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압축성장기의 흔적들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압축성장기의 흔적들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2.10.19 00:00
  • 수정 2022.10.19 0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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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6.25 전쟁 이후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한국. 당시 군사 정권은 경제 성장을 위해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국가 재원을 집중시켰습니다. 중화학공업 육성 전략의 집적지인 산업단지는 국가 운영의 대외 원조 탈피와 절대빈곤 해소에 큰 몫을 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당시 성장 전략은 한국 경제를 이끌어왔지만, 여러 과제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대기업에 쏠린 육성 정책은 재벌 중심의 산업구조를 만들었고, 국내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지금도 뒷전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이는 산업, 나아가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국토 균형발전이 수십 년간 과제로 남은 원인도 산업단지의 성장 과정 속에 담겨 있습니다. 대기업이 들어서지 않거나 떠나간 지역은 산업생태와 일자리를 걱정합니다. 도시화에 매달린 결과 농촌은 피폐해졌고, 지금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입니다. 한국 정부와 지자체는 이를 해결하고자 1983년대부터 농공단지를 개발했지만, 지금은 정책의 관심에서 벗어난 지 오래라고 현장은 말합니다.

저렴한 노동력을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았던 개발도상국형 전략은 아직도 우리 산업에 남아 여러 갈등과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여전히 장시간·저임금 노동 문제가 소규모 영세기업 위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에 값싼 노동이 필수였던 만큼, 정부·기업은 노동운동과 노동권 보장을 불온한 것으로 내몰았고 아직도 그 잔재가 남아있습니다.

노동자·시민의 안전과 환경오염은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빨리빨리 문화가 지배했던 성장기에 노동자의 안전과 목숨은 이윤에 밀렸고, 지금도 일터에선 끊임없이 생명과 안전 문제가 반복됩니다. 무분별한 개발과 오염은 오늘날 기후위기로 부메랑처럼 돌아왔습니다. 한국에서 탄소배출이 가장 많은 분야는 산업이지만, 2030년까지 감축 목표는 14.5%(2018년 대비)로 발전 45%, 교통 38%, 건물 33%와 비교하면 가장 낮습니다.

10월호 커버스토리로 산업단지를 취재하며 직접 겪지 못했던 1970~80년대의 압축성장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산업단지는 한국의 경제 성장과 지역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했습니다. 산업의 뿌리인 제조업의 중요성이 코로나19 시기 전 세계적으로 증명되며, 산업단지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풀지 못한 다양한 문제가 산업단지에 얽혀있습니다. 그리고 산업단지가 안고 있는 문제들은 한국 사회 전반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우리나라 산업을 지탱해온 산업단지,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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