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 왜 ‘임금체계’ 개편해야 하나?
학교비정규직, 왜 ‘임금체계’ 개편해야 하나?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3.03.02 17:19
  • 수정 2023.03.02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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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지역별·직종별로 다른 임금,
노동자 간 차별 심화시켜… 임금체계 정비해 적정 임금 실현해야”

[리포트] 학교비정규직 ‘임금체계’ 개편 요구한 이유

2일 학교비정규직 신학기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 ⓒ 전국교육공무직본부
2일 학교비정규직 신학기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 ⓒ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학교비정규직과 17개 시·도교육청 및 교육부 간 집단 임금교섭이 해를 넘긴 지금까지 타결되지 못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전체 학교비정규직 임금체계 개편을 최우선 과제로 요구하고, 사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비정규직 가운데 무기계약직 신분인 교육공무직은 유형1과 유형2로 구분돼 기본급이 20만 원 정도 차이 난다. 유형 외로 분류되는 학교비정규직들의 기본급은 최소 2유형 이상 수준으로 책정되지만, 직종별로 정기상여금 등 수당 금액이 다른 경우가 있다. 또한 동일한 직종이어도 지역별로 기본급, 수당이 제각기 달리 지급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연대회의는 지역별·직종별로 다른 임금체계로 인해 학교비정규직 간, 학교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임금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말하는 차별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봤다.

* 연대회의는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전국여성노동조합으로 구성돼 있다.

학교비정규직 임금 유형 크게 3가지
“유형 간 기본급 차이 납득 안 돼”

학교비정규직 직종은 급식, 방과후교육, 특수교육, 교무행정, 교육복지, 청소, 경비 등 매우 다양하다. 이들의 임금 유형은 교육공무직 유형1과 유형2, 그리고 유형 외(유형1·2에 편입되지 않은 직종)까지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유형1에는 영양사, 사서, 전문상담사 등, 유형2에는 조리사, 조리실무사, 교무실무사, 행정실무사 등이 포함돼 있다. 유형 외에는 영어회화전문강사, 초등스포츠강사 등 강사직과 청소·당직전담(경비) 등 특수운영직 등이 있다.

2022년 기본급은 유형1 206만 8,000원, 유형2 186만 8,000원이다. 유형1·2 구분 없이 근속수당 3만 9,000원, 급식비 월 14만 원, 명절휴가비 연 140만 원(설·추석 각 70만 원), 정기상여금 연 90만 원 등도 공통수당으로 지급되고 있다. 그 외 직무관련수당으로 영양사는 면허가산수당, 행정실무사는 특수업무수당 등을 추가 지급받기도 한다.

한편 유형 외는 기본급이 영어회화전문강사는 230만 8,000원, 학교운동부지도자·초등스포츠강사는 월 2만 8,000원 인상하되, 월 200만 원 미달 시 월 200만 원으로 책정되는 등 유형1 또는 유형2 기본급보다 높은 경우가 있다. 그런가 하면 특수운영직 기본급은 유형2와 같은 수준으로 책정되고 있다. 공통수당도 대체로 유형1·2와 동일하게 책정된다. 다만 서울 지역 다문화언어강사(유형 외)는 정기상여금 연 50만 원을 지급받는 등 특정 지역별·직종별로 지급받는 수당 금액의 차이도 상존한다.1)

연대회의는 “임금 유형을 구분하고 학교비정규직들을 임의로 어느 유형에 편입시킨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현재 임금체계는 초기 교육부의 연구용역 결과 등을 고려해 설계됐다. 이 연구결과를 교육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바는 없다. 

연대회의에 따르면 교섭 과정에서 교육부 측에 관련 질의를 했을 때 교육부는 “유형1이 특정 자격 등이 더 요구되고 유형2는 보조업무에 가깝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연대회의는 “만약 특정 자격이 요구되는 직종이 있다면 자격수당 등을 추가 지급하는 방향으로 정해도 될 텐데, 굳이 기본급을 차별해 임금 격차를 더 확대시키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022년도 경기도교육청 교육공무직원 임금 지급기준 중 발췌한 내용 ⓒ 경기도교육청
2022년도 경기도교육청 교육공무직원 임금 지급기준 중 발췌한 내용 ⓒ 경기도교육청

지역별로 임금체계 달라
“동일노동·동일임금 안 지켜져”

같은 직종임에도 지역별로 어느 유형에 편입돼 있는지에 따라 기본급이 다른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학교운동부지도자는 단체협약상 유형 외로 분류됐지만 유형1(서울·인천·세종 등) 또는 유형2(부산·울산·충북 등)에 이미 편입된 지역도 있어 지역별로 기본급 수준이 다르다. 학교운동부지도자는 학생 선수의 훈련과 지도를 담당한다.

영어회화전문강사는 15개 지역에서 유형1보다 높은 기본급을 단체협약에서 정하고 있지만, 부산·인천 지역은 유형1로 분류하고 있어 타 지역에 비해 기본급이 낮은 편이다. 초등스포츠강사는 16개 지역에서 최소 200만 원 이상의 기본급을 정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부산 지역에서 유형2로 분류돼 기본급이 낮게 책정됐다. 영어회화전문강사는 정규수업, 방과후수업 등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영어학습을 지도하고, 초등스포츠강사는 초등학교의 정규 체육수업 보조 및 방과후학교 스포츠클럽 지도 업무를 수행한다.

근속수당, 명절휴가비, 상여금 등 각종 수당은 훨씬 복잡하다. 수당마다 지역별로 지급 기준이나 액수가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어느 지역에서 근무하는지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연대회의는 “동일노동·동일임금 위반”이라며 “복잡한 임금체계가 지역 간 노동자 차별을 심화시킨다”고 강조했다.

근속이 오래될수록
정규직과 임금 격차 커지는 문제도

학교·교육행정기관에서 근무하는 학교비정규직은 근속연수가 늘어날수록 같은 사업장 내 정규직인 교원·공무원 등과 임금 격차가 커지는 문제도 지적했다. 학교비정규직과 교원·공무원의 직무는 다르다. 그러나 학습 지도, 행정 등 업무 특성상 학생들의 교육복지라는 가치를 생산하는 관점에서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임금 차이가 너무 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2)

교원·공무원은 호봉제를 적용받아 근속이 길수록 기본급이 인상된다. 또 승진을 할 경우 임금이 더 올라갈 수 있다. 학교비정규직은 매년 교섭을 통해 기본급을 정한다. 보통 최저임금 인상률 이상이 기준이 된다. 그리고 각 지역별·직종별로 근속수당이 있는 경우 연차에 따라 차등적으로 수당을 지급받는다.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에서 발행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쟁점과 과제(안정화, 2021)’에 따르면 학교비정규직 가운데 교육공무직만 한정해서 봤을 때 교육공무직의 임금은 2020년 기준 9급 공무원 대비 70% 수준이다. 이 같은 격차는 근속이 오래될수록 커지고, 공무원이 승급이라도 할 경우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평균연봉 차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해당 논문은 동일가치의 일을 할 경우 고용형태 간 임금격차를 80% 수준까지 줄이는 것이 적합한 목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2018년 교육부가 학교 종사자들에 대한 직무평가를 실시한 결과 교육공무직의 직무가치가 교원·공무원의 80~90% 수준이 된다는 내용도 제시된 바 있기 때문이다. 연대회의도 “이 주장을 받아들여 정규직 대비 80~90% 임금수준의 새로운 임금체계가 필요하다”고 교섭에서 요구한 바 있다.

지난달 1월 9일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기자회견 ⓒ 노동과세계
지난달 1월 9일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기자회견 ⓒ 노동과세계

연대회의 “당장 임금체계 개편 어렵다면
직무평가 재실시 등을 위한 노사 협의체 구성해야”

연대회의는 학교비정규직 임금체계 개편을 교섭 요구안 1순위로 제시했다. 그러나 교육청·교육부 측은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에 동의하지 않았다. 다만 임금체계의 복잡성은 어느 정도 인정을 하며 내부적으로 논의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노사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계속 교섭이 결렬되자, 지난달 2일 연대회의는 합리적인 임금수준 및 체계 등을 논의하기 위한 노사협의체 운영을 수정요구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연대회의에 따르면 교육청·교육부 측은 내부적인 논의를 할 수는 있지만 노사 동수로 구성되는 협의체 마련은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청·교육부는 공식적으로 교섭 담당자들의 회의를 거쳐 입장을 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연대회의는 “복잡한 임금체계를 단순화하고, 차별을 해소하는 첫 시작은 노사가 함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정요구안까지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신학기 총파업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연대회의는 올해 1월 30일부터 2022년 집단 임금교섭 타결을 위한 무기한 천막농성을 전국 시·도교육청 앞에서 실시 중이다. 따라서 농성 투쟁을 계속 이어가며 오는 3월 31일 집단 임금교섭 승리를 위한 총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1) 교육부 및 전국시도교육청과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간 2021년 단체(임금)협약서
2)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쟁점과 과제(안정화,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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