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①] 월요일부터 집 가고 싶다^^
[커버스토리①] 월요일부터 집 가고 싶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1.09.08 00:02
  • 수정 2021.09.08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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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회의 시간 51분 중 31%는 낭비”
“회의는 피로하고, 일할 맛을 떨어뜨린다”

회의하고 개운한 적 있으신가요?

회의는 문제를 풀자고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회의는 엉킨 문제의 실마리의 끝을 잡아 쭉 잡아당긴 다음에 여러 바퀴 더 감아 실타래를 더 엉키게 만드는 골치 아픈 일로 생각한다. 회의를 하고 난 후 기운이 쭉 빠져 영혼이 빈 동료의 눈동자를 바라보곤 한숨을 푹 쉴 때, 그 동료도 한숨을 푹 쉰다. 아마도 당신의 빈 눈동자를 바라봤기 때문일 것이다. 도대체 왜 회의가 사람들의 생기를 앗아갈까, 회의를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생기를 가질까 이야기를 들어봤다.

커버스토리① 맛있는 회의 어디 없나요?

2017년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기업의 회의문화 실태와 개선해법’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해당 보고서에 담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명당 1주일 평균 3.7번 회의에 참석한다. 회의 1회당 평균 회의시간은 51분이다. 직장인 1명당 1주일에 회의로 쓰는 시간은 188.7분, 약 3.2시간이다. 주40시간 노동이라고 가정했을 때 8% 수치이다.

8%는 작아 보인다. 그러나 8%가 조직과 개인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했을 때 8%는 크다. 회의는 조직의 의사결정, 문제해결을 위한 아이디어 도출, 정보공유 전달의 통로, 때로는 갈등 해소의 장의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회의가 없으면 일을 시작하지 못하고 일을 끝내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8%가 92%를 이끄는 셈이다.

회의시간을 줄이는 혁신부터, 회의가 조직을 살린다는 이야기까지 회의에 대한 책이 많다. 하지만 회의를 생가하곤 하면 피로부터 몰려온다.

월요일부터 집 가고 싶게 하는 비법

92%를 위한 8%. 회의를 잘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회의에 회의적이거나, 피곤하거나, 답답해한다. 그렇다고 결과물이 잘 나오기 위한 과정의 고통이라는 평가도 드물다. 익명을 요청한 6년차 아동복 회사 디자이너 B씨는 한 마디로 회의를 하는 직장인들의 상태를 갈음했다.

“월요일부터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새로운 한 주의 노동을 시작하려다 일할 맛이 뚝 떨어지는 경험을 한 것이다. ‘국내기업의 회의문화 실태와 개선해법’ 속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회의 전반에 대한 직장인의 종합점수 평균은 45점이다. 당시 상장기업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이다.

종합평점을 구성하는 3대 요소는 회의 효율성(효율적 회의 운영), 회의 소통성(회의 중 자유로운 소통), 회의 성과(명확한 결론과 실행으로 연결) 등이다. 직장인들은 회의 효율성에 38점, 회의 소통성에 44점, 회의 성과에 51점을 줬다. 평균 45점보다 낮거나, 약간 상회했다. 회의가 비효율적이고, 회의에서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고, 회의가 끝나고 명확하게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월요일부터 집에 가고 싶은 것’이다.

어설픈 민주주의 흉내 내기

방송국에서 일한 지 1년이 돼가는 연출진 A씨의 회의 평가는 적나라하다.

“잘 들어줬으면 하는데, 직급이 높은 사람들은 회의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아요. 말을 해봤자 내 말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참석한 모두가 느끼기 때문에 모두가 그 시간 자체가 괴롭죠.”

“회의 시작 전에 결과를 정해놓고 오는 것 같아요. 이렇게 끝내야겠다. 그러니까 회의가 아니라 설득이고, 압박이고, 강요로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면 왜 굳이 회의를 할까? 모양새를 신경 쓰는 거라고 봤어요. 회의 틀을 가장해서 그냥 그렇게 하라는 걸 여러 가지 언어로 에둘러 듣는 자리인 거죠.”

A씨는 방송국 연출진이라는 직업 특성상 회의를 매일한다. A씨가 입사하고 나서부터 매일하는 게 아니라 원래부터 매일했었고, 그렇다면 이전부터 회의가 이런 모양새였고, 매일했는데도 변화와 발전은 없었다. A씨는 대부분의 회의에서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국내기업의 회의문화 실태와 개선해법’에서도 은근히 본인 의견에 동조하기를 원하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상사가 있다에 응답자 74%가 그렇다고 했다. 상사가 자신을 논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53%이다. 그렇다보니 상사와 의견이 다르면 상사가 기분 나빠할 거라 생각하는 경우도 69%나 된다. 회의에서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다양한 의견이 흩어졌다 모였다가 될 리 만무하다. A씨는 이런 회의를 ‘어설픈 민주주의 흉내’라고 칭했다. 회의 결론은 정해졌지만, 다양한 의견을 모았다는 명분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회의이니 말이다.

물론 좋은 경험도 있다. A씨는 “서로 의견을 내면서 팀의 발전 방향을 서로 체크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뤄지면 회의가 재밌었다”며 “내 의견이 반영 되든 혹은 근거 있는 말로 비판받고 내가 몰랐던 시각과 선배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엿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너나 할 것 없는 고민
맛있는 회의가 필요해

회의에 대한 피로감은 저연차 직장인들만의 고민거리는 아니다. 회의를 주재하는 고연차 직장인들, 간부급의 직장인들도 고민이다. ‘국내기업의 회의문화 실태와 개선해법’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기업문화 담당자 40인의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진행했다. 거기서 나온 이야기도 눈여겨 볼 법하다.

“회의에 침묵하는 직원이 있다. 참석자의 소극적 태도가 회의를 망친다. 회의하려면 미리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가져와야 하는데, 수첩만 달랑 챙겨오는 것 같다. 열정도 없고 고민도 없는 직원들도 문제다.”

회의 주재자든 참가자든 각자의 이유로 회의는 피로하다. 일할 맛도 떨어뜨린다. 회의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한다. 이 회의만 안 했더라도 지금 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했겠다고 생각한다. ‘국내기업의 회의문화 실태와 개선해법’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 1명당 1주일 평균 3.7번 참석하는 회의 중 1.8회는 회의 개최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응답자들이 답했다. 절반의 회의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1회 평균 회의시간인 51분 중 평균 15.8분이 낭비되는 시간이라고 분석했다. 31%를 다이어트해야 한다고 봤다.

회의는 월요일부터 집에 가고 싶게 하는 무엇이지만, 일을 시작하고 마무리하게 하는 무엇이기도 하다. 개인에게도 조직에게도 힘이 되고 일할 맛나게 하는 회의는 왜 없나? 여러 직장인들, 회의 경력이 많은 노동조합 활동가들, 회의 전문가들을 만나 회의가 맛없는 이유도 들어봤다. 어떻게 하면 회의가 맛있을지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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