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농촌처럼 소외된 농공단지의 내일은?
[커버스토리+] 농촌처럼 소외된 농공단지의 내일은?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2.10.21 00:00
  • 수정 2022.10.20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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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기흥 한국농공단지연합회 회장

산업단지 리포트

산업단지가 만들어진 지 어언 60년. 대한민국의 산업을 이끌어온 산업단지는 어쩐지 힘겨워 보인다. 수명을 다해가는 산업과 중소기업 경영난, 질 나쁜 일자리, 환경오염, 산업재해 등 오랜 시간 동안 방치된 ‘낡은 것’들이 산업단지 곳곳에 먼지처럼 방치되어있다. 한국의 성장, 지역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에 한몫해온 산업단지는 어떤 모습일까. 전국 7개 지역을 중심으로 산업단지의 현재를 들여다봤다.

농공단지는 농어촌 지역에 설립된 공업단지다. 우리나라 농공단지는 1960~70년대 급격한 산업화·도시화로 인한 도농 격차 문제를 풀기 위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농어촌의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진을 통해 농촌을 활성화하자는 목적으로 1984년부터 조성된 것이다. 40년이 흐른 지금 농공단지는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 한기흥 한국농공단지연합회 회장은 “목적을 이뤘다고 보긴 어렵다”고 평가한다. 한기흥 회장에게 농공단지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 이야기 들어봤다.

*서면 답변을 바탕으로 지난 7일 한기흥 회장과 전화 인터뷰했다.

한기흥 회장 ⓒ 한국농공단지연합회

- 한국농공단지연합회(이하 연합회)가 주목하고 있는 농공단지 문제는?

농공단지를 조성하던 1980년대 초반은 우리나라가 산업화를 추진하던 시기였다. 수도권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됐고 농어촌 인구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집중됐다. 농공단지는 이런 농어촌의 공동화 현상을 막고 농어촌 지역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도시와 농어촌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조성된 공업단지다. 약 40년이 지난 지금, 농공단지의 조성 목적을 이뤘다고 보긴 어렵다. 인구의 수도권 집중화는 가속화됐고 저출생·고령화의 심화로 지방도시 소멸 문제가 국가적 문제로 떠올랐다. 농공단지가 지방소멸을 해소하는 첨병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와 협의하며 농공단지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농공단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이유는 뭔가?

물론 농어촌 지역의 소득 증대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농공단지가 일정 정도 역할을 했지만, 정부의 무관심으로 농공단지는 노후화됐고 슬럼화됐다. 지방경제 활성화 역할 감당에 어려움이 있다는 뜻이다.

- 구체적으로 농공단지가 처한 상황이 어떤가?

기반 시설의 노후화와 경쟁력 약화 등으로 위험에 처해 있다. 전국적으로 476개 농공단지에 7,939개 기업들이 입주해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입주 기업들은 대부분 영세한 중소기업이다. 기술력이 떨어지고 농어촌 지역의 특성상 인력을 충당하기 어렵다. 또한 40년 된 인프라에서 입주기업들이 생산 활동을 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476개 단지 중 167개 단지가 1980년대에 만들어졌다. 노동조건도 열악하다 보니 인력 구하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농공단지가 처한 현실은 대한민국 농어촌의 문제와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이제 더는 방치하지 말고 대규모 국가산업단지처럼 인프라 지원과 정책적 지원을 통해 지방소멸에 대응하고 제2의 농촌경제 활성화를 추진해야 할 때라고 본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맞물려 농어촌 지역의 인력을 충당하고 농공단지의 인프라 개선과 재정적, 제도적 지원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 조금 더 설명해 달라.

베이비부머 세대는 1970년부터 산업화에 따라 도시로 진입한 세대다. 지역 연고가 있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이들의 은퇴는 지난해부터 가속화되고 있는데,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로망 중 하나인 고향에서 제2의 삶을 살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농촌마을 고향 빈 집을 개·보수할 수 있도록 대폭 지원하고, 농공단지 입주 기업들과 연계한 일자리를 알선하면 지방소멸을 늦출 수 있다고 본다. 국회나 정부 부처를 찾아갈 때마다 지방소멸 해결에 농공단지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 농공단지가 국가산단 등 다른 산단에 비해 정부 정책에서 왜 소외됐나?

농공단지도 국가산단, 일반산단 등과 마찬가지로 산업단지다. 국가 정책에 의해 조성된 산업단지라면 지원도 여타 산업단지와 동등하게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농공단지를 관할하고 지원하는 부처는 8개지만 어느 부처가 주도적으로 지원하고 있지 않으며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속된 말로 ‘부모 없는 자식’의 처지다. 우선 산업단지를 총괄하는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농공단지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관련 부처들이 유기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의 마련이 절실하다.

- 그럼 소위 ‘잘 나가는’ 농공단지가 있나?

구례자연드림파크가 농공단지 혁신 사례로 꼽힌다. 구례자연드림파크는 과거 구례용방농공단지였는데, 농공단지를 방치하지 않고 현재는 자연체험, 식품 생산 관광, 식품체험 등 도시-농촌 교류 활성화 거점으로 변모했다. 직접 가보면 떡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하고 자고 갈 수 있는 시설까지 마련되어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농공단지는 정부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적어도 농공단지를 방치하거나 소외시켜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경쟁력 높은 최첨단 산업만 고려한다면 농촌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을 외면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나. 시골에선 농업만으로 먹고 사기 힘들다. 농업 외 경제활동을 지역에서 할 수 있도록 농공단지를 주목하고 신경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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