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자영업유니온’을 기다리며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자영업유니온’을 기다리며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2.10 00:00
  • 수정 2021.02.10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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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이번 참여와혁신 2월호 커버스토리는 자영업 특집으로 꾸몄습니다. 식당, 골프장, 호프집, 미용실 등 총 열두 개의 매장에 찾아가 자영업자를 만났습니다. 취재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모두가 한 결 같이 코로나19로 너무 어려운 상태라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아끼던 적금을 깬 분이 여럿 있었고, 살던 집을 빼서 돈을 마련한 분도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집을 가압류 당한 분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자영업자들은 가게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차곡차곡 빚을 쌓아두더라도 어떻게든 자영업을 운영하려 했습니다. 여기에는 뜻밖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빚을 내서라도 지금을 어떻게든 버텨야 차후에 가게를 차릴 때 냈던 빚을 갚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영업자들이 힘겹게 홀로 고군분투하는 이유였습니다.

노동자들은 자신에게 부당한 처우나 환경을 노동조합을 만들어 개선해 나갑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자영업자도 일하는 사람이며, 그들 중 어떤 이는 노동자이기도 한데 말입니다. 취재 중 만난 어느 자영업자는 노동조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말해줬습니다.

“저는 솔직히 이야기해서 노조를 되게 싫어해요. 왜냐면, 그 노조가 누구를 위한 노조인 것 같아요? 노동자를 위한 노조? 아니잖아요? 자기들만을 위한 노조인 것 같아요.”

모든 일하는 사람은 노동자입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노동자는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안정적인 노동자 밑에 서얼과 같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밑에 노동자라고도 불리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있습니다. 취재 중 만난 자영업자는 이러한 자영업자의 위치에서 느끼는 억울함을 토로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취재를 마치면서 자영업자에게 노동조합이라는 든든한 보호막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했습니다. 때때로 자영업자라는 말은 노동자의 반대말로 쓰입니다. “직장 때려치고 가게나 차려야지!” 하지만 자영업자도 일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1월 22일 한국자영업자노동조합이 설립 신고를 한 바 있습니다. 설립신고증을 발급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됩니다. 자영업자도 맘 편하게 노조 하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