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철도
[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철도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0.07.25 21:57
  • 수정 2020.08.14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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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부산지하철 #차별 #합의 #이재학PD #스마트공장 #민주노총 

언박싱(unboxing)이란 '상자를 열어' 구매한 제품의 개봉 과정을 보여주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는 언박싱 과정을 지켜보면서 어떤 제품이 나올지 기대하고 궁금증을 해소하는 재미를 얻습니다. 이 주의 기사들을 묶어본 키워드는 무엇이었는지 함께 개봉해보시죠.

2018년 4월 30일 마지막으로 운행한 구형 새마을호 ⓒ 한국철도공사
2018년 4월 30일 마지막으로 운행한 구형 새마을호 ⓒ 한국철도공사

'통근자(commuter)'라는 개념은 영국에서 철도 정기승차권을 발행하면서 등장했다고 합니다. 본래 '통근(commute)'이라는 말은 교환(excahnge)을 의미했습니다. 하지만 정기승차권 소지자에게 통근은 점차 차표 요금을 미리 지불한다는 뜻으로 쓰였고, 1960대부터는 교통수단을 이용해 정기적으로 직장을 오가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통근자'가 널리 쓰이게 됐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철도가 노동과 엮이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철도'로 <참여와혁신> 기사를 묶어봤습니다.

이 주의 키워드 : 철도

[7월 22일] 8개월 농성 마무리, 부산지하철 노사 ‘청소노동자 고용전환TF’ 마련

수많은 통근자의 발. 도시철도에는 다양한 직군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습니다. 쾌적한 지하철 이용에 힘쓰는 청소 노동자도 그중 하나입니다. 3년의 투쟁, 8개월 동안의 농성 끝에 부산지하철 청소노동자들의 고용형태가 올해 안에 정해질 예정입니다. 부산지하철 노사가 TF를 만들고 ‘직접고용’, ‘자회사 고용’ 등 고용조건 개선을 위해 협의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3년 동안 평행선을 달리던 부산지하철 노사가 접점을 찾은 데는 부산시의회의 중재가 결정적이었다고 합니다. 청소노동자들은 부산시청 앞 농성을 중단하지만, 고용전환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아침 선전전을 이어질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7월 22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포괄적 차별금지법 지지"

경부·경의선 철도공사에 동원된 한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은 일화 30~40전 정도였는데, 이는 일본인 노동자 임금의 3분의 1 정도다. (※별도 참조: 당시 5인 가족 하루 생계비는 67전이다.)
- 1905년 8월 10일 <황성신문> 기사 中

한국 철도 산업의 역사는 노동운동의 역사와 궤를 같이합니다. 일제가 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한반도에 철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많은 민중이 차별과 착취를 당했습니다. 생계를 유지하기 곤란할 정도의 저임금, 임금 삭감, 하루 12시간의 장시간 노동, 빈번한 안전사고, 일본인 감독에 의한 폭압적 감독체제 등. 일본인 노동자와 달리 형편없는 환경에서 노동을 이어갔습니다. '노동 차별'과 착취에 반발한 노동자들은 때때로 일제히 봉기하여 무장투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노동 차별'은 지금도 빈번합니다. "고용형태가 곧 '신분'인" 현실에서 비정규직은 현장에서 차별과 갑질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종교, 민족, 고용형태 등을 이유로 고용, 교육, 행정서비스에서 불리하게 대우받는 행위를 차별로 규정하고, 이를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21대 국회에서 대표 발의했습니다. '노동 차별'에 시달리던 노원구서비스공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롯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2007년 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후 여러 반발로 인해 10년이 넘도록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이번 국회에서는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7월 20일] 포스코-금속노련, 하청업체 성암산업 갈등 ‘합의’로 마무리
[7월 23일] STX조선 정상화 위한 노사정 협약… 노조, 파업·단식농성 끝 현장 복귀
[7월 23일] "부끄러운 모습 보여 죄송"...CJB청주방송 4자 합의 이행하기로

대부분의 기차가 종착역으로 직행하지는 않습니다. 몇 개의 중간역을 거치며 마지막 목적지에 다다릅니다. 노동자와 사측이 변화를 만들어가는 모습도 이와 비슷합니다. 변화를 향한 노사 간 합의는 주체들이 성실히 합의 내용을 이행한 끝에 결실을 맺게 됩니다. 이행 없는 합의는 중간역에 멈춘 기차와 다름없습니다. 노사 합의 이후에 이행 실태를 지켜보는 건 그래서 중요합니다.

첫 번째 합의입니다. 포스코 하청업체인 성암산업 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갑니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의 중재로 성암산업의 원청인 포스코와 금속노련의 합의가 이뤄진 결과입니다. 그간 성암산업노동조합은 '통합 매각'을 요구하며 투쟁을 해왔습니다. 발단은 포스코가 성암산업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5개 작업권을 분할해 계약을 맺으려 하며 발생했습니다. '분할 매각'이 이뤄질 경우, 노동자에게 임금 및 복지 등 노동조건 저하, 기존 하청업체노동조합의 단체협약 미승계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최종 합의안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문성현 위원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은 "합의의 이행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를 밟고 가라!"며 구조조정을 반대했던 STX조선 노동자들도 투쟁을 끝내고 현장으로 복귀했습니다. 23일 노사정 협약으로 금속노조 STX조선해양지회는 단식농성과 전면파업을 중단했습니다. 협약서에는 STX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와 고용안정을 위한 노사정의 노력이 담겼습니다. 구체적인 복귀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두 달 가까이 이어진 노조의 파업으로 조선소가 오랜 시간 가동을 멈췄기 때문에 이로 인한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한 뒤에 복귀한다는 게 노조의 설명입니다. 다만, 생산직 노동자 500여 명이 A조와 B조로 나뉘어 6개월씩 진행하는 순환무급휴직은 계속됩니다. 경남도와 창원시는 임시 일자리 제공 등으로 무급휴직을 앞둔 노동자의 최소 생계를 지원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장섭 금속노조 STX조선해양지회 지회장이 순환무급휴직 연장과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다고 밝힌 8일 기자회견장. ⓒ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편, 방송계 비정규직 실태를 알리며 세상을 떠난 고 이재학PD를 둘러싼 유족·대책위·언론노조·CJB청주방송 4자 회의도 최종 합의를 이뤘습니다. 4자 대표가 이행하기로 합의한 내용은 ▲고인에 대한 CJB청주방송의 공식사과 ▲고인의 명예회복 및 예우 ▲비정규직 고용구조와 노동조건 개선 ▲조직문화 및 시스템 개선 ▲방송사 비정규직 법·제도 개선 등입니다. 4자 합의는 애초 6월 말로 예정돼있었지만, 조사위의 한 축인 CJB청주방송이 조사결과 수용을 거부하면서 한 달여가 지난 22일에야 이뤄졌습니다. 합의가 지연된 원인으로는 이두영 CJB청주방송 이사회 의장의 반대를 꼽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이두영 의장은 CJB청주방송 대주주인 두진건설 회장이며, 청주상공회의소 회장이기도 합니다.

최종 합의 이후 노조, 시민단체 등 각계에서는 합의 이행을 지켜보겠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고 이재학PD의 동생이자 유족 대표인 이대로 씨는 "이 모든 것을 이행하는 게 더 오래 걸리고 더 힘들 거라는 거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얼마나 더 길어질지 결코 장담도 할 수 없다"며 "기자회견장에 계신 모든 분들께서 저희가 서로 합의한 약속을 얼마나 잘 이행하고 있는지, 지켜가고 있는지 관심 있게 지켜봐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습니다.

[7월 23일] 사람 중심의 스마트공장, 나아가야 할 방향은?

운전사 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무인 경전철은 혁신 기술이 가져올 미래의 한 모습입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한 기술발전으로 오히려 인간이 소외될 거라는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 사례로 스마트공장이 있습니다. 로봇의 도입으로 생산성은 높아지지만, 일자리를 잃는 제조업 노동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23일 토론회를 열고 '사람 중심의 스마트공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논의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는 노동친화형 스마트공장 사업을 추진한 ㈜영진의 스마트공장 시범 도입 사례가 소개됐는데요. ㈜영진에서는 스마트공장 시범 도입 이후 4명의 전문 인력이 추가 채용됐으며, 일반 단순 작업자 2명이 로봇전문 인력으로 전환 배치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진처럼 노동자가 소외되지 않는 스마트 공장이 우리 산업계에 널리 퍼질 수 있을까요?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자동화기술은 근로자들의 노동과 직접적인 대체관계에 있지만, 자동화·지능화기술은 노사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서 인간 노동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며 "기술의 발전과 인간 노동의 상생적 발전을 위해서 기술혁신과 일터혁신의 통합적 접근이 요구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7월 20일] “이번 합의는 ‘마스터키’가 아니라 ‘시작점’이다”
[7월 20일] “김명환 위원장은 노사정합의 최종안 폐기하라”
[7월 21일] 민주노총 ‘노사정 합의’ 찬·반 토론회 반대측 끝내 불참 
[7월 23일] 민주노총 노사정 합의안 ‘부결’… 김명환 집행부 사퇴 수순
[7월 24일 ]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민주노총 위원장 수난사
[7월 24일] 민주노총의 선택, ‘경사노위 밖’ 투쟁의 미래는?

2006년 전국철도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2009년 전국철도노동조합 청량리차량지부 지부장, 2013년 제25대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 김명환 민주노총 9기 위원장의 이력입니다. 김명환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철도 민영화를 저지하기 위해 2013년 대대적인 철도노조 파업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2017년 민주노총 위원장에 당선돼 임기가 5개월 남짓 남았으나, 김명환 위원장은 종착역에 이르지 못하고 중도 하차하게 됐습니다. 23일 열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대표자회의 합의 최종안 승인'을 안건으로 한 온라인 임시대대에서 안건이 부결됐기 때문입니다. 앞서 김명환 위원장은 임시대대에서 노사정 합의가 부결되면 위원장, 수석부위원장, 사무총장 등 9기 집행부 모두가 사퇴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9기 집행부 전원이 사퇴하면 민주노총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합니다. 김명환 위원장은 24일 "(사회적 대화라는) 집행부의 바람과 실천 의지가 실현되지 못하고 물러나지만, 다시 현장의 노동자, 조합원으로 돌아가 그것이 실현되기 위한 노력과 활동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 나가겠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