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추천하시나요?
자영업, 추천하시나요?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2.10 00:35
  • 수정 2021.02.10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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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도 안 되는 시대’에서 자영업으로 살아남기
​​​​​​​자영업자 개인의 노력 물거품 되지 않도록 뒷받침해야

커버스토리 : 자영업, 어찌할꼬?

‘자영업 살려야 한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언론은 자영업을 살려야 한다고 말해왔다. 임대 현수막을 붙인 텅 빈 상가를 비추며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 가야 하는 지점이 있다. 자영업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자영업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그들을 ‘시혜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살릴 수 있다. 현장의 자영업자들을 찾아가 ‘자영업을 살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커버스토리⑦ 장사 잘해서 잘 먹고 잘 살자!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가까운 지인이 자영업을 하겠다고 하면 추천하시겠어요?”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절대 권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사람도 여럿이었다. 자영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다들 다르겠지만, 이들에게 자영업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은’ 것이다. 이 시점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지 모르겠다. 조건부로 자영업을 추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자영업에 뛰어들기 전 몇 가지 갖춰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충분한 준비, 특별함, 경영철학 등 자신만의 경쟁력이 있는 자영업의 경우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자영업자들이 노력하지 않아서 수많은 가게가 사라지게 된 걸까? 줄어드는 매출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주관 없는 자영업은 말리고 있어요”

자영업자 개인도 시대의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영업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영업도 변화해야 한다. 석촌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창수 씨(42세 · 가명)는 “실패를 줄이려면 감각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저는 (자영업을 하겠다는 사람을) 말리고 있어요. 무조건 이 상황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니고요. 정확한 아이디어 없이 ‘요즘 떡볶이 잘 된다. 치킨집 잘 된다’ 이렇게 휘둘리듯 주관 없이 한다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요즘에는 차를 한 잔 팔아도 그냥 팔아서는 안 되거든요. 많이 먹어보고 연구해서 자기 것을 만들어야 해요. 워낙 자영업이 많으니까. 그냥 장사나 할까? 그런 마음으로 하면 정말 백프로 망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하지 말라고 해요. 지금 상황을 다 떠나서 그 분의 준비된 자세를 보는 거죠.”

“임대료도 그렇고, 배달도 그렇고. 돈이 많은 사람이 한다고 하면 말리지는 않겠죠. 제가 생각하는 거는 본인이 자신 있는 아이템을 가지고 최소한 6개월은 버틸 수 있는 여유 자금을 가져야 해요. 무조건 가게를 열었다고 해서 손님이 찾아오는 건 아니잖아요. 여러 가지가 맞아야 하고 힘든 일인데, 모르는 사람은 되게 쉽게 보죠.”

자영업 각 업종마다 갖춰야 할 역량이 있다. 여기에 자신이 내세울만한 무언가를 추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행복한마당 백반집 사장 박현숙 씨(53)는 ‘오늘의 메뉴’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손님들이 먹고 싶다고 말했던 음식을 기억해 놨다가 다음날 즉흥 메뉴로 대접하는 전략이다. 날마다 바뀌는 밑반찬도 그만의 철학이다.

“부침개 하나 나물 하나, 마른반찬 하나를 기본으로 두고 매일 바꿔요. 주방 언니하고 상의도 해요. 김치는 우리가 담근 거니까 항상 있어야 하고요. ‘오늘의 메뉴’는 저희 특성이죠. 손님들이 먹고 싶다고 하는 걸 정해서 해요. 손님들이 좋아하시더라고요. 오늘 ‘오늘의 메뉴’는 카레에요. 옆에 치과 언니들이 먹고 싶어 해서요. 단골손님들이 없었으면 버티지 못했을 거예요.”

음식점에서 경쟁력은 자신만의 주력메뉴일 수도 있고, 손님을 관리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궁중족발 사장인 윤경자 씨(53)는 아예 족발에만 집중한다. 경자 씨는 “궁중족발은 차가운 족발이 아니고 부드러운 온족발이다. 일부러 직장인들 퇴근 시간에 맞춰서 족발을 꺼내기도 했다. 퇴근하고 나서 방금 삶은 족발을 드실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족발은 궁중족발의 자랑이었다”고 말했다.

자영업 경쟁력은 ‘자생력’과 직결

그러나 개인이 아무리 열심히 발버둥 쳐도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동안 살펴본 임대료·프랜차이즈·가맹점 등의 문제들이다. 여기에 정부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환경은 자영업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구조로 작동한다.

“자영업자 고용보험 확대에 대한 회의에 참석을 한 적이 있었어요. 학계·정부랑 이야기를 하는데 시각이 다른 거예요. 가장 큰 게 뭐냐면, 그쪽에서는 폐점 이후에 고용보험의 의미가 발생한다는 거예요. 근데 우리 자영업자들이 하는 이야기가, 망한 뒤에는 의미 없다. 안 망하게 하는 게 필요한 거지. 교육을 하거나 해서 망하지 않게 하는 쪽으로 해야지, 망한 뒤에 몇 푼 받아봐야 무슨 의미가 있어요.”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오희진 씨(52·가명)의 지적처럼 가게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높은 임대료와 고정지출 등을 감당해야 하는 자영업자 개인은 쉽게 무너진다. 워낙 감당해야 할 비용이 많은 와중에 코로나19 같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추가되면 버틸 여력이 없다. 결국 폐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우리나라에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고들 한다. 부실한 사회안전망과 임금노동시장의 불안정함은 수많은 자영업자를 양산했다. 더 이상 자영업은 기회가 아니다. 때문에 육성과 보호는 따로 떼어놓을 수 없다.

“자영업이요? 절대로. 절~~~대로요. 절대로 못 하게 하죠.”

성미산에서 스크린골프장을 운영하는 이광희 씨(51) 는 주변 사람이 자영업에 뛰어든다고 하면 ‘결사반대’ 할 요량이다. 개인의 혁신적 역량도 물론 중요하지만, 폐업으로 모는 구조 자체가 함께 풀려야 한다. 그래야 자영업자가 빚더미에 앉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자영업자는 “오래오래 장사하는 것”이 꿈이고, 소비자들은 믿음직한 가게의 단골손님이 되고 싶다. 자영업자의 노력과 수고가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경쟁력을 쌓을 수 있는 여건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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