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⑦] 회의가 필요한 이유
[커버스토리⑦] 회의가 필요한 이유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1.09.10 00:01
  • 수정 2021.09.10 0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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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문제 해결을 위한 회의
상시적 소통, 더 나은 회의 위한 효율적 수단

회의하고 개운한 적 있으신가요?

회의는 문제를 풀자고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회의는 엉킨 문제의 실마리의 끝을 잡아 쭉 잡아당긴 다음에 여러 바퀴 더 감아 실타래를 더 엉키게 만드는 골치 아픈 일로 생각한다. 회의를 하고 난 후 기운이 쭉 빠져 영혼이 빈 동료의 눈동자를 바라보곤 한숨을 푹 쉴 때, 그 동료도 한숨을 푹 쉰다. 아마도 당신의 빈 눈동자를 바라봤기 때문일 것이다. 도대체 왜 회의가 사람들의 생기를 앗아갈까, 회의를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생기를 가질까 이야기를 들어봤다.

커버스토리⑦ 회의는 필요하다

ⓒ 클립아트코리아

피할 수 없는 회의

회의는 왜 해야 할까? 서진 민주주의기술학교 상임연구원은 “혼자 일하면 회의가 필요 없다. 두 사람 이상 되는 순간 협의하고 최종 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함께하는 일에는 자연히 회의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송영욱 한국능률협회컨설팅 본부장은 “각자 아는 정보가 지식이 되고 조직의 가치로 창출하려면 협의가 필요하다”며 “그 협의 수단은 회의라는 소통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피할 수 없는 회의의 목적은 구성원 간 머리를 모아 문제의 해답을 찾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함이다. 송영욱 본부장은 “회의의 핵심은 집단지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직에 회의는 일의 전체를 보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구기욱 쿠퍼실리테이션그룹 대표는 “직원들은 굳이 회의가 없어도 각자 맡은 일이 있으니까 불편함을 못 느낄 수도 있지만, 회사와 상사 입장에선 일의 전체가 어떻게 엮이는지 봐야 하기 때문에 회의가 필요하다”며 “모여야만 전체가 보이고, 전체를 보게 하는 건 회의”라고 말했다.

개인의 막힌 업무가 회의를 통해 풀리기도 한다. IT기업 6년차 개발자 F씨는 “일을 진행하다 막힐 때 회의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내 일이 풀리는 경우도 있다”면서 “내가 맡은 업무에 대한 결론이 나와야 다음 과정을 밟을 수 있는데, 회의에서 명확한 결론이 도출되면 깔끔하고 괜찮은 회의였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송주현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은 “회의는 각자 필요한 부분을 해결하는 공간”이라며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면 다음 회의 안건이 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과를 만들게 된다. 이는 곧 조직의 결과물로도 쌓인다”고 했다.

노동조합과 회의도 뗄 수 없다. ‘사업계획 결정-집행-평가·점검-재결의’를 반복하는 운영 과정이 회의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김광창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일이 안 될 땐 결정, 집행, 점검, 평가가 제대로 안 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래서 회의를 잘 준비하고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조합 활동의 반이 회의라는 말도 있다”고 전했다.

조직문화는 그대론데,
회의만 바뀔 수 있나?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이렇게 중요한 회의가 피곤한 이유는 회의 자체의 문제일까, 조직이 원래 문제일까? 강연배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선전홍보실장은 “조직이 권위적인데 회의가 민주적으로 잘 될 리가 없다”며 “구성원 간 소통 정도, 신뢰 수준에 따라 회의가 잘 되는 것이지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회의문화를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에서 개인의 자발성 문제도 조직문화와 연결된다. 서진 상임연구원은 “회의 준비, 발언 등 자발성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없는 업무를 맡고 있다면 자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나아가 구성원의 자발성 문제는 조직에 맞는 채용, 인사 등이 연결돼 있다. 이 지점에서 자발성이 낮은 구성원을 어떻게 이해하고, 회의에서 잘 말할 수 있는 방식을 어떻게 만들어갈까 고민하는 것이 결국 문제를 개인에게 귀결시키지 않는 조직문화랑 다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그럼 조직문화라는 벽 앞에서 회의문화는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꾸준히 소통하지 않으면,
회의도 잘 안 돼”

<참여와혁신>이 만난 이들은 결국 소통이라고 강조한다. 모든 관계는 처음엔 잘 지내다가 차이를 인지하면서부터 부대끼기 시작한다. 회의도 마찬가지다. ‘저 사람은 왜 답을 정해놓고 아닌 척 해?’, ‘저 사람은 왜 가만히 있어?’ 이렇게 터지는 불만에서 서로 다름을 알고, 소통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2018년 수원시 회의체계 개선방안에 대해 연구한 박상우 수원시정연구원 박사는 “소통밖에 방법이 없다”며 “윗사람, 특히 중간관리자들이 직원들의 의견을 많이 듣고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그러려면 회의를 준비하는 소통 시간도 더 많아져야 한다. 단, 꼭 따로 불러내지 않아도 사내게시판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하늬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사무차장도 “평소에 꾸준히 소통하지 않으면 회의도 잘 안 된다”며 “각 단위에서 진행하는 사업이 무엇인지, 제안하고 싶어 하는 사업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사전에 소통하면서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의 진행할 때도 사전 소통 내용을 바탕으로 참석자들에게 발언을 유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소통을 위해선 상호존중이 바탕이 돼야 한다. 송영욱 본부장은 “상사는 요즘 것들은 잘 모르니까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부하직원은 꼰대 상사가 하는 말은 무시한다. 서로 인정을 안 하는 것”이라며 “상호존중 문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게 돼야 경청이 되고 자기 의사표현도 되는 것”이라고 했다.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한 소통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만들고, 신뢰는 힘 나는 회의를 가능하게 한다. 구자숙 민주노총 전교조 편집실장은 “서로에 대한 신뢰, 관계에 대한 신뢰가 있으면 회의는 훨씬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서로 신뢰가 없으면 상대가 내 말을 어떻게 오해할지 예측이 안 되고, 상대에게 어떻게 자극이 될지 모르니 다 조심스러워진다. 그러면 솔직하게 말하기 어렵고, 말은 오고갔으나 공허한 말들이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결국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하는 상시적 소통은 더 나은 회의를 위해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서진 상임연구원은 “민주주의 사회에선 거대한 공론장 한 번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시민이 일상에서 사회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훈련이 돼 있어야 한다. 그러면 돈도 시간도 얼마 안 든다”며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평소에 꼭 회의 자리가 아니더라도 소통이 상시적으로 일어나면 민주주의는, 회의는 너무 오래 걸린다는 이야기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상시적 소통은 회의문화뿐 아니라 벽으로만 느껴지는 조직문화 개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서진 상임연구원은 “회의에서 뭐라도 조금 다르게 시작해보는 것들이 조직문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조직문화를 바꿔나가는 것들이 회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며 회의문화와 조직문화 개선이 서로 ‘선순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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