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말하는 ‘회의’
[커버스토리+]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말하는 ‘회의’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1.09.10 00:00
  • 수정 2021.09.10 0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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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덕 사무총장, “회의는 모든 사업의 첫 시작이자 활동의 기본”

민주노총 사무총장의 업무에서 회의는 늘 함께다. 사무총장은 대의원대회, 중앙집행위원회 등 총연맹 단위 심의·의결 회의를 위원장과 공동 진행하고, 그 외 사무처 회의를 주재한다. 사무총장이 하루에 참석하는 크고 작은 회의는 3~4건, 많게는 5~6건도 된다. 다양한 회의 경험을 바탕으로 “회의는 모든 사업의 첫 시작이자 활동의 기본”이라고 강조하는 전종덕 사무총장에게 회의에 관한 생각을 더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사무총장실에서 진행했다. 

ⓒ 노동과세계
지난 2월 5일, 전종덕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72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양경수 위원장과 공동으로 대회를 진행했다.   ⓒ 노동과세계

- 일주일에 회의는 몇 번이나 하나? 

일주일이 아니라 하루 단위로 따져야 한다. 하루에 크고 작은 회의가 3~4건, 많으면 5~6건 정도 된다. 하루에 8건 한 적도 있다. 

- 회의에서 사무총장의 역할은? 

회의의 성격에 따라 다르다. 대의원대회나 중앙집행위원회 등 의결 회의는 위원장이 의장이고, 사무총장은 의장석에서 공동으로 진행한다. 그 외 회의는 사무총장이 회의를 주재한다.

- 노동조합에서 회의는 어떤 의미라고 보나? 

회의를 하면 내 의견만 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뜻과 주장을 경청하며 내 의견과 얼마나 다른지 인식할 수 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다양하게 나온 의견 중 최선의 안을 함께 결정한 뒤, 서로 지원과 협력을 통해 실행하고 평가하는 과정까지가 회의다. 그래서 회의는 모든 사업의 첫 시작이자 활동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 총연맹 단위 회의에서 겪는 어려움은?

규모가 큰 총연맹에선 수많은 상황과 의견을 수렴해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 또한 내셔널 센터로서 위상에 맞는 결정, 그 결정에 대한 책임과 파장까지 고려해 신중하면서도 신속한 결정을 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 참석자들에게 회의에 대한 민원을 들어본 적 있나?

원래 원님에 대한 원성은 원님만 모르거나 제일 늦게 알게 된다.(웃음) 아직 민원을 듣진 못했지만, 다양한 의견을 모두 수용할 순 없기에 경우에 따라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 그럼 회의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팁이 있나? 

회의자료가 충실하게 준비될수록 회의가 매끄럽게 진행된다. 또한 사전 담화 사업이 중요하다. 회의 안건에 대해 사전 설명이나 공감 과정을 거치면 회의 진행이 원활해진다. 총연맹에 오기 전에는 중요한 사업을 앞두고 안건 설명이나, 해설 과정을 거쳤으나 총연맹은 규모가 커서 잘 못하고 있다. 

- 회의문화를 바꿨던 경험은 있나? 

많지는 않다.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 본부장을 할 때 게임과 토론을 접목해보는 식으로 회의를 진행해본 적이 있다. 당시 지부장이 20명 정도 됐는데, 4명씩 조를 짜서 미션을 줬다. 예를 들어 이번 총파업에서 지역본부는 무엇을 할 것인지, 개인은 무엇을 할 건지 토론 주제 몇 가지를 주고 단계마다 함께 해결해야 할 인증샷 등 미션을 주는 거다. 그렇게 각자가 회의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방식이 결의를 모아내는 데도 효과적이더라. 그 외에 회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카페, 세미나 공간 등 회의 장소를 바꾼 적도 있다. 다만 이런 다양한 시도들을 더 큰 단위에서는 어떻게 반영할 건지는 문제다. 좀 더 고민과 기획이 필요한 것 같다.

-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약 1,800명 규모다. 이런 대규모 회의는 어떻게 준비하나?

기본 두 달 정도 준비한다. 대의원대회 일정을 결정하면 사무총장이 단장인 기획단을 꾸린다. 프로그램은 어떻게 짤 건지, 선전과 조직은 어떻게 할 건지 등을 정한 뒤 업무를 나눠서 실별로 실무를 담당한다. 사무총장은 요소마다 점검하고, 조율하고, 리허설하고, 위원장과 공동 진행하고, 평가하는 전 과정을 총괄한다.

- 대의원대회의 기능으로 심의·의결 외에 조직화, 결의도 많이 이야기한다.

이런 것 같다. 예를 들어 총파업의 경우 열심히 준비하는 사람은 ‘나만 하는 거 아냐?’, 준비 안 하는 사람은 ‘누가 제대로 하겠어?’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이런 마음이 ‘다 같이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네, 나도 해봐야지, 더 열심히 해보자’로 바뀌도록 보여주는 것이 대의원대회의 중요한 역할이다.

- 첫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 참석했던 순간을 기억하나?

노동조합 활동을 1993년에 시작했는데, 민주노총 대의원은 2000년대 중반부터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땐 전체 노동운동 관점보다는 산별노조 중심으로 고민을 많이 했다. 물론 전체를 고민하는 지도부를 신뢰하고 따랐다. 하지만 이 말은 당시에 내게 민주노총 사업이 주요 관심이 아니었단 표현일 수 있다. 지금 현장 대의원들도 비슷한 마음일 것 같다.

- 그럼 대의원대회를 준비하는 사무총장으로서 대의원들이 어떤 마음으로 회의에 참석했으면 하나?

내가 첫 대의원대회에 참석했을 때 마음과 반대여야겠다.(웃음) 입장이 바뀐 거다. 민주노총 대의원이라면 총노동 관점에서 전체를 볼 수 있어야 하고, 단사의 이해 너머 노동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더 주체성을 발휘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8월 28일 총파업을 결정한 임시대의원대회의 경우 대의원들이 한국사회를 바꾸는 과정에서 주체로서 역할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러기 위해 멘트 하나하나 고민하며 준비했는데, 대의원들이 어떻게 느꼈을지는 평가를 해봐야 한다.

- 경험에 비춰볼 때 좋은 회의란?

구성원 모두가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회의, 자유롭게 의견 개진이 가능한 회의가 생산적이고 재미있는 회의인 것 같다. 자신이 회의에서 주체가 되면 적극적으로 창의적인 생각과 의견을 제출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도 주의 깊게 경청하고 존중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결정된 사업은 집행도 적극적으로 하게 돼 선순환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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