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회의의 맛, 일할 맛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회의의 맛, 일할 맛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1.09.08 00:01
  • 수정 2021.09.08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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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를 소재로 기사를 써보자는 것도 회의를 통해서 나왔습니다. ‘9월호 커버스토리에 무슨 내용을 담아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지?’라는 고민을 풀어가는 회의였습니다. 회의를 소재로 기획을 가다듬고, 취재는 어떻게 할지, 기사는 어떻게 쓸지 회의를 했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쌓여가는 내용을 어떻게 바라볼지, 이제는 취재원에게 다른 걸 물어봐야 하지 않을지 판단하기 위해서 회의를 했습니다. 커버스토리 기사를 쓴 기자들이 모여 기사들을 함께 읽고 초고를 다듬는 회의를 했습니다. 아마 참여와혁신 2021년 9월호가 지면으로 나와 독자들이 페이지를 넘겨볼 때쯤, 기자들이 9월호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를 함께 나누는 회의를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다양한 취재원들로부터 들었던 재밌는 말들 중 취재가 끝나고 난 후 기억에 남는 말은 두 가지입니다. “모든 일은 회의로 시작해서 회의로 끝난다”와 “회의는 늘 하니까 (회의가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안다고 생각한다”입니다. 첫 번째 말은 회의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말은 회의를 빈번히 하다 보니, 회의를 그냥 어떤 것 중 하나로 인식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하다고는 이야기하는데, 실상 중요하지 않게 대하는 것입니다. 회의를 바라보는 약간 아이러니한 시선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회의가 피곤한 무엇임에도 변화의 1순위로 놓지 않기도 합니다. 회의가 잘 안 되거나 회의에 지쳐도 뭐 어떻게든 나온 결과의 멱살을 쥐고 끝을 만들어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는 것이 중요하지’라는 겁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시작과 과정, 끝을 만들어내는 회의를 잘한다면 멱살을 쥐고 끝으로 질질 끌고 가는 힘든 여정이 덜했을지도 모릅니다.

9월호 커버스토리를 취재하면서 잘하는 회의란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잘하는 회의는 조직과 구성원이 힘이 나는 회의였습니다. 회의하면 피곤하고 낭비라고 생각했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서로 힘이 나서 달리는데, 멱살을 쥐고 뛸 필요가 있을까요. 되레 일할 맛이 나지 않았을까요.

회의가 피곤한 꽤나 많은 독자 여러분에게 힘나는 회의가 이런 맛이라는 걸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봤습니다. 아니, 회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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