람들의 모든 글을 한데 모아놨더라고요.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찾는다”는 글 첫머리부터 걷기를 찬사하는 에피소드가 계속 이어져요. 읽으면 웃음이 나와요. (그럼 하루에 몇 보나 걸어요?) 7,000~8,000보 정도요. 하하.

정다솜 기자
정다솜 기자
<까대기>, 이종철, 보라, 2019

“택배노동자들은 왜 공짜노동을 해요?”

지난해 9월 택배노동자들을 처음 취재했던 현장이 추석 까대기 문제였어요. 까대기는 상하차 작업으로 현장에서 사용하는 말인데, 그땐 몰랐어요. 그날 택배노동자들은 쏟아지는 물량을 오랜 시간 대가도 못 받고 분류하느라 ‘지옥문’이 열렸다고 호소했는데요. 그 와중에 저는 노동자들이 까대기를 할 수밖에 없는 맥락을 모르니, 왜 그런 공짜노동을 하고 있느냐고 물어서 언론 담당 노조 간부가 잠시 말을 잃었어요. 요즘도 그렇지만, 그날도 그 질문을 한 뒤 이불을 세게 찼죠. 더는 이불킥을 하지 않기 위해 산 이 책은 6년 동안 까대기 일을 하며 만화를 그려온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만화책이에요. 다 읽고 나면 택배상자에 구체적으로 어떤 노동들이 묻어나는지, 택배상자 하나를 파손시키지 않기 위해 어떤 구조에서 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은 어떻게 파손되고 있는지 알 수 있어요.

백승윤 기자
백승윤 기자
<기자로 산다는 것>, 고종석 외, 호미, 2007

“주간지 기자들의 삶을 읽으며 얻는 위로”

지금은 ‘시사인’에서 노동하거나 했던 기자들이 2006년 ‘시사저널’ 파업 중 낸 책이에요. 제가 올해 1월에 입사했는데, 그때 중고서점에서 샀어요. 6개월간 읽는 이유는 제가 게으른 탓도 있지만, 아껴 보기 때문이기도 해요. 취재가 잘 안 되거나 마음에 안 드는 기사를 쓴 날, 한 챕터씩 읽으면 위로가 되거든요. 취재원과 관계에서 애환, 기자 간 다툼, 경영진과 갈등, 마감 압박, 글쓰기의 고통 등을 읽으며 지금 유명한 기자들도 그렇게 버텼구나 생각해요. 특히 창간 초기 ‘시사저널’이 ‘듣보잡’ 취급받던 시절 기자들의 서러움은 몇 번을 읽어봤어요. 그러면서 ‘나도 성장통을 겪고 있는 거겠지’ 하고 위로 한 번 하는 거죠. 사실 우리가 작은 매체고 연차 낮은 기자가 많다 보니 ‘알아서 잘’ 해야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내가 잘 가고 있는지 의심이 들 때가 많은데, 책에서 조언을 얻고 다시 잘해보자 다짐도 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