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⑥] 피곤한 회의 바꿔 볼 수 있을까?
[커버스토리⑥] 피곤한 회의 바꿔 볼 수 있을까?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1.09.09 00:03
  • 수정 2021.09.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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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하고 피곤하다면 고려해볼 다섯 가지
힘나는 회의는 스트레스↓ 일의 즐거움과 효율↑

회의하고 개운한 적 있으신가요?

회의는 문제를 풀자고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회의는 엉킨 문제의 실마리의 끝을 잡아 쭉 잡아당긴 다음에 여러 바퀴 더 감아 실타래를 더 엉키게 만드는 골치 아픈 일로 생각한다. 회의를 하고 난 후 기운이 쭉 빠져 영혼이 빈 동료의 눈동자를 바라보곤 한숨을 푹 쉴 때, 그 동료도 한숨을 푹 쉰다. 아마도 당신의 빈 눈동자를 바라봤기 때문일 것이다. 도대체 왜 회의가 사람들의 생기를 앗아갈까, 회의를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생기를 가질까 이야기를 들어봤다.

커버스토리⑥ 피곤한 회의 바꿀 5가지 Key

ⓒ 공공운수노조 교육센터 '움'의 교육활동 및 회의 사진
ⓒ 공공운수노조 교육센터 '움'의 교육활동 및 회의 사진

피곤한 회의를 바꿔볼 수 있을까. 취재를 통해 피곤한 회의를 바꿔볼 요소들을 뽑아봤다. 뚜렷한 회의 목적, 회의 사전 준비, 선명한 결과의 공유, 피드백, 상호존중 등 다섯 가지였다. 회의에 지친 조직들이 고려해볼 만한 요소이다. 회의에 고민이 있는 누구나 기본적인 대안으로 내놓을 기본적인 요소들일 수 있다. 다만 좀 더 다른 디테일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회의 문화 및 조직 문화 전문가들의 설명을 들어봤다.

피곤한 회의가 지속된다면
다섯 가지를 고려해보세요

① 뚜렷한 회의 목적
모든 취재원들이 가장 첫 번째로 입을 모아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것이다. 목적이 불분명한 회의는 회의 참석자들의 혼란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 회의를 왜 해야 하는지, 회의 주제는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회의에 들어온다면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다룬다고 해도 시큰둥하게 그래서 뭐하자는 거지라는 생각이 회의 초반부터 든다.

여기에 구기욱 쿠퍼실리테이션그룹 대표는 “회의 목적에 중요하게 포함돼야 할 지점이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목적을 가진 회의인지 뚜렷하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정의 크기와 상관없이 결정의 경험을 가진다는 게 회의 목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기욱 대표는 “회의에서 들어보고 상사한테 보고해 결정하겠다고 하면 상사 맘대로 할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시간 내서 왜 이래라 저래라 입 아프게 떠들어야 해라는 마음 속 반문을 한다. 결정이 회의 목적에 포함돼 있고 회의 참가자들이 그걸 알면 다채롭게 생각한다”고 회의 목적에 결정이 들어갔을 때 효과를 설명했다.

간혹 회의 참가자에 상급자가 포함되지 않아서 그 회의에 대한 결정이 불안하다면 그 자리에 상급자가 참여하면 된다는 게 구기욱 대표의 제안이다. 함께 의견을 나누고 함께 결정하는 수평조직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한이 주어진 참여가 책임의 무게를 더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생각이 집단 속에서 모이게 하는 동력이기도 하다.

② 회의 사전 준비
회의 목적을 뚜렷하게 하는 것만큼 회의 사전 준비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이런 상황은 골칫거리다.

김 부장: (임원 회의를 다녀오고 나서) 다 회의실로 모여 봅시다.

부서원들: (?)…넵….

김 부장: 임원 회의에서 이사님이 판매처를 늘려보자는 데 어떻게 생각들 하는지?

부서원들: (??)….

송영욱 한국능률협회컨설팅 본부장은 회의 사전 준비는 회의 목적, 주제, 안건을 미리 공유하는 것과 회의에 들어와야 할 사람이 정확하게 구분돼 그 사람들만 회의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 회의 참가자들은 미리 자기가 회의 자리에서 이야기할 내용을 조사하고 정리한다. 혹은 자기가 해당 주제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회의 주재자에게 회의 참가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있다. 회의 주재자는 필요한 회의 참가자를 다시 구하거나, 회의 참가 거부 의사를 밝힌 사람에게 이유를 다시 설명할 수 있다. 이유가 타당하다면 거부 의사를 밝혔던 사람도 자신이 회의에서 할 역할과 이야기를 이해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가할 수 있다. 그렇게 발현된 참가자들의 적극성은 발전적인 결과물을 만들 가능성을 커지게 한다.

③ 선명한 결과의 공유
회의를 한참하고 났는데,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분위기라면 난감하다. 대부분의 회의가 일에 관한 회의라면 그 회의의 끝은 이런 마무리여야 좋지 않을까 싶다. 송주현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은 “좋은 회의는 진전된 결과물이 있는 회의”라며 “진전된 결과물은 다음 회의 때 오늘 회의 결과로 더 나아간 내용을 다룰 수 있는 것이고, 회의 참석한 사람들이 회의가 끝나면 해야 할 일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의 공유는 회의 참가자들이 비슷한 내용을 가져가는 것이다. 각자 생각하는 시선으로 각자의 결과가 생기는 게 아니다. 구자숙 전교조 편집실장은 “회의 중에는 우리가 뭘 향해 가고 있는지 기조나 방향이 분명하지 않다가 정리가 돼서 방향과 가치를 회의 참가자들이 공유할 때”와 “일머리가 탁 잡혀 다음 단계는 이것이고, 이렇게 현실로 만들어보자고 함께 정리가 될 때”를 지치지 않고 힘을 내게 하는 회의로 봤다.

비슷한 내용을 가져가는 회의의 끝을 위해서는 선명함이 중요하다는 게 구기욱 대표의 생각이다. 사람마다 어떤 단어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구기욱 대표는 “어떤 상황에 대해서 빨리 면밀하게 알아봅시다라고 결정했을 때 빨리면 어느 정도 빨리를 말하는 건가? 면밀하게라면 어느 정도 면밀하게를 말하는 건가?”라며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말의 온도 차가 있다. 그럴 땐 회의 주재자가 개입해서 지금 이야기하는 빨리는 언제까지를 뜻하는 건지? 바로 오늘인지? 내일인지? 면밀히라는 건 어떤 것이 포함됐을 때 면밀하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지? 예시를 들어줄 수 있는지?라고 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언어의 모호성을 인지하고 자세히 접근해 회의 결과를 정리할 때 회의 후 일 진행에서 소모적인 논쟁과 점검을 할 필요가 없다. 이를 통해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회의를 잘했다는 기억도 남는다.

④ 피드백
회의 후에 결과가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내가 제출한 의견은 어떻게 검토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후속 과정이 회의의 피로를 없앤다. 피드백은 의사결정에 꼭 의견이 반영되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송영욱 본부장은 피드백 유무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컨설팅했던 사례들을 비춰 설명했다.

“회의에서 좋은 거 같아 검토해볼게, 그 이후로 감감무소식이에요. 기껏 이야기했는데 아무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 경험이 쌓이면 다음에 그 사람이 회의에서 이야기를 또 할까요? 의견이 반영돼 일이 진행된다면 이렇게 되고 있다, 혹은 반영이 안 됐다면 이유는 무엇이라고 피드백해야 해요. 그게 아니면 무시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죠.”

⑤ 상호존중
회의는 의견 교환이 기본이다. 원활한 의견 교환을 위해서는 상호존중이 키워드이다. 송영욱 본부장은 “회의 괴물이라는 표현이 있다”며 “회의 때 대단히 냉소적이고, 회의에 대해 욕을 하거나 회의를 잘 안 되게 만드는 사람들을 지칭하는데, 우리는 가끔 의견을 나눌 때 바로바로 토 달고 대단히 공격적인 사람들이 회의에 적극적인 사람이라고 착각하다”고 지적했다. 실상은 그들이 회의를 방해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송영욱 본부장은 잘 듣는 사람이 발전적 회의를 만든다고 봤다.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지 않고 들어주기만 하는 사람들을 말하는 건 아니고, 잘 들은 내용 위에 자기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잘 듣는 사람”이라며 “우선 다른 사람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 인정할 수 있는 자세가 있어야 거기에 자기 의견을 덧붙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도 기업도,
고민하는 회의 문화

회의 문화를 바꾸는 노동조합도 기업도 다섯 가지 요소들을 고려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웅제약은 1·1·1 회의문화 캠페인을 통해 힘나는 회의를 기업 문화로 정착시키는 중이다. 2007년, 2013년 두 차례 회의문화에 대한 직원설문 결과가 시작점이었다. 회의 시작 및 종료 시간 준수와 회의 전 자료 공유가 미흡하다는 점이 결과의 주요 내용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대웅제약은 ‘1일 전 회의 자료 공유’, ‘1시간 이내 회의’, ‘1일 이내 회의 결과 공유’라는 1·1·1 회의문화 캠페인을 2014년 1월부터 시행했다. ‘회의 사전 준비’와 ‘선명한 결과 공유’ 두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대웅제약은 “불필요하게 길어지는 회의를 방지하고 시간 관리를 해 회의 집중력을 높이고 정해진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회의 전에는 참석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얻고 참석하게 해 제대로 된 의사결정으로 회의 목적을 달성하며, 회의를 마치고 나서는 회의결과 공유로 참석자들이 회의내용을 모두 같은 수준으로 이해했는지 검토하고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에 대한 책임소재와 기한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캠페인 시행 이후 회의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 지수가 68점에서 76점으로 상승했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회의 자료가 100페이지가 넘어가는 만큼 회의 자료를 사전에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전국단위의 큰 회의 경우 각 단위 대표자들이 2~3일 전에 받아볼 수 있도록 한다. 회의를 잘하려면 사전에 필요한 자료들을 회의 참가자들이 숙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사전공유 문화가 확산되도록 신경을 썼다.

회의에 참가한 사람들 모두의 합의를 바탕으로 같이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봤다. 강연배 보건의료노조 선전홍보실장은 그러한 결정이 회의 참가자들을 주체적으로 만든다는 입장이다. 같이 결정한 만큼 모두 같은 책임이 생긴다. 강연배 선전홍보실장은 “내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보자는 구체적인 논의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것을 이영철 민주노총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회의를 통해 자기 사업이 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조직적으로 (함께) 결정한 것은 반드시 집행한다는 문화를 만드는 데 바탕이 된다”고도 덧붙였다. 자기 일로 받아들여졌을 때 책임을 가지고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의 사례에서도 ‘회의 사전 준비’를 찾아볼 수 있었고, ‘뚜렷한 회의 목적’에 결정을 포함한다는 의미를 확인해볼 수 있었다.

피곤한 회의를 넘어,
힘나는 회의의 효과는?

힘나는 회의는 예상 밖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일의 즐거움과 효율을 배가시킨다. 구자숙 민주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편집실장이 전해준 힘이 빠진 회의를 하고 난 후의 모습에서 거꾸로 알아볼 수 있었다.

“(힘나는 회의를 하지 않은) 후에 저는 영혼이 공허해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힘이 오히려 빠지고 내가 뭘 결정했는지. 뭘 해야 할지. 이런 게 정리가 안 되니까요. 힘이 빠지고 나면 실상은 회의 시간 두세 시간만 소비하는 게 아니에요. 그 공허한 영혼을 채우기 위해서 그 다음에 벌어지는 일들이 회의의 연장이라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회의가 끝났는데 공허하거나 불만이 쌓이고 나면 사람들은 건강하지 않은 방식으로 풀 수밖에 없어요. 술을 마신다거나, 뒤에서 누군가 흉을 본다거나, 정말 그 생각을 끊기 위해서 쓸 데 없이 핸드폰 게임만 한다거나 쇼핑을 한다거나. 다들 자기 방식이 있겠죠. 일의 연장에서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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