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⑤] 편집국 회의를 바꿔봤습니다
[커버스토리⑤] 편집국 회의를 바꿔봤습니다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9.09 00:02
  • 수정 2021.09.09 0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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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개선안 도전기
변화 더뎠지만 회의 바꿀 필요성에 공감

회의하고 개운한 적 있으신가요?

회의는 문제를 풀자고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회의는 엉킨 문제의 실마리의 끝을 잡아 쭉 잡아당긴 다음에 여러 바퀴 더 감아 실타래를 더 엉키게 만드는 골치 아픈 일로 생각한다. 회의를 하고 난 후 기운이 쭉 빠져 영혼이 빈 동료의 눈동자를 바라보곤 한숨을 푹 쉴 때, 그 동료도 한숨을 푹 쉰다. 아마도 당신의 빈 눈동자를 바라봤기 때문일 것이다. 도대체 왜 회의가 사람들의 생기를 앗아갈까, 회의를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생기를 가질까 이야기를 들어봤다.

[커버스토리⑤] 우리 회의도 바뀔 수 있을까

ⓒ 참여와혁신DB

피곤한 회의도 관성이 된다. 회의를 마치면 하루가 끝난 듯 진이 빠지지만 어떤 점이 문제인지 구성원과 나누기 어렵다. 불만이 쌓이면 체념하게 된다.
<참여와혁신> 편집국 구성원들과 회의 방법을 바꿔보기로 했다.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우리 회의의 문제점을 듣고, 커버스토리 팀이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방안을 회의에 적용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이 과정은 3주에 걸쳐 진행됐다. 변화를 체감하기에 짧은 시간이었지만, 개인과 조직에게 도움이 되는 회의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얻을 수 있었다.

구성원들이 말하는 우리 조직 회의

<참여와혁신> 기자들과 편집국장이 참여하는 회의는 매주 월요일 오전 진행된다. 커버스토리 팀은 먼저 8월 10일 회의를 관찰해보기로 했다. 그 날 회의는 업무와 정보공유가 주된 목적이었다. 회의 소요시간도 30분 정도로, 월요일 오전 시간을 꽉 채워 사용하는 보통의 편집국 회의와 비교해 짧았다. 회의 안건으로만 보면 의논할 사안이 없었다. 서면 공유로 대체해도 됐다는 게 커버스토리 팀의 평가였다.

평시 편집국 회의는 업무 진행 상황과 이번 주 일정 공유, 안건 논의, 기타 전달사항 등의 순서를 가진다. 안건은 월간지 발행에 맞춰 기획회의나 아이템회의, 평가회의 등으로 세분된다. 다룰 안건이 사전에 소개될 때가 많지만, 갑작스러운 안건이 당일 제기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10일 회의 이후엔 구성원들에게 기존 회의에서 느꼈던 문제점을 물어봤다.

구성원들의 의견

“다른 기자들이 올린 아이템을 얼마나 검토하고 오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어요.”

“회의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서로 잘 알고 있지 못하다. 저희가 매주 회의를 한다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회의를 통해서 나온 결론이나 의제, 안건들이 계속 숙성이 되는 과정이 있었나 싶어요.”

“일단 회의가 긴 게 가장 힘들었어요. 관심 없을 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요. 시간적으론 낭비고, 그게 문제에요.”

“편집국 회의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이야길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기획안 피드백이나 취재 과정 중 일어난 일들 공유, 문제점 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회의에서 다룰 이야기죠. 그 외에 광고나 기타 사항들은 안건으로 적절하진 않다고 봐요.”

“회의가 그냥 그날의 회의로 끝나요. 회의 이후에 이어지는 후속조치가 없죠. 꼭 회의의 문제라기보다는 조직문화가 회의에도 입혀진 거 같아요.”

편집국 회의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회의방식에 작은 변화를 주기로 했다. 피곤하지 않은 회의를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지 고민했고, 구성원들의 평가를 토대로 문제에 대한 몇 가지 방법을 찾았다. 그리고 8월 16일 편집국 회의에서 제안했다.

문제① 준비의 수준이 제각각

업무·일정공유를 서면으로 대체해보기로 했다. 그간 사용되지 않았던 인터넷 전산망에 기자들의 업무 진행 상황과 다음 주 일정을 미리 올리도록 부탁했다. 또 단체SNS방에 기획안을 올리면 다른 메시지에 밀려 잘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있었다. 예전에 공유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저장하지 않으니 오래된 기록은 사라졌다. 전산망이 이런 부분들을 해결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제② 회의의 목적이 불분명

다른 구성원들에게 업무를 지원하거나 논의할 사항이 있다면 정해진 시간까지 안건화 여부를 요청하게 했다.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안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구성원이 필요하다 생각하는 안건을 다루려면 논의시간을 확보해야 했다. 업무공유 시간을 줄이면 그만큼의 논의시간이 생길 것이라 예측했다.

안건은 주재자가 취합해 사전 공지한다. 여기에 발제할 안건을 회의 참가자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다른 참가자의 발제에는 자료나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등 실질적인 도움이 돼야 한다는 점을 명기했다.

문제③ 긴 회의와 부족한 후속조치

편집국 회의에서 주재자와 참가자가 알아둬야 할 규칙을 정해봤다. 회의시간은 월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로 정했다. 시간을 지키기 위해 주재자는 소요시간을 미리 계산하고, 각 안건의 논의 시간을 미리 배분해 회의를 진행한다.

준비된 안건은 회의에서 당일 회의 안건 소개, 각 안건별 논의, 앞으로 해야 할일 상기의 순서로 진행하기로 했다. 각 안건의 논의가 끝나면 앞으로 누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참가자들에게 다시 한 번 말한다. 회의가 끝난 후 주재자는 회의록을 작성해 기록으로 남긴다.

회의 바꾸기 첫술 이후

커버스토리 팀의 개선안을 적용해본 편집국 회의가 8월 30일 있었다. 구성원들은 업무와 일정을 전산망에 올렸다. 논의안건은 사전에 발제됐고, 주재자가 취합해 소개했다. 공유를 서면으로 미리 한 덕에 논의안건만으로 회의가 진행될 수 있었다.

30일 회의가 끝나고는 편집국 구성원들에게 피드백을 들었다. “사실 변화의 지점은 전혀 느낀 게 없다. 앞으로 이 시스템을 수정하고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서면으로 공유하니 내 일을 정리하고 의식적으로 이슈를 따라가는 데 도움이 됐다”는 등의 이야기들이 나왔다.

구성원들의 말처럼 큰 변화는 없었다. 여전히 준비가 부실한 점이 있었고, 회의는 정해둔 시간보다 길어졌다. 회의를 잘 준비해야 하는 건 알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도 분명 존재했다. 불만을 털어놓고 무언가 도전한 점에서 의미를 찾기로 했다.

회의방식을 바꾸는 건 큰 결심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내가 속한 조직의 회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좋은 회의를 고민하고, 나름의 보완점을 만드는 걸 미뤄둘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고민을 구성원들과 나눠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어쩌면 회의를 바꾸는 ‘회의’에서 답을 찾을 수도 있다. 직접 해보니 회의를 한 번에 바꾸는 건 어려웠지만, 작은 시도는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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