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노총, 요즘 뭐 읽니?
공노총, 요즘 뭐 읽니?
  • 강한님 기자,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08.16 05:20
  • 수정 2020.08.16 0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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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 읽니? ⑩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북커버 챌린지 ‘#7days7covers’가 SNS를 꾸준히 달구고 있다. 이 챌린지는 7일 동안 하루에 한 권씩 좋아하는 책 표지를 SNS에 올리며 다음 참여자를 태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독서문화 확산이라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지인의 다양한 독서 취향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참여와혁신>도 활동가들이 요즘 뭘 읽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물었다. “요즘 뭐 읽으세요?” 답변은 다양했다. “갑자기 책이요?” “책 읽을 시간 없어요” 대부분 난색하다가도 어디선가 책을 한 권씩 꺼내들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설명과 독후감이 없는 북커버 챌린지보다 재밌었다. 당시 반응도 좋아 연재 꼭지로 진행하기로 했다. 앞으로 노동조합에 국한하지 않고 노동과 관련된 여러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이번에는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하 공노총)을 찾아가 책 소개를 부탁했다.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 안정섭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공주석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오재형 전국시도교육청노동조합 위원장, 김현진 전국광역시도공무원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최치훈 국회입법부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이 답했다.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
<오래된 비판 그 후 30년>, 강준만·김민웅 외, 말, 2019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30년이 지나도 노동은 어렵고, 노동운동은 여전히 삶의 주류가 되지 못한 것 같지만 내부는 많이 달라졌다고 느껴요. 이 책은 원래 잡지였는데, 제가 학교 다닐 때는 유명했어요. 해직된 기자들이 민감한 사안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요. 민족, 경제, 국제, 기획, 민중, 언론, 여성, 학술, 문화 등으로 구분돼요. 제가 노동운동을 하다 보니 민중파트에 눈이 갔어요. 잠깐씩 시간이 날 때 좋아하는 부분부터 읽는 편이에요. 무거운 주제지만 읽기 힘들지는 않아요.

 

안정섭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월북하는 심리학>, 김태형, 서해문집, 2020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김태형 작가의 책을 몇 권 읽었어요. 재미있고 내용에 충실해요. 전체적으로 북한 사회는 잘 모르는데, 보통 일반 책들은 북한의 현상만 보여주지만 이 책은 그 이면의 세상을 심리학적으로 다뤄요. 북한사회뿐 아니라 사회현상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공감대를 주는 책이에요. 우리와 북한이 생각하는 돈의 가치가 다른 점이 인상깊더라고요. 북한은 돈을 더 많이 벌 이유가 없는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은··· 보통 일이 일찍 끝나면 읽어요!

 

공주석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 위원장
<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송해나, 문예출판사, 2019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신문에서 책이 소개된 걸 봤어요. 모성보호 시간이나 제도개선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 보게 됐죠. “엄마라면 누구라면 다 겪는 일인데 너만 유난하다”는 말도 있잖아요. 임신의 고통이나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얘기하면 ‘유난 떤다’고 하는 게 사회현상이 된 것 같아요. 제도나 시스템이 빈약한 거예요. 육아나 출산을 위해서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게 개인의 몫인 거죠. 틈틈이 보고 있어요.

 

오재형 전국시도교육청노동조합 위원장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와이즈베리, 2014년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나는 정의롭게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나?” 고민을 하게 되는 책이에요. 우리나라에서도 대단히 인기 있는 책이라고 해서 선물 받았는데, 교육청노동조합이 최근에 어려운 일이 많아서 읽게 됐어요. 한번 읽어서는 안 될 책인 것 같긴 해요. 두 세번은 봐야 이해되지 않을까요?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데 나는 어떤 쪽에 속하는 사람인지 생각하게 돼요.

 

김현진 전국광역시도공무원노동조합연맹 위원장
<플라이 백>, 박창진, 메디치미디어, 2019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이 존엄을 지키기 위해 살아온 발자취를 담았어요. 그가 입사 때부터 자신의 꿈을 키우고, 또 땅콩회항 이후 존엄 상실을 느끼고 노동조합을 세워가는 과정인 거죠. 노동조합을 통해 자신을 지키는 이야기에요. 한국사회에서 갑과 을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대한항공 내에 많았잖아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요.

 

최치훈 국회입법부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소와다리, 2016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윤동주 시인이 1945년 2월에 형무소에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써왔던 시들이에요. 제가 투쟁할 때도 가지고 다녀요. 시집이 조그마해서 조끼에 딱 들어가거든요. 시집을 넣고 다니면 가슴이 따땃해요. 윤동주 시인이 느꼈던 우울감이나 상실감을 보며 저도 마음을 다잡고 있어요. 사실 외우는 시는 없지만,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달라요. 그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를 하나 소개하고 싶어요.

가슴 2

불 꺼진 화덕을 안고 도는

겨울밤은 깊었다

재만 남은 가슴이

문풍지 소리에 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